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 400권 창간을 맞이했다. 편집자와 나눈 이야기.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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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 400권 창간을 맞이했다. 편집자와 나눈 이야기.

집집마다 한 권쯤 소유하고 있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 어느덧 25주년, 400권 창간을 맞이했다. 이 시대의 국민 도서를 펴내는 데에 힘써온 원미선 편집자와 나눈 이야기.

BAZAAR BY BAZAAR 2022.04.13
 
세계문학전집 편집팀이 담당하는 업무는 무엇인가?
신간 기획, 역자 선정, 번역 관리, 완성 원고 편집, 제작 등. 도서 제작 프로세스를 최대한 압축하면 이와 같지만, 단계마다 한두 마디로는 설명할 수 없는 디테일한 업무들이 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은 특히나 원문에 충실한 번역으로 잘 알려져 있어 창간 이래 지금까지 대중에게 믿고 보는 책으로 인식되고 있다. 1백65명의 번역가가 일궈낸 작품 중 가장 공들인 책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절대적 시간만 고려한다면 〈레 미제라블〉(위고), 〈전쟁과 평화〉(톨스토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도스토옙스키), 〈신곡〉(단테), 〈연초 도매상〉(존 바스)처럼 방대한 작품들이다. 번역가의 집요하고 끈질긴 인내와 노력 없이는 완역본이 태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원작의 의미와 문체를 생생히 살린 ‘정확한’ 해석을 위해 어떤 노력이 있었나?
원저자의 의도에 가장 가까운 한국어 어휘와 문장을 찾아내기 위해서 번역가들은 작가의 전 작품들을 두루 섭렵하며 작가의 문체와 세계관에 근접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르한 파묵, 가즈오 이시구로, 올가 토카르추크처럼 동시대 생존 작가의 경우에는 거의 한 번역가가 작가의 전작을 번역하고 있는데, 작가와의 인터뷰 등을 통해 의문점을 해결하기도 한다.
익히 알려진 나라의 작품뿐만 아니라 케냐, 이스라엘, 우크라이나, 노르웨이 등 기존에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나라 작가들의 문학작품을 고루 선보였고, 〈구운몽〉 〈춘향전〉 〈홍길동전〉 등 한국 고전 또한 함께 펴냈다. 타 출판사의 세계문학전집과는 다른 행보이다.
‘세계문학전집’이라는 타이틀로 국내 처음 등장했던 시리즈의 라인업은 일본 출판계의 관행을 따른 사례가 많았다.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을 통해 서구의 양서를 접했던 것이 학계, 출판계의 현실이었다. ‘세계의 고전’을 모은 전집을 표방하면서도 ‘익히 알려진’ 영미, 유럽 문학 중심으로 목록이 꾸려졌던 것도 그 영향이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은 이전 세대 문학전집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 작품 원어 번역을 표방했고, 작품 선정을 위한 스펙트럼을 제3세계, 아시아 등으로 넓혔으며 지금도 그 원칙을 지키고 있다. ‘세계의 고전’에는 당연히 한국의 고전작품도 포함된다.  
작품성을 고려해 더욱 빛을 봐야 될 책이 있다면?
너무 많지만, 이 시점에 한 권만 꼽으라면 얼마 전 출간한 〈월든〉이다. 국내에 이미 여러 판본이 번역되어 있지만, 이번에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한 민음사판 〈월든〉은 정회성 선생님이 본인의 번역 인생을 걸고 가장 심혈을 기울인 작품으로 자부할 만큼 훌륭한 번역이다. 그리고 〈월든〉은 자연 친화적인 소박한 삶의 가치에 대한 메시지로 지금 오히려 그 시의성이 더 크게 다가오는 작품이기도 하다.
반면, 개인적으로 특별한 책은 무엇인가?
헤세의 작품들이다. 20년 동안 100쇄를 거듭하며 독자들을 만나고 있는 〈데미안〉 〈싯다르타〉〈나르치스와 골드문트〉〈황야의 이리〉 등 헤세의 여러 작품들을 편집자 초년 시절에 편집할 기회를 가졌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번에 25주년을 맞아 400번째 책으로 김수영 시인의 〈시여, 침을 뱉어라〉를 출간했다. 김수영 시인의 산문 중 시론, 월평 등 문학에 대한 글을 선별해 엮은 예술론인데, 이 작품을 400번째 책으로 선정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세계문학전집 ‘00번’은 한국 문학작품을 펴내고 있다. 김수영 시인은 민음사 창업자 박맹호 회장님에 의해 비로소 제대로 평가되고 알려졌으며, 한국 현대문학사에 남은 시인들 가운데 지금도 가장 활발히 연구되는 작가다. 마침 김수영 탄생 100주기에 즈음하여 전집도 개정되었고, 그 가운데 한 권인 〈시여, 침을 뱉어라〉를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했다.
표지를 보고 내용을 짐작하며 책을 구매하는 사람도 있듯이, 표지에 삽입된 명화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시그너처이기도 하다.
표지는 작품의 이미지를 독자에게 한눈에 각인시키는 기능을 해야 한다. 따라서 작품의 성격에 가장 맞는 이미지를 찾아내야 하는 것이 편집자와 디자이너의 과제이며 표지 디자인은 이 둘의 협업으로 완성된다. 디자이너가 작품의 결에 가장 어울리는 이미지를 찾아낼 수 있도록 편집자는 작가의 특징, 작품의 내용, 메시지 등을 명료하게 정리하여 소통하고, 디자이너가 작품마다 통상 5~10가지 시안을 제작하면, 유관 부서의 책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최종안을 결정한다.  
올해와 내년에 출간될 책들이 예정되어 있다고 들었다. 새롭게 나올 책들 중 한 권을 소개해달라.
5월쯤 몽테뉴의 〈에세〉 국내 최초 완역본이 출간될 예정이다. 몽테뉴가 1580년 초판을 간행한 후 1588년까지 8년간 꾸준히 개정 중보한 결정판이 완역되는 것은 이번이 최초다. 〈에세〉는 삶의 공적 영역이 아닌, ‘자아’에 대한 성찰을 본격화한 최초의 글쓰기라 할 수 있는데, 지금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에세이라는 장르의 기원이 되는 책이다. 16세기에 쓰여 지금까지 읽히는 불멸의 고전인 만큼 삶과 앎, 행복, 죽음 등에 대한 단상들 모두 여기 우리의 이야기처럼 와 닿는다. 두 분의 공역자가 10여 년간 매달린 끝에 출간을 앞두고 있는데, 작업의 의의를 살려 초판을 스페셜 한정 에디션으로 출간 준비 중이다.
뿐만 아니라, 민음사는 세계문학전집의 스핀오프 시리즈 ‘쏜살문고’와 교보문고와 공동기획한 ‘디 에센셜 시리즈’ 등으로 고전에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방법을 꾸준히 모색해왔다. 잘 아는 내용일수록 편집이 더욱 어려울 거라 생각하는데, 어떤지?
클래식에 속하는 작가들에 대해서는 너무 오랜 기간 여기저기서 들었기 때문에 익히 다 알고 있으며, 새로울 것이 별로 없다는 선입견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작품도 이따금 새로운 콘셉트, 참신한 디자인으로 새롭게 인지될 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편집자의 책무이기도 하다. 다행히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품들은 파고 파도 새롭게 발견되는 지점이 넘쳐나기 때문에 리패키징은 편집자에게 난감하기보다는 늘 흥미를 돋우는 작업이다.
세계문학전집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소요되는, 아주 긴 호흡이 필요하다. 기획 단계부터 서점에 책이 진열될 때까지, 편집자로서 가장 큰 환희를 느낄 때는 언제인가?
편집자마다 작업하고 있는 책의 성격에 따라 기쁨을 느끼는 지점은 달라질 것이다. 특히 우리팀처럼 큰 프로젝트를 줄곧 이어가야 하는 편집자들의 경우는 그 호흡이 길기 때문에 희열의 시점도 너무 다양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전집의 다음 책은 뭔가요? 〈ooo〉는 언제 출간되나요?”라는 독자 문의를 받을 때, 새로 나온 신간을 민음사 SNS 채널에 올렸는데 환호의 댓글이 이어질 때, 가장 뿌듯하다.
고 박맹호 회장님은 세계문학전집 1천 권 출간이 목표라고 말한 바 있다. 대중, 특히 고전 애호가들이 앞으로 기대할 수 있는 점은 무엇인가? 
전집을 통한 문학적 경험의 폭을 더 확장할 수 있도록 아직 본격적으로 소개되지 못한 작가, 미처 다루지 못한 시대의 고전에 더 집중하려 한다. 미래의 고전이 될, 그러나 아직 묻혀 있는 동시대 작가의 작품 발굴도 중요한 미션이다. 세계문학전집은 4백 권을 쌓아오는 동안 단 한 권도 절판한 책이 없다.(작가의 요청에 의해 다른 저작권 계약기간 만료 제외.) 그것은 전집 안에서 이미 견고한 인지도를 가진 문학사의 주요 작품들이 지금보다는 앞으로 더욱 주목받을 작품들로 독자들을 가이드해주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은 아직 국내에서 생소한 작품들도 고전 애호가들에게 빨리 다가갈 수 있는 가장 탄탄한 기반인 만큼 다른 전집에서는 선뜻 시도하기 어려운 프로젝트들을 감행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전집을 통한 문학적 경험의 폭을 더 확장할 수 있도록 아직 본격적으로 소개되지 못한 작가, 미처 다루지 못한 시대의 고전에 더 집중하려 한다. 미래의 고전이 될, 그러나 아직 묻혀 있는 동시대 작가의 작품 발굴도 중요한 미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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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어시스턴트 에디터/ 백세리
    사진/ 민음사 제공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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