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과 김고은이 한옥에서 보낸 하루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Celebrity

샤넬과 김고은이 한옥에서 보낸 하루

봄비 내리는 고즈넉한 한옥에서 마주한 김고은의 무구한 얼굴과 진심(盡心).

BAZAAR BY BAZAAR 2022.03.25
 
트위드 재킷, 베스트, 쇼츠, 헤어 스크런치, 귀고리, 목걸이, 포켓에 단 브로치, 샌들은 모두 Chanel. 스타킹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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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작은 아씨들〉의 촬영을 앞두고 있어요. 제목만 들으면 어린 자매들의 아기자기한 이야기가 떠오르고 말아요. 고은 씨의 어린 시절은 어땠어요?
저는 오빠 하나뿐인데 엄청 친해서 중학교 다니는 3년 내내 항상 같이 등교했어요. 외국에서 살다 와서 아무도 우리를 모르니까 반 친구들은 저랑 오빠랑 사귀는 사이인 줄 알았대요.(웃음) 티격태격도 많이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같이 있어준 오빠가 참 고마워요. 하지만 친한 친구들이 대부분 자매들이라 보면서 부러운 점도 있었어요. 남매랑은 다른 고민을 나눌 수 있을 테고 무엇보다 옷 공유하는 거! 자매가 있어도 내가 동생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없었지만요.(웃음)
 
트위드 재킷, 스커트, 헤어 스크런치, 목걸이로 연출한 헤어밴드, 로고 패턴의 스트랩 샌들 힐은 모두 Chanel.

트위드 재킷, 스커트, 헤어 스크런치, 목걸이로 연출한 헤어밴드, 로고 패턴의 스트랩 샌들 힐은 모두 Chanel.

그런데 드라마 내용은 세 자매가 힘있는 가문과 맞서는 이야기라죠?
간단하면서도 아닌 이야기? 간단하지가 않아요. 일단 처음 대본을 받고, ‘연극 대본인가?’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만큼 모든 배우의 대사량이 굉장히 많고 지문이 거의 없어요. 그런데 또 대본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8부까지 읽었는데, 연기하는 모두가 어려울 테고 그만큼 정말 재미있을 거예요.
돈으로 가족을 지키고 싶은 첫째 언니 오인주. 아직 단서가 적어요. 인주는 어떤 인물인가요?
꿈과 이상을 갖고 희망적으로 살기보다는 현실에 발붙이고 사는 사람. 자신보다는 가족이 우선순위인 친구인 것 같아요. 부모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자라서 동생들에게 책임감 있는 어른이 되고 싶어하고요. 인주는 굉장히 투명한 거울 같기도 해요. 계산하고 잔머리를 써서 사람을 대하지 않아요. 사람들의 감정을 곡해하지 않고 정직하게 받아내고 솔직하게 표현해요. 그래서 사람들이 인주에게 모든 걸 보여줘요. 그런 힘을 가진 인물인 것 같아요.
 
슬리브리스 드레스, 트위드 스커트, 헤어핀, 귀고리, 체인 플랩 백, 스트랩 장식의 플랫 슈즈는 모두 Chanel.

슬리브리스 드레스, 트위드 스커트, 헤어핀, 귀고리, 체인 플랩 백, 스트랩 장식의 플랫 슈즈는 모두 Chanel.

지금까지 역할을 맡으면 머릿속에 그 역할의 외형이 그려져 설정에 많이 반영한다고 했어요. 영화 〈변산〉의 ‘선미’를 연기했을 때 살을 찌웠던 것처럼 인주라는 인물을 구축하기 위해 단번에 떠오른 그림이 있었나요?
없었어요. 뭔가 단정 지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도 있었고. 극 안에서 인주의 외형이 바뀌는 지점들이 있어요. 뭐가 좋은 건지 아직 잘 모르겠어서 감독님과 제 스타일을 책임져주시는 분들과 계속 이야기를 나눠야 할 것 같아요. 현실극이라 과하거나 의도가 보이지 않도록 캐릭터를 잡으려니 어려워요. 머리를 계속 많이 쥐어뜯고 있어요.(웃음)
함께 자매로 연기하는 남지현, 박지후 배우와는 서로 분위기가 달라요. 개성 넘치는 세 배우들이 어떻게 한 자매로 보일지 궁금해지네요.
저도 그게 참 궁금해요. 전체 미팅을 했을 때 ‘장난 아니겠는데?’ 이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어요. 자리에 있던 분들이 자매미가 굉장히 좋았다고. 전체적인 평이 그랬어요.(웃음) 자랑은 아니고,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적어도 한 10년은 같이 산 애들처럼. ‘뭘까?’ 싶었죠. 이전에 같이 연습을 하거나 리딩한 적도 없는데 이런 느낌이 든다는 건 각자 캐릭터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고 진심으로 인물에 대해 생각했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거 같아요.
윤여정, 김혜수, 전도연 같은 선배 배우들과 연기한 적이 많아요. 이번에는 구심점이 되어 이끌어가야 해요.
후배가 아녜요. 제가 선생님으로 모시고 있거든요.(웃음)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을 하면서 동년배들과 연기하는, 그 꺄르륵거리는 느낌을 제대로 알았어요. 이번에는 더 기대되죠. 자매 연기를 한 번도 안 해봤는데 얼마나 친근한 느낌이 들까? 이런 생각도 하고요. 작품 들어가기 전에 지현이랑 술도 한잔 마시면서 많이 가까워졌어요. 지후랑은 같은 회사인데 미성년자일 때 송년회에서 한 번 봤어요. 이제 성인이 돼서 만나니 아직 적응이 안 돼요.(웃음) 얼마 전에 지후가 자기도 이제 한잔 할 수 있다고 해서 마음이 ‘쿵’ 설레고 있어요.
 
크롭트 블루종, 헤어핀, 귀고리는 모두 Chanel.

크롭트 블루종, 헤어핀, 귀고리는 모두 Chanel.

〈작은 아씨들〉은 영화와 드라마 각 분야에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온 정서경 작가와 김희원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어요. 배우로서 기대와 믿음이 있을 거예요.
김희원 감독님의 엄청난 팬이에요. 작품마다 열심히 준비하고 연기하지만 김희원 감독님이라면 걱정 없이 해도 되겠지 싶을 정도로 믿음이 가요. 제가 영 아니면 멱살이라도 잡고 끌어주시겠지 싶은 생각도 들고요.(웃음) 이미 대본을 읽고 이 작품을 선택한 데는 김희원 감독님과 정서경 작가님의 글에 마음이 가서니까. 주변 스태프분들도 대본을 읽고 모두 너무 재미있다고 했어요. 내가 참 잘 선택했나 보다, 나만 재미있는 게 아니었구나 이런 안심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두 분의 이런 조합이 언제 또 있겠어요? 이제 저만 잘하면 돼요.(웃음)
작품을 고르는 좋은 눈 혹은 촉이 있는 것 같나요?
작품을 보는 눈이 있는 것 같다는 조금 아닌 것 같아요. 저는 뭔가 하나에 딱 꽂혀야 되는 게 있는데, 거기에 공통점은 없어요. 누가 봐도 성공할 것 같은 작품을 고르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성공한 작품이 손에 꼽히기도 하고요. 저는 배우들만의 각자 영역이 있다고 생각해요. 작품이 잘되면 저뿐만 아니라 참여한 모두에게 좋죠. 하지만 성공만을 좇기 위해 배우가 된 것도 아니고 원하는 작품을 하고 하는 동안 뭔가를 남기는 것, 그러면 된다고 생각해요.  아직 개봉 안 한 영화 〈영웅〉은 그 당시 뮤지컬에 꽂혀서 골랐고, 〈유미의 세포들〉도 애니메이션이 어떻게 될지 정말 아무것도 없고 상상도 안 되는 상태에서 한 거예요.(웃음) 감독님이랑 작가님이 이 작품을 왜 만들고 싶은지 말씀하시는 게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굉장히 용기 있어 보이는 거예요. 그런데 ‘나도 그런 사람이잖아!’라는 생각이 든 거죠.
 
니트 톱, 스윔수트, 컷아웃 스커트, 목걸이, 오른팔에 착용한 스크런치는 모두 Chanel.

니트 톱, 스윔수트, 컷아웃 스커트, 목걸이, 오른팔에 착용한 스크런치는 모두 Chanel.

배우 김고은의 영역과 쓰임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작품을 만드는 분들이 저를 떠올렸을 때 ‘김고은은 안 돼’ ‘이 배우는 이건 안 된다고 할 것 같아, 이거는 못 할 것 같다’라는 생각을 안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다음 작품도 완전히 새로운 역할이에요. 저는 이런 삶이 재미있어요.
새로운 작품과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때 마냥 재미있을 수는 없을 거예요.
두렵죠. 제가 아주 잘한다고 생각하는 영역, 혹은 익숙한 것이라 하더라도 두려움은 항상 존재할 거예요. 성공 여부를 떠나서 ‘이 작품이 어떻게 받아들여질까’라는 점에서요. 이래도 저래도 겪는 거라면 조금 더 재미있는 걸 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일하는 나와 일하지 않는 나를 잘 분리하면서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어요. 잘되고 있나요?
상당히 잘하고 있어요.(웃음) 인기가 너무 많아서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고 적극적으로 따라오는 상황이라면 어렵겠죠. 그런데 저는 그런 삶을 살아본 적이 없어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스스로를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직업일 뿐이라고 어릴 때부터 생각했던 것 같아요. 돈을 버는 게 직업이니까 현장에서 그만큼 해내면 되는 일. 그렇게 생각하니 잘되더라고요. 물론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개인적인 소식들이 기사화되기는 하지만 그건 감수하고 있어요. 그게 싫으면 제가 안 올리게 될 것 같아요.
 
블라우스, 스커트, 이너 팬츠, 로고 패턴의 버킷햇, 귀고리는 모두 Chanel.

블라우스, 스커트, 이너 팬츠, 로고 패턴의 버킷햇, 귀고리는 모두 Chanel.

여전히 캐릭터를 맡은 이상 내가 가장 잘해낼 거라는 마음가짐을 갖고요?
자신만만해서가 아니라 역할을 이행할 때의 마음가짐인데요. 내가 그 누구보다 이 인물에 대해서 잘 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들어가요. 어떤 인물이 돼야 하는데 예를 들어 10분도 얘기 안 했는데 뚝뚝 끊기면 안 되는 거잖아요. 한 2박 3일 얘기해도 할 말이 남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말 내 얘기를 할 때 말이 끊이지 않는 것처럼. 그러기 위해서 전 또 머리 쥐어뜯고.(웃음)
완연한 봄이 왔어요. 계절이 바뀌는 걸 어디서 가장 먼저 느끼는 편인가요?
공기가 달라져요. 그리고 온도요. 어제는 비가 왔잖아요. 그래서 추울 줄 알고 두꺼운 옷을 입고 나갔는데 민망할 정도로 따뜻한 거예요. 그래서 기분이 되게 좋았어요. 설레어서 발을 한 번 구르게 되는? (웃음)
 
시퀸 재킷, 스커트, 헤어핀, 후프 귀고리, 하트 체인 백은 모두 Chanel. 스타킹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시퀸 재킷, 스커트, 헤어핀, 후프 귀고리, 하트 체인 백은 모두 Chanel. 스타킹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또 어떨 때 설레요?
맛있는 거 먹을 때요. 배달 음식을 시킬 때도 ‘뭐 먹을까~?’ 보는 것도 너무 설레고 도착해서 뚜껑을 딱 열었을 때. ‘뭐가 더 필요해?’ 같은 기분이 들어요.
소중한 감정들을 느낄 때 어떻게 지켜나가려고 해요?
사람도 그렇고 일도 그렇고 진심으로 대하는 태도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아무리 나이스한 사람이더라도 별로 와 닿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진심과 진심이 맞닿았을 때는 어떤 말도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저 사람을 이해하게 될 때가 있고, 저 사람이 뭐가 필요한지 느낄 때가 있는 것처럼. 그 마음이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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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서동범,박의령
    사진/ 홍장현
    스타일리스트/ 이윤미
    헤어/ 이혜영
    메이크업/ 정수연
    프롭 스타일리스트/ 전수인
    어시스턴트/ 신예림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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