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lebrity

'한소희'의 열가지 얼굴

예쁘고 말간 얼굴과 미지의 내면을 지닌 여자, 그리고 배우 한소희.

BYBAZAAR2021.08.26

PORTRAITS

OF

SOHEE

니트 톱, 레더 팬츠, 귀고리, 앵클부츠는 모두 Bottega Veneta.

니트 톱, 레더 팬츠, 귀고리, 앵클부츠는 모두 Bottega Veneta.

 
오래전 인스타그램에 웹툰 〈알고있지만〉의 한 컷을 올렸어요. 마치 드라마에 출연하게 될지 알고 있었던 것처럼. 지금 그 게시물에는 성지순례 댓글이 달리고 있고요. 
원작 웹툰을 그린 정서 작가님의 팬이었어요. 웹툰을 보면서 성숙하지 못하달까, 무모하다고 해야 하나, 그런 연애를 했던 예전의 제 모습이 떠올랐어요.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대한 표현이 섬세해서 엄청 공감이 갔고요. 나비 사진을 올리면서 언젠가 드라마나 영화화가 된다면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드라마 〈알고있지만〉을 보다 나비와 재언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 때문에 숨을 죽인 순간이 여러 번 있었어요. 웹툰에서는 그런 순간을 정지된 컷으로 강렬하게 표현하죠. 게다가 촘촘한 감정선을 가진 유나비라는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생각이 많았을 것 같아요. 
나비와 제가 혼연일체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어요.(웃음) 그러다 뭔가를 설정하고 표현하기보다 순간의 감정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고요. 대책 없이 몰아치는 감정을 맞닥뜨렸을 때 표출보다는 멈추기를 택했어요.
 
페더 디테일의 데님 재킷, 팬츠는 Bottega Veneta.

페더 디테일의 데님 재킷, 팬츠는 Bottega Veneta.

 
니트 원피스, 라지 사이즈의 ‘스트럭처’ 클러치, 귀고리, 반지, 벨트, 사이하이 부츠는 모두 Bottega Veneta.

니트 원피스, 라지 사이즈의 ‘스트럭처’ 클러치, 귀고리, 반지, 벨트, 사이하이 부츠는 모두 Bottega Veneta.

 
예고에서 그림을 배웠어요. 나비는 예술대학 조소과 학생이고요. 
고등학교 다니면서 늘 하던 거라 스케치나 구상을 하는 장면을 찍을 때 편했어요. 재언이를 모델로 인물 크로키 수업을 하던 장면은 저도 모르게 초집중해서 그리기도 했고요.(웃음) 
 
그때 소희 씨는 어떤 그림을 좋아하고 그렸나요? 
프리다 칼로에 빠져 자화상을 많이 그리곤 했어요. 대학에 진학하지 않아 그림을 자주 그리진 않게 됐지만.
 
그림을 계속 그려 예술대학에 갔더라면 나비처럼 자극적인 소용돌이에 휘말렸을 것 같아요? 장학금을 받는 우등생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네요. 
과제와 졸업에 치여 연애는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저는 뭔가에 집중을 할 때 사물이나 사람을 통해 영감을 얻기보다 저를 고립시키고 가둬놓는 습관이 있거든요.
 
니트 원피스, 트위스트 락 벨트, 반지, 샌들 힐은 모두 Bottega Veneta.

니트 원피스, 트위스트 락 벨트, 반지, 샌들 힐은 모두 Bottega Veneta.

 
20대 초반에는 의례처럼 방황의 시간을 거치곤 해요. 소희 씨는 한창 자기 일을 시작하고 하나씩 커리어를 쌓았어요. 
음… 칭얼거리긴 싫지만 꽤 바빴어요. 일 외에도 이것저것 해결해야 할 것들, 또 해내야 할 것들을 하느라 하루 24시간이 부족한 것처럼 보냈어요. 그치만 그런 제 모습이 좋아서 힘들진 않았어요. 부담감과 책임감을 외면하지 않고 온전히 제 몫이라고 받아들였을 때 무언가를 계획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에너지가 생겼거든요. 못 먹고 못 자는 시간들도 제 자신과의 투쟁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견딜 수 있었어요.
 
재킷, 스커트, 반지, 샌들 힐은 모두 Bottega Veneta.

재킷, 스커트, 반지, 샌들 힐은 모두 Bottega Veneta.

 
 
사랑은 하는 것 같은데 특정한 관계를 맺지 않는 나비와 재언의 관계가 보편적이지는 않아요. 
저도 나비가 답답했어요.(웃음) 그래도 제가 이 역할을 이해할 수 있었던 건 답답하고 숨막히는 관계를 경험해봐서예요. 늘 주도권은 내가 아니라 상대에게 있고 휘둘리지만 아쉬운 건 저라서 어쩔 수 없는? 기다리면서도 기대할 수밖에 없었어요. 답답한 걸 알면서도 재언이의 연락 한 통에 하루가 흔들리는 나비의 시간을 저도 겪었던 거죠. 아이고… 소희야.(웃음)
 
상대 역인 송강 배우와 합을 맞추기 위해 어떤 시간을 보냈나요? 
서로를 재언과 나비로 보려고 했어요. 강이가 워낙 원작과 싱크로율이 높아 크게 어려움은 없었고요. 서로 장난을 치다가도 촬영에 들어가면 역할에 집중하는 강이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아무래도 동갑이라 그런지 편했고 재미있고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본방을 보고 있으면 그때의 재언과 나비가 생각나고 그래요.
 
레더 트렌치코트, 귀고리, 롱 부츠는 모두 Bottega Veneta

레더 트렌치코트, 귀고리, 롱 부츠는 모두 Bottega Veneta

 
원 숄더 니트 톱, 스커트, 귀고리, 스몰 사이즈의 ‘마운트’ 백, 사이하이 부츠는 모두 Bottega Veneta.

원 숄더 니트 톱, 스커트, 귀고리, 스몰 사이즈의 ‘마운트’ 백, 사이하이 부츠는 모두 Bottega Veneta.

 
이렇게 비슷한 또래의 배우들만 나오는 현장은 처음이죠?(웃음)
빛나 역할의 혜지는 정말 빛나 같아요. 서아랑 호정이도 캐릭터랑 비슷한 부분이 많고요. 짧은 시간 동안 정도 많이 들었어요. 특별한 에피소드랄 것도 없이 넷이 모이면 수다 떨기 바빠요. 촬영하다 쉬는 시간이 생기면 차에서 쉴 법도 한데 일단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서로가 어디 있는지 제일 먼저 찾고요. 점심이나 저녁을 같이 먹으려고 촬영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거나 먼저 끝났을 때는 기다리기도 해요. 우리는 서로를 너무 사랑하나봐요.(웃음)
 
‘정크 언니’로 시작된 젊은 세대 여성들의 응원과 지지가 한결같아요. 이번 드라마를 통해서 그 사랑은 더 넓어졌고요.
얼마 전 팬분들이 편지를 모아 책자로 만들어주셨어요. 차에서 읽다 매니저 몰래 울었어요. 저는 미안하게도 팬분들의 이름밖에, 그마저도 잘 모르지만 굉장히 가깝게 어딘가 맞닿아 있을 거라는 기분이 들어요. 글이지만 “힘들었지?” 물어봐주고 들여다봐주며 다독여주는 것 같았거든요. 늘 보잘것없는 껍데기 하나로 이렇게 과분한 사랑을 받는 게 부끄러웠는데 이제는 어떤 방식으로든 보답하고 싶어요. 열심히 해서 그 소중한 마음들이 그저 응원에 불과한 것이 아닌, 저를 지켜내고 성장시키는 큰 힘이라는 걸 꼭 보여드리고 싶어요
 
퍼 칼라 코트, 귀고리, 롱 부츠는 모두 Bottega Veneta.

퍼 칼라 코트, 귀고리, 롱 부츠는 모두 Bottega Veneta.

 
 
모니터링을 열심히 하죠? 이번에도 나비 얼굴로 꽉 찬 TV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진이.(웃음) 배우 한소희의 장점과 단점은 뭐라고 생각해요?
장점이자 단점은 감정에 취약하다는 거. 요즘은 그걸 잘 다스리고 이리저리 요리해 소화시키는 방법들을 익히고 있어요.
 
요즘 밥은 잘 먹나요? 어디서든 꼭꼭 밥을 챙겼는데.
실은 요새 밥을 잘 안 챙겨먹는지라 면목이 없어요. 그저 다들 건강만 했으면 좋겠네요. 몸은 물론이고 마음도요.
 
더블 버튼 코트, 귀고리는 Bottega Veneta.

더블 버튼 코트, 귀고리는 Bottega Veneta.

 
니트 톱, 레더 팬츠, 귀고리, 앵클부츠는 모두 Bottega Veneta.

니트 톱, 레더 팬츠, 귀고리, 앵클부츠는 모두 Bottega Veneta.

 
인스타그램보다 블로그에 쓰는 글들이 화제가 돼요. 약속은 지키려 노력하고 말을 곱씹고 되돌아보고, 대중의 사랑에 취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여러 번 하고요. 
블로그는 예전부터 쓰던 거라 아는 사람만 아는 느낌이 있어서 더 편하게 쓴 것 같아요. 최근에는 혹여 그게 무례하게 느껴지진 않을까 여러 번 읽고 고민하고 쓰는 편이고요. 블로그를 방문해주는 분들이 많아진 만큼 어떤 말을 남겨야 글을 읽은 시간이 아깝지 않을까에 대해 생각해요. 블로그는 앞으로도 계속 쓸 생각이에요.
 
반면 인스타그램은 영화나 음악의 취향 집합소랄까? 크리스탈 캐슬이나 맥시밀리언 해커처럼 2000년대 초반 홍대 앞 감성이 물씬 나는 밴드들이 언급돼요.
중학교 때, 감정들을 말로 형용할 수 없었던 그 시기부터 뭔가를 듣고 보는 걸로 많이 해소를 했어요. 라디오헤드도 좋아했고 이번에 〈알고있지만,〉 OST에 참여해주신 이이언 님의 음악도 많이 들었어요. 영화 〈어둠 속의 댄서〉를 보고 비요크를 알게 되고, 〈클로저〉를 보고 데미안 라이스를 알게 되는 것처럼 그 시기에 보고 들은 것들을 여전히 좋아해요.  
 
후디 레더 트렌치코트, 귀고리는 Bottega Veneta.

후디 레더 트렌치코트, 귀고리는 Bottega Veneta.

 
레더 원피스, 귀고리, 반지는 모두 Bottega Veneta.

레더 원피스, 귀고리, 반지는 모두 Bottega Veneta.

 
사랑하는 할머니가 소희 씨한테 해주는 좋은 이야기들은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만들어요. 할머니가 해주신 좋은 말, 가슴에 품는 말이 있다면요? 
바쁜 저에게 방해가 될까 늘 첫인사는 “잘 있니?” 끝인사는 “안녕”이라고 문자를 보내세요. 목소리 듣고 싶으실 텐데도 혹시 자고 있는 저를 깨우진 않을까 낮이든 밤이든 전화는 절대 안 하시고 매번 문자 한 통에 모든 말들을 담아 보내시곤 해요. 그게 요즘은 너무 슬퍼요. 
 
※ 화보에 나온 제품은 모두 가격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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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박의령,윤혜영
  • 사진/ 김영준
  • 헤어/ 이혜영
  • 메이크업/ 정수연
  • 스타일리스트/ 조보민
  • 세트/ 한송이
  • 어시스턴트/ 김경후,김형욱
  • 웹디자이너/ 한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