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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만에 돌아온 여고괴담 시리즈

무려 12년 만에 <여고괴담> 시리즈의 신작이 개봉했다. <여고괴담 여섯 번째 이야기: 모교>의 연출은 시리즈와 오랜 우정을 자랑하는
이미영 감독이 맡았다.

BYBAZAAR2021.07.12
 
 
〈여고괴담 5〉 개봉 이후 12년 만의 후속작이다. 어떤 이유로 공백이 길어졌나? 
2009년에 〈여고괴담〉 시리즈의 제작사인 씨네2000을 퇴사했고, 이후 영화사 거미를 차려서 〈남쪽으로 튀어〉와 〈비밀은 없다〉를 제작했다. 그렇게 두 편의 영화를 만들면서 수 년을 보내는 동안에도 후속작에 대한 소식이 없더라. 어느 날 〈여고괴담〉 시리즈를 만든 장본인이자 20여 년 전 나를 씨네2000 기획실의 1호 직원으로 뽑았던 이춘연 사장님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관련 소식을 물었다. 그랬더니 “〈여고괴담〉은 호러 영화로서의 무서운 요소들이 전부가 아니라, 꼭 담보해야 하는 중요한 이야기(사회적 메시지)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기획 자체가 어렵다”고 하시더라. 그게 2018년 가을 무렵이었다. 그날 처음 ‘내가 후속작을 맡는다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여고괴담〉 시리즈의 명장면들.

〈여고괴담〉 시리즈의 명장면들.

 
말한 대로 〈여고괴담〉 시리즈의 전작들은 여고를 배경에 둔 사회적 이슈를 두루 다뤘다. 〈여고괴담 여섯 번째 이야기: 모교〉(이하 〈여고괴담 6〉)는 어떠한가? 
기획 단계에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접했던 어떤 충격적이고 가슴 아픈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그걸 다시 보면서 한 줄짜리 시놉(시놉시스)을 썼다. 그게 〈여고괴담 6〉 기획의 시작이었다. 어떤 에피소드인지 미리 말할 수는 없다. 굉장한 스포일러라서.
 
작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여고괴담 6〉를 처음 선보였는데. 
사실 그 초대는 내 영화에 대한 관심이라기보다 〈여고괴담〉 시리즈, 또 이 시리즈의 20여 년 역사를 가능케 한 이춘연 사장님에 대한 존중의 표시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여고괴담〉 시리즈의 명장면들.

〈여고괴담〉 시리즈의 명장면들.

 
그로부터 거의 일 년이 흘러서야 〈여고괴담 6〉가 정식으로 개봉하게 됐다. 
첫 상영 이후 코로나19의 대규모 확산이라는 공포와 맞닥뜨리면서 개봉이 무기한 미뤄지더라. 이로 인해 암흑기를 보내면서 이대로 영원히 영화가 개봉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랄 정도로 두려움이 점점 커졌다. 첫 연출작을 사람들에게 평가받는다는 것이 어찌나 공포스럽든지. 그리고 도대체 나는 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여고괴담〉 시리즈를 아끼고 사랑한다는 사실을 미리 생각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신작 개봉을 앞두고 〈여고괴담〉의 아버지이자 영화계의 큰 별이었고, 당신의 든든한 선배였던 이춘연 대표가 세상을 떠났다. 이에 대한 슬픔도 남다를 텐데. 
맞다. 그는 밖으로는 무섭고 엄해 보였을 수 있지만 여성을 배려하고, 능력 그 자체로 후배들을 인정해주는 어른이었다. 요즘 같은 때에 “사장님 저 너무 무섭고 떨려요.”라는 식의 속내를 털어놓으면 곁에서 사장님이 격려해주셨을 텐데. 그랬다면 이 시간들이 덜 외로웠겠지? 이런 나를 〈여고괴담 6〉의 주연 배우이자 영화계 후배이며 친근한 동생인 김서형이 많이 챙겼다.
 
〈여고괴담〉 시리즈의 명장면들.

〈여고괴담〉 시리즈의 명장면들.

 
〈여고괴담 6〉 출연을 가장 먼저 확정지은 배우도 김서형이다. 
김서형과의 만남은 처음부터 강렬했다. ‘은희’라는 가상의 인물이 완전히 현실화되는 느낌이 들었거든.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 영화가 뭔가 되려나 보다!’ 그런 다음 영화를 만들어가면서 그녀와 즐겁고 보람된 과정을 충분히 함께했다. 지금의 모든 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데에 그녀의 공이 매우 컸음을 꼭 말하고 싶다.
 
1998년 개봉한 〈여고괴담〉 첫 번째 시리즈(이하 ‘1편’)에서 몇몇 요소를 가져왔던데. 
영화를 준비하면서 제작자에게 “많은 사람들이 1편을 그리워한다”는 말을 들었다. 관객은 물론 소위 업계에서도. 그래서 사람들이 어떤 것들을 그리워할지 많이 고민했다. 그 결과 클래식한 건물, 특히 밤에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웅장한 건물과 흙이 깔린 운동장, 창가의 흩날리는 커튼, 학생들이 넘어지면 끝없이 미끄러질 것 같은 긴 복도, 안전을 보장하지 않을 듯한 시설들이 먼저 떠올랐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폐교를 찾아냈고, ‘이 건물만으로도 반은 먹고 들어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퀄리티만 통하면 될 것 같았지.(웃음) 1편의 상징과도 같은 ‘점프 신’도 재현했다. 촬영장의 긴 복도를 보고 나자 그 신이 생각나더라. 물론 이번 영화에 맞춘 변형은 필수였다. 저 멀리에 서 있는 어떤 존재가 조금씩 천천히 다가오고, 창문으로 들어온 바람을 타고 약간의 스모그가 깔리는데, 그 분위기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어느 날 밤을 온통 그 장면을 찍느라 다 써버렸다.
 
〈여고괴담〉 시리즈의 명장면들.

〈여고괴담〉 시리즈의 명장면들.

 
이야기의 측면에서는 어떤 키워드를 꼽을 수 있을까? 
전작의 이야기들은 고교시절 친구 간의 우정이나 성적처럼 하이틴 세대와 밀착된 키워드를 갖고 있다. 그런가 하면 〈여고괴담 6〉는 ‘모교’라는 단어 자체에서 느껴지듯 학교를 떠나 성인이 된 한 여인의 ‘과거사’에서 비롯된 공포와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다. 참고로 제작사에 시나리오를 보내기 전에 쓴 카피가 “누군가에겐 지옥이었을 그곳”이다. 동시에 ‘침입’이라는 키워드를 생각했고. 학교는 학생들이 마음껏 공부하고 놀 수 있는 안전한 곳이어야 하는데, 그런 공간이 하루아침에 지옥이 돼버리는 공포에 대해 함께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
 
〈여고괴담〉 시리즈의 명장면들.

〈여고괴담〉 시리즈의 명장면들.

 
〈여고괴담 6〉를 감상할 때 특히 집중하면 좋을 요소는 무엇인가? 
인간의 본성은 이기심이 아니라 이타심이라고 말하고 싶은 영화다. 그런 관점에서 영화 속 두 쌍의 친구가 내가 아닌 친구를 위해 어떤 행동을 하는지 눈여겨봐달라. 또 시각적인 요소로는 친구가 잃어버린 실내화에 집중해야 한다. 간간이 등장하는 지렁이도 놓치지 않았으면. 지렁이의 연기를 화면에 담느라 너무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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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손안나
  • 글/ 김수정(프리랜스 에디터)
  • 사진/ ⓒ씨네2000
  • 웹디자이너/ 한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