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12년만에 돌아온 여고괴담 시리즈
무려 12년 만에 <여고괴담> 시리즈의 신작이 개봉했다. <여고괴담 여섯 번째 이야기: 모교>의 연출은 시리즈와 오랜 우정을 자랑하는 <br/>이미영 감독이 맡았다.
전체 페이지를 읽으시려면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해주세요!

<여고괴담 5> 개봉 이후 12년 만의 후속작이다. 어떤 이유로 공백이 길어졌나?
2009년에 <여고괴담> 시리즈의 제작사인 씨네2000을 퇴사했고, 이후 영화사 거미를 차려서 <남쪽으로 튀어>와 <비밀은 없다>를 제작했다. 그렇게 두 편의 영화를 만들면서 수 년을 보내는 동안에도 후속작에 대한 소식이 없더라. 어느 날 <여고괴담> 시리즈를 만든 장본인이자 20여 년 전 나를 씨네2000 기획실의 1호 직원으로 뽑았던 이춘연 사장님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관련 소식을 물었다. 그랬더니 “<여고괴담>은 호러 영화로서의 무서운 요소들이 전부가 아니라, 꼭 담보해야 하는 중요한 이야기(사회적 메시지)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기획 자체가 어렵다”고 하시더라. 그게 2018년 가을 무렵이었다. 그날 처음 ‘내가 후속작을 맡는다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여고괴담> 시리즈의 명장면들.
말한 대로 <여고괴담> 시리즈의 전작들은 여고를 배경에 둔 사회적 이슈를 두루 다뤘다. <여고괴담 여섯 번째 이야기: 모교>(이하 <여고괴담 6>)는 어떠한가?
기획 단계에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접했던 어떤 충격적이고 가슴 아픈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그걸 다시 보면서 한 줄짜리 시놉(시놉시스)을 썼다. 그게 <여고괴담 6> 기획의 시작이었다. 어떤 에피소드인지 미리 말할 수는 없다. 굉장한 스포일러라서.
작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여고괴담 6>를 처음 선보였는데.
사실 그 초대는 내 영화에 대한 관심이라기보다 <여고괴담> 시리즈, 또 이 시리즈의 20여 년 역사를 가능케 한 이춘연 사장님에 대한 존중의 표시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여고괴담> 시리즈의 명장면들.
그로부터 거의 일 년이 흘러서야 <여고괴담 6>가 정식으로 개봉하게 됐다.
첫 상영 이후 코로나19의 대규모 확산이라는 공포와 맞닥뜨리면서 개봉이 무기한 미뤄지더라. 이로 인해 암흑기를 보내면서 이대로 영원히 영화가 개봉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랄 정도로 두려움이 점점 커졌다. 첫 연출작을 사람들에게 평가받는다는 것이 어찌나 공포스럽든지. 그리고 도대체 나는 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여고괴담> 시리즈를 아끼고 사랑한다는 사실을 미리 생각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신작 개봉을 앞두고 <여고괴담>의 아버지이자 영화계의 큰 별이었고, 당신의 든든한 선배였던 이춘연 대표가 세상을 떠났다. 이에 대한 슬픔도 남다를 텐데.
맞다. 그는 밖으로는 무섭고 엄해 보였을 수 있지만 여성을 배려하고, 능력 그 자체로 후배들을 인정해주는 어른이었다. 요즘 같은 때에 “사장님 저 너무 무섭고 떨려요.”라는 식의 속내를 털어놓으면 곁에서 사장님이 격려해주셨을 텐데. 그랬다면 이 시간들이 덜 외로웠겠지? 이런 나를 <여고괴담 6>의 주연 배우이자 영화계 후배이며 친근한 동생인 김서형이 많이 챙겼다.

<여고괴담> 시리즈의 명장면들.
<여고괴담 6> 출연을 가장 먼저 확정지은 배우도 김서형이다.
김서형과의 만남은 처음부터 강렬했다. ‘은희’라는 가상의 인물이 완전히 현실화되는 느낌이 들었거든.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 영화가 뭔가 되려나 보다!’ 그런 다음 영화를 만들어가면서 그녀와 즐겁고 보람된 과정을 충분히 함께했다. 지금의 모든 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데에 그녀의 공이 매우 컸음을 꼭 말하고 싶다.
1998년 개봉한 <여고괴담> 첫 번째 시리즈(이하 ‘1편’)에서 몇몇 요소를 가져왔던데.
영화를 준비하면서 제작자에게 “많은 사람들이 1편을 그리워한다”는 말을 들었다. 관객은 물론 소위 업계에서도. 그래서 사람들이 어떤 것들을 그리워할지 많이 고민했다. 그 결과 클래식한 건물, 특히 밤에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웅장한 건물과 흙이 깔린 운동장, 창가의 흩날리는 커튼, 학생들이 넘어지면 끝없이 미끄러질 것 같은 긴 복도, 안전을 보장하지 않을 듯한 시설들이 먼저 떠올랐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폐교를 찾아냈고, ‘이 건물만으로도 반은 먹고 들어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퀄리티만 통하면 될 것 같았지.(웃음) 1편의 상징과도 같은 ‘점프 신’도 재현했다. 촬영장의 긴 복도를 보고 나자 그 신이 생각나더라. 물론 이번 영화에 맞춘 변형은 필수였다. 저 멀리에 서 있는 어떤 존재가 조금씩 천천히 다가오고, 창문으로 들어온 바람을 타고 약간의 스모그가 깔리는데, 그 분위기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어느 날 밤을 온통 그 장면을 찍느라 다 써버렸다.

<여고괴담> 시리즈의 명장면들.
이야기의 측면에서는 어떤 키워드를 꼽을 수 있을까?
전작의 이야기들은 고교시절 친구 간의 우정이나 성적처럼 하이틴 세대와 밀착된 키워드를 갖고 있다. 그런가 하면 <여고괴담 6>는 ‘모교’라는 단어 자체에서 느껴지듯 학교를 떠나 성인이 된 한 여인의 ‘과거사’에서 비롯된 공포와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다. 참고로 제작사에 시나리오를 보내기 전에 쓴 카피가 “누군가에겐 지옥이었을 그곳”이다. 동시에 ‘침입’이라는 키워드를 생각했고. 학교는 학생들이 마음껏 공부하고 놀 수 있는 안전한 곳이어야 하는데, 그런 공간이 하루아침에 지옥이 돼버리는 공포에 대해 함께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

<여고괴담> 시리즈의 명장면들.
<여고괴담 6>를 감상할 때 특히 집중하면 좋을 요소는 무엇인가?
인간의 본성은 이기심이 아니라 이타심이라고 말하고 싶은 영화다. 그런 관점에서 영화 속 두 쌍의 친구가 내가 아닌 친구를 위해 어떤 행동을 하는지 눈여겨봐달라. 또 시각적인 요소로는 친구가 잃어버린 실내화에 집중해야 한다. 간간이 등장하는 지렁이도 놓치지 않았으면. 지렁이의 연기를 화면에 담느라 너무 힘들었다.
Credit
- 에디터/ 손안나
- 글/ 김수정(프리랜스 에디터)
- 사진/ ⓒ씨네2000
- 웹디자이너/ 한다민
Celeb's BIG News
#스트레이 키즈, #BTS, #엔믹스, #블랙핑크, #에스파, #세븐틴, #올데이 프로젝트, #지 프룩 파닛
이 기사도 흥미로우실 거예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는
하퍼스 바자의 최신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