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6일, 오후 6시 30분. 발렌시아가가 '클론 2022 S/S 컬렉션'을 온라인으로 공개했다. 2개월 전, 구찌의 100주년 컬렉션에는 '구찌시아가', '발루찌'라는 애칭으로 구찌와 협업해 세간의 화제를 모았던 '쿨한' 발렌시아가였기에 이번 컬렉션엔 어떤 모습을 선보일지, 모든 이들이 오매불망 기다렸다. 역시나. 지난 협업에 대한 응답인걸까. 발렌시아가의 시그너처인 파카와 푸퍼, 공학적인 테일러링 실루엣은 간직하면서 액세서리는 구찌에 융합되어 위트있게 재탄생됐다. 현실과 허구, 모조와 딥페이크가 모호한 이번 발렌시아가의 컬렉션엔 특별한 두 가지가 있다.
쇼가 시작된 지 몇 분이 지나지 않아, 눈을 의심했다. 모델이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쇼가 피날레를 향해 달려갈 때쯤엔, 의심이 확신으로 변했다. '같은 모델이었구나!'. 그렇다. 발렌시아가의 뮤즈인 아티스트 엘리자 더글라스가 이번 봄 22 컬렉션의 모든 룩을 단독으로 소화한 것이다. 이번 컬렉션의 콘셉트가 '테크놀로지를 통한 디지털로 복제된 대체 현실'이기 때문에 영상 감독을 맡은 쿠엔틴 데론지어의 '울트라 하이테크 디렉팅'이 접목됐다. 딥페이크 기술과 사진 측량 캡처 및 디지털 방식으로 스캔한 얼굴, 3D 모델링 기술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번 쇼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구찌와의 해커 프로젝트. 구찌와 발렌시아가의 두 하우스 코드를 융합한 다채로운 아이템을 선보였다. 구찌의 더블-G 다이아몬드 모노그램 디자인이 발렌시아가의 더블-B 로고로 쿨하게 변형된 것이 포인트. 발렌시아가는 정체성을 알 수 없는 모호한 제품을 통해 '모방과 도용'에 대해 탐구하고자 했다. 즉 '본연의 것과 변형된 것, 진품과 가품, 진실과 허구를 구분하지 못하는 디지털 세상에서, 창조될 수 있는 아이덴테티는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그런 질문에 대한 해답이 구찌와 연결된 액세서리다. 구찌의 GG대신 BB라는 로고가 박힌 'This is not a Gucci bag' 이라고 핸드 프린팅된 이 가방은 구찌백도, 모조품도 아니다. (2021년 11월부터 판매된다)
이 쯤 되니, '과연 이 컬렉션은 진짜이긴 할걸까?' 하는 의심이 난무한 이때. 뎀나 바잘리아가 말한다.
"옷은 진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