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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7 특전사 출신 은하캠핑이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는?

두꺼운 유리 장벽을 깨고 묵묵히 자기 일을 일궈온 사람들의 이야기. 부드럽게 질기고, 뜨겁게 용감했던 언니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BYBAZAAR2021.01.18
 

여자의 일

특전사 예비역 박은하
선발 과정을 통해 뽑힌 극소수의 인원만이 특전사가 될 수 있다. 여기서부터는 남성이냐 여성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정말로 입대하고 싶었다.
 
본인을 어떻게 소개하고 싶나?
대한민국 707 특수임무대대 출신 박은하다. 예전 군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산이나 바다 같은 야외에서의 생존 기술과 캠핑에 대해 다루는 유튜브 〈은하캠핑〉의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여군, 그것도 특전사로 입대한 계기는 무엇이었나?
자라온 환경의 영향이 있는 것 같다. 어린 시절엔 산과 들을 뛰어다니고 오빠와 냇가에서 개구리나 도롱뇽을 잡으러 다녔다. 남자의 일, 여자의 일이 구분되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던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오빠가 의무적으로 군대를 가는 걸 보고 그럼 나도,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결정적인 계기는 미국에서 일어난 9·11 테러였다. 당시 그 사건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고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특전사에 지원했다. 입대하겠다는 말에 가족들도 쿨하게 “너는 언젠가 군대 간다고 할 줄 알았다.”고 말하더라.
특전사 선발 과정은 낙타가 바늘 구멍 통과하기만큼 혹독하다고 들었는데.
여군 특전사는 일 년에 4~5명 정도만 선발한다. 극소수만 뽑기 때문에 준비 과정에서 나는 더 강해졌다. 여기서부터는 남성이냐 여성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요즘은 부사관 학원도 있고 선발 과정이 다를 수 있는데, 나 때는 도에서 인원을 선발하고 그들을 대상으로 2차 시험을 또 치렀다.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열심히 준비했기에 한 번에 합격했다. 정말로 입대하고 싶었다.
군대에서 주특기가 무엇이었나?
특전사의 주특기는 폭파, 화기, 의무, 통신 네 가지로 나뉜다. 이 이상은 보안이라 말씀드릴 수 없다.
군인이 천직이라고 느낀 순간이 언제인가?
입대하는 순간부터 늘 그렇게 생각했다. 목표 지점까지 이동하면서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고, 그걸 인정받아 표창을 받으면 뿌듯했다. 재미와 보람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일이다. 또한, 군대는 오히려 성별 구분 없이 평등한 조직이다. 남녀 구분 없이 계급에 따라서 나뉘고 개개인의 능력에 따른 임무가 주어지니까.
기억에 남는 여군 선임이 있나?
갓 하사 계급장을 달고 자대 배치를 받았는데 거기서 만난 행정보급관 님이다. 20~30년 군생활을 하셨고 당시 계급이 상사였다. 미혼이셨는데 정말로 “나라와 결혼했다”는 말이 어울리는 분이었다. 쉬는 시간 없이 늘 체력을 단련하셨고 무술, 사격 등 모든 분야에 능통하셨다. 그분을 나의 롤모델로 삼았던 기억이 난다.
전역 후에 육아와 살림으로 경력 단절의 시간을 보냈다고 알고 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하나의 돌파구였나?
전역하고 경호 회사도 잠시 다녔지만, 결혼 후에 육아와 가사일을 하면서 경력이 단절됐다. 밖에서 뛰어다니길 좋아하는 성격인데 집 안에서 세 명의 아이만 보다 보니 답답함을 크게 느꼈다. 군대보다 육아가 더 힘들더라. 전래동화에 선녀가 내려와서 아이 셋을 낳고 다시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는 이야기가 있지 않나. 그 마음을 알 것 같달까. 세 아이를 키우면서 새로운 일, 새로운 직업을 찾는 것이 정말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조금 크면서 함께 캠핑을 다니면서 영상을 찍는데 꼭 나만의 탈출구를 찾은 기분이었다. 본격적으로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아, 지금 내 심장이 뛰는 일을 하고 있구나.’ 그런 생각을 자주 한다. 군인일 때 그랬던 것처럼.
유튜브로 소통하면서 민간인과 군인의 온도 차이를 체감한 적이 있다면?
일반 부대의 여군도 쉽게 볼 수 있는 존재는 아니지 않나. 여군도 소수인데 그중 특전사 여군은 0.1%의 극소수다. 때문에 그 자체를 신기하고 재미있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고. 예를 하나 들자면, 모든 군인은 자기 장비를 직접 챙긴다. 나한텐 지금도 그게 당연한 습관이다 보니 “무거운 건 남자가 들어야지.” 이런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반대로 내 영상의 댓글에 “내 주변 여자들도 은하 님 같았으면 좋겠다”는 말도 싫다. 각자마다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가지고 있는 능력이 다른 만큼 개개인을 있는 그대로 인정했으면 한다.
훗날 아이들이 입대하겠다고 하면 어떤 말을 해줄 텐가?
남편은 현역이고 나 역시 군인 출신이다 보니 아이들과 군대 얘기를 자주 한다. 아들 하나, 딸 둘인데 아들은 군대 가기 싫다고 하고 딸들은 당연히 가겠다고 하더라.(웃음) 만약 나중에 딸들이 커서 정말 입대하겠다고 하면 나도 우리 가족들이 그랬던 것처럼 “물론 갔다 와야지! 네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다 해!”라고 말해줄 것이다. 꼭 군인이 아니라 다른 어떤 직업을 선택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적극적으로 아이들을 응원해줄 것이다. 너는 뭐든 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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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손안나
  • 컨트리뷰팅 에디터/ 문혜준
  • 사진/ 김진용
  • 어시스턴트/ 김형욱
  • 웹디자이너/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