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의 패션계의 현실적인 아이디어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Fashion

팬데믹 이후의 패션계의 현실적인 아이디어

지금의 패션계가 처한 상황은 2차 세계대전 직후와 닮아 있다. 이 팬데믹 끝에 패션계엔 보다 쉽고 현실적인 트렌드가 찾아올 것이다.

BAZAAR BY BAZAAR 2020.11.18
세계적인 팬데믹 속에 갇힌 지금. 패션 에디터가 된 이후 처음으로 9월 말부터 10월 초에 이어 열리는 S/S 패션위크 출장을 떠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는 말이 더 정확하다. 대신 손안의 스마트폰 혹은 집 거실의 TV로 패션쇼를 관람했다. 마치 스포츠 중계를 보듯이. 사상 초유의 사태 속에 패션 하우스들은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2021 S/S 패션쇼를 발표했다. 기존 런웨이 방식과 디지털 플랫폼이 혼합된 2021 S/S 시즌을 막 마친 패션계. 여전히 혼란스럽지만 어느 정도 물리적 이동의 하이브리드는 이루어졌다. 현재와 달라질 ‘이후’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란 사실상 힘들다. 하지만 위기 이후에는 언제나 그렇듯, 더 쉽고 가벼운 방식을 찾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은 지금의 팬데믹을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시련이라고 경고했다. 총과 칼만 들지 않았을 뿐 전쟁에 견주되는 상황이라니. BBC는 이번 사태 이후 국수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창궐하고 각국이 경제 불황을 면치 못할 것이라 보도했다. 그래서 세계대전 이후 벌어졌던 상황과 비슷할 것이란 전망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50년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쟁은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아픔을 초래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발전과 진보를 일으켰다. 1950년대는 소비자 중심주의 사회였다. “자유에는 방향이 없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자유를 갈망했다. 1950년대 중요한 패션사는 1947년 디올이 발표한 뉴룩의 테일러링 기법을 시작으로 한 ‘룩과 라인의 대중화’로 이어진다. 1949년 디올이 파리 패션 수출의 75%나 차지했을 정도. 1950년대 초 발렌시아가 역시 나이나 체형에 관계없이 몸 위에 떠 있는 유선형 옷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전 시대의 코르셋에서 탈피해 조각 같은 형태로 전통적인 재단과 구성에서 벗어난 것. 1951년에는 어깨를 넓히고 허리선을 없앤 뉴 실루엣을 선보였다. 둥그스름한 멜론 소매, 벌룬 스커트, 하이웨이스트 수트, 코쿤 커브 코트, 튜닉 드레스, 베이비돌 드레스 같은 스타일을 최초로 선보이기도 했다. 이것들은 지금까지도 주요한 실루엣들로 2021 S/S 런웨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자벨 마랑이 선보인 메탈릭한 소재의 멜론 소매 블라우스, 발맹의 하이웨이스트 수트, 조너선 앤더슨이 선보인 베이비돌 드레스와 과장된 벌룬 디테일까지 1950년대의 패션과 꽤 닮아 있었다.  
 
1952년 디자이너 위베르 드 지방시는 세퍼러블즈(separables, 분리가능한 아이템)로 혁명을 일으킨다. 세퍼레이츠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와 자유롭게 믹스 매치할 수 있는 실용적인 룩이었다. 2021 S/S 시즌도 마찬가지. 디올의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 역시 실용성을 강조한다. “편안하면서도 다양하게 활용가능한 레이어드 룩을 디자인했어요. 지금 같은 혼란의 시대, 여성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고 원하는 것에 집중했죠.” 스포츠웨어와 드레스업을 넘나들 수 있는 레이어드 스타일은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위베르 드 지방시가 선보인 대표작,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오드리 헵번이 입었던 리틀 블랙 드레스도 1950년대를 강타한 아이템이다. 오랜 세월을 거쳐 여전히 수많은 패션 하우스가 매 시즌 빼놓지 않고 선보이는 이 아이템의 본질은 다용도성에 있다.
 
디자이너 발렌시아가의 대표작 폴카 도트 스모크 탑은 1951년작. 1960년 호텔 리츠 파리에서의 코코 샤넬.미국 스포츠웨어의 대표 디자이너 보니 캐신과 모델이 이야기를 나누고있다. 1950년.1952년 지방시가 선보인 빅 슬리브 코트.
1950년대 또 다른 획기적인 사건으로 코코 샤넬의 컴백을 꼽을 수 있다. 1954년, 샤넬은 심플하고 실용적인 의상을 발표했다. 브레이드 장식의 카디건 스타일 재킷과 무릎 밑 5~10cm까지 오는 샤넬 라인의 스커트로 다시 전성기를 맞이한다.
 
의상은 시대의 구분이 없어야 하고, 영원해야 하며, 편안하고, 무엇보다 입기 쉬워야 한다.
 
그녀의 패션 철학은 현재까지 유효하다. 현재 샤넬 하우스를 이끌고 있는 버지니 비아르 역시 지극히 현실주의자이다. 2021 S/S 컬렉션을 통해 “고전을 인용하지 않고, 즐겁고, 컬러풀하며, 동시에 생동감 넘치는 컬렉션을 만들고 싶었다”고 전해왔다. 레터링 프린트가 들어간 플루이드 드레스와 티셔츠, 카프리 팬츠, 트위드 수트, 낮은 굽의 슈즈까지. 당장 입고 거리로 나서도 될 만한 일상적인 룩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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