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의 인기 여행지로 늘 손에 꼽혔던 일본은 코로나19 이후 '그림의 떡'이 됐다. 유독 까다롭게 외국인 입국을 막아 온 일본 정부가 2년여 만에 일본 여행을 전면 재개할 거란 소식! 기하라 세이지 관방부장관이 일본의 가을 단풍을 언급하며 입국 규제 해제를 고민 중이라고 밝힌 만큼, 이번 가을은 일본의 단풍을 만끽하러 떠나보자.
세로로 길쭉한 지형의 일본은 오랜 기간 지역별로 단풍을 즐기기 좋아 단풍이 물드는 시기에 따라 여행을 하는 '단풍 여행객'도 있을 정도다. 일단 접근성 좋은 도쿄에도 단풍 스팟이 여러 곳 존재한다.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은 '메이지 진구 가이엔'. 아오야마2초메 교차로에서 진구가이엔까지 300m 가량 양 옆으로 쭉 이어지는 은행나무길은 가을철이면 황금빛으로 물든다. 밤이 되면 조명을 켜 노랗게 비치는 은행잎이 장관. 11월 중순에는 은행 축제가 열려 작은 마켓과 라이브 공연도 즐길 수 있으니 이 시기에 맞춰 가는 것이 가장 좋을 듯.
미즈모토공원은 도쿄도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수향 공원으로, 가을에 방문하면 보기 드문 메타세쿼이아 단풍을 만끽할 수 있다. 중앙 광장 옆에 있는 '메타세쿼이아의 숲'에는 높이 20m가 넘는 메타세쿼이아가 1800여 그루나 심겨져 있다고. 적갈색으로 물든 잎, 그리고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과의 대조도 감상 포인트. 근처에는 연못이 있어 수면에 비친 모습도 특별하다. 단풍이 가장 피크인 시기는 12월 초부터 하순까지.
'일본 단풍' 하면 교토 북서쪽에 자리한 해발 375m의 아라시야마(嵐山)가 빠질 수 없다. 삼면이 산에 둘러싸인 교토는 10월 하순부터 단풍이 물드는데, 교토 특유의 구도심 건축물과 단풍이 어우러진 길을 걷다 보면 신선이 된 기분. 특히 달이 건너는 다리라는 뜻을 가진 '도게쓰교(渡月橋)'는 아라시야마의 단풍 감상을 위한 최고의 스팟. 강물에 반사된 붉은 단풍과 다리가 어우러지면 일본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그림 속에 들어와있는 듯. 상류인 호즈강에서는 사공이 직접 노를 젓는 배를 타고 단풍을 감상할 수 있다.
교토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기요미즈데라(청수사)는 4계절 내내 관광객이 많은 곳이지만 가을엔 특히 그 경관이 수려해 많은 이들이 찾는다. 게다가 가을에 해가 짧아지면 조명을 켜는 '라이트업'이 진행돼 단풍을 캄캄한 저녁까지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 어두운 밤 붉은색 건축물, 단풍에 조명을 비추면 낮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을 맞닥뜨리게 된다. 더없이 화려한 경관에 눈이 호사를 누리는 만큼 밀려든 인파를 견뎌내는 건 우리의 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