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고 한적한 여행을 원할 땐, 전남 장흥으로!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Lifestyle

조용하고 한적한 여행을 원할 땐, 전남 장흥으로!

나만 알고 싶은 둘레길과 삼합 맛집, 반려견 동반 가능 숙소까지.

BAZAAR BY BAZAAR 2020.11.16
#진주의 바깥생활
Ep.4 장흥의 언택트 걷기 여행
 

나만 알고 싶은 신풍갈대습지 둘레길

장흥 유치면행정복지센터 건너에 진입로가 있다고 했다. 깜빡할 사이 길을 지나쳐 다시 차머리를 돌린다.좁은 샛길로 들어서자, 억새와 부들로 뒤덮인 습지가 끝 없다.유치면 마을과 다른 경계에 들어선 듯하다. 장흥댐이 건설된 2006년 이전의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이곳에서 뽕나무와 참나무 군락이 멋스러운 농가 마을을 만났을 것이다. 유치의 땅에 나고 자란 주민들은 댐 건설로 수몰된 고향을 떠나야 했다. 준공 계획이 시작된 해가 1996년이니 10여 년간이다. 
습지 입구엔 옛 마을 이야기를 담은 안내판과 ‘월암마을 12km’라고 쓴 표지만 홀연히 남아 있다. 신풍갈대습지는 과거의 슬픔을 떠올리기 어려울 만큼 무척 평온하다. 제멋대로 난 수풀 사이로 들어가는 데크를 걸어 본다.작은 너울조차 미동 없는 고요한 탐진호에 생금산 지맥의 능선이 거울처럼 비치고, 흰 철새가 큼지막한 그림자를 만들며 머리 위로 날아간다. 외딴 수변에는 사람보다 말똥과 산악자전거의 흔적이 더 많이 보인다. 
습지를 가로지르는 징검다리를 건넌 다음 수변 둘레길을 걷다 보면 지금은 이름만 남은 덕산마을과 돈지마을터, 돛대봉을 지나 슬로시티 월암마을에 이른다. 12km의 길이다. 바닷길이 열리는 소등섬이나 편백숲 우드랜드처럼 장흥의 알려진 다른 관광지만큼이나 아름다운 오솔길이지만, 지도 검색조차 되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런 까닭에 습지의 원형이 잘 보존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특히 강수량이 많은 늦여름 직후에는 만수위에 수몰된 고사목이 환상적인 풍경을 만든다. 둘레길을 걷는 동안 별다른 먹거리를 찾을 수 없으니 충분한 물과 스낵을 챙기자.
 
신풍갈대습지 전남 장흥군 유치면 신풍리 288-3유치면행정복지센터 건너편
 
 
 

아직도 못 먹어 봤나요? 장흥삼합!

서울 광화문에서 수직으로 내려오면 정남쪽에서 만난다고 하여 ‘정남진’이라 이름 지었다. 우리나라의 정남쪽을 대표하는 도시가 장흥인 것이다. 서울의 정남쪽 바닷가 마을이자, 남쪽에서 가장 따뜻한 고장인 장흥은 바닷길과 만나는 남해안 나루터이기도 하다. 산과 강,바다가 어우러진 풍요로운 토양에 먹거리가 유명한 것은 당연한 이치다. 탐진강 수변 공원에 자리한 정남진토요시장은 이른 시간부터 기운생동한 간판으로 번쩍거리며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주렁주렁 매달린 건어물 한쪽엔 표고버섯이 쌓여 있고, 각종 산나물과 미역귀, 말린 톳도 한가득하다. 약초와 키조개들 사이로 황금색 한우 조형물이 앉아 있다. 장터의 1층은 대부분 정육 가게로 2층엔 상차림 가게들이 들어서 있다. 1층에서 고기를 고르면 2층 식당에서 삼합 요리를 세팅해 낸다. 장흥 한우, 키조개 관자, 표고버섯을 구워 함께 먹는 그 유명한 ‘장흥삼합’이다. 사실 이번 장흥 취재의 목적은 장흥삼합을 맛보기 위함이었다. 1990년대부터 키조개 양식을 시작한 장흥은 전국 키조개의 80%를 생산한다. 잠수복을 입고 7~8m 수심의 개펄에 새끼 키조개를 심고 5년을 기다려 수확해야 하는 노고도 따른다. 
1등급 장흥 한우와 청정 지역에서 자란 표고버섯, 그리고 귀한 키조개 관자가 만났으니 보약이 따로 없다. 시장 대부분의 식당이 사람들로 북적이는데, 정남진만나숯불갈비(061-864-1818)가 유명하다. 뭣보다 구멍 뚫린 불판보다는 육즙이 모이는 팬에 내는 식당을 고르자. 육즙에 지글지글 끓은 관자와 참나무 표고버섯을 소고기와 나란히 쌓아 국물까지‘호로록’ 해야 하니까!
 
정남진토요시장 전남 장흥군 장흥읍 토요시장3길 15
 
 
 

기암괴석을 바라보며 억새 능선을 걷는다

가을 천관산의 청량한 새벽 공기를 들이마시고 싶었다. 호남권 5대 명산 중 하나인 천관산의 자연휴양림에서 하루를 머문 이유다. 진입로에 들어서자마자 “해가 지기 전에 입구에 도착하셔야 합니다.”라고 한 휴양림 직원의 말을 바로 이해한다. 천관산의 심장 부위까지 지그재그로 오르는 8km의 험난한 산길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친 바위 면의 반대 길은 천 길 낭떠러지다. 느릿느릿 운전해 겨우 해가 지기 직전 휴양림에 도착한다. 
노송나무, 편백, 동백나무와 비자나무 숲으로 우거진 자연 그대로의 숙소는‘국민 건강 증진’ ‘삶의 질 향상’이라고 입구에 쓰여 있는 표지판 그대로다. 여행의 질이 한층 높아지는 기분이랄까. 전망은 끝내주고,숙박동이 띄엄띄엄 있어 독립적인 분위기며 직원들은 숲을 소중하게 대한다. 더욱이 통나무집 두 곳은 반려견 동반 숙소로 시범 운영하고 있으니 이곳을 예약할 이유는 많다. 가을 억새밭의 장엄한 풍경과 기기묘묘한 바위를 경험하고자 가을마다 인파를 이루는 천관산이지만, 휴양림에서 정상을 향하는 능선길은 한적하다. 일요일인데도 등산객을 1명도 마주치지 않는다. 휴양림 내부의 반려견 산책은 금지되어 있지만, 휴양림 등산로로 천관산 연대봉 정상까지 이르는 길은 자유롭게 동행할 수 있다. 
천관산은 1,000명의 스님이 수행하던 절터였다. 천관보살이 머물며 설법하던 곳이라 천관산이라 불렸고, 산의 기세가 황제의 면류관과 닮았다고 해서 천관산이라 명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특히 정상까지 이르는 연대봉 능선에서 마주한 기암은 가래떡을 층층이 세운 것처럼 독특하고, 뾰족한 활촉을 꽂은 듯 기세등등하다. 조선시대 실학자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천관산을 ‘돌 형상이 기이하고 훌륭하며, 항상 자줏빛 구름과 흰 구름이 산 위에 떠 있다’라고 썼다. 
발아래 구름을 두고 짙푸른 가을 하늘을 감상하는 기쁨이 크다. 말간 날 정상에 서면 남해안 다도해가 선명하고 영암의 월출산,장흥의 제암산, 광주의 무등산을 나아가 제주 한라산까지 보인다고. 코로나로 그 많은 억새를 잘라 버렸지만, 위풍당당하게 융기한 기암괴석의 풍치는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다.
 
천관산자연휴양림 전남 장흥군 관산읍 칠관로 842-1150
 
팝업 닫기

로그인

가입한 '개인 이메일 아이디' 혹은 가입 시 사용한
'카카오톡,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이 가능합니다

'개인 이메일'로 로그인하기

OR

SNS 계정으로 허스트중앙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원이 아니신가요? SIGN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