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에 '귀족룩'이 트렌드인 이유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Fashion

코로나 시대에 '귀족룩'이 트렌드인 이유

여유로움과 낭만이 희미해진 2020년, 귀족적인 우아함을 갈망하다.

BAZAAR BY BAZAAR 2020.09.03
팬데믹 시대 혹은 이례없는 기상변화와 사투를 벌여야 하는 오늘날. 옷장 속에 낭만을 불어넣는다는 건 무모한 도전일까? 그러나 동시대의 디자이너들은 ‘좀 더’ 차려입길 권장하고 있다. 크든 작든 나의 MBTI 속 한편을 차지하고 있을 우아함을 끄집어내 마치 21세기를 사는 귀족이 된 것처럼 입어보라 권고한다.(쉽고 간편한 옷들은 언제 어디에서나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건 마리 앙투아네트처럼 요란하게 치장하란 얘기가 아니다. 과거의 아름다운 복식들을 돌이켜보고, 우아한 문화생활을 지향하며, 18~19세기 부르주아의 낭만을 일깨워보자는 것.
 
그 결과 이번 시즌 런웨이엔 무척이나 귀족적인 룩들이 다채롭게 등장했다. 가장 두각을 드러낸 건 승마경기에서 영감을 받은 이퀘스트리언(Equestrian) 스타일. 승마복에 가까운 이 옷들은 샤넬, 토리 버치, 에르메스, 브랜든 맥스웰, 마이클 코어스, 셀프 포트레이트 등 다수의 쇼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대표적인 피스인 더블 브레스트의 라이딩 코트, 승마 팬츠, 니하이 부츠, 마구 모티프의 액세서리들은 승마 스포츠가 가진 우아함에 활동성까지 갖췄다는 것이 장점이다. 시대극에서 튀어나온 듯한 빅토리안 무드 역시 주목해야 할 빅 트렌드. 선택은 두 가지다. 과장되게 즐기거나, 포인트만 남긴 채 모던하게 재해석한 룩으로 믹스매치하거나. 드라마틱한 빅토리안 무드를 원한다면 구찌와 로다테를 눈여겨보고, 그 반대라면 카이트와 JW 앤더슨의 컬렉션을 살펴보길. 
 
 
고급스러움을 논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인 소재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을 터. 그중 특유의 우아한 광택과 촉감으로 귀족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벨벳의 활약이 단연 눈부시다. 빳빳한 질감의 레이온 벨벳, 무늬가 들어간 브로케이드 벨벳, 가볍고 부드러운 시폰 벨벳 등 다양한 벨벳 소재가 폭넓게 활용되었으니. 그 활약상이 궁금하다면 1970년대 부르주아 클래식의 부활을 이끌어낸 셀린을 중심으로, 짐머만, 에트로, 펜디, 발망의 컬렉션을 눈여겨보라.
 
풍성한 실루엣을 완성하기 위해 방대한 양의 패브릭을 아낌없이 사용한 17~18세기의 볼 가운(Ball Gown)은 당시 귀족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였다. 여느 때보다 많은 이브닝드레스가 쏟아져 나온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은 당시의 볼 가운을 재현한 듯한 드레스 퍼레이드로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했다. 또 지난 몇 시즌 동안 강세를 보인 퍼프 슬리브가 보다 강력한 형태로 등장해 눈길을 끈다. 약간의 트위스트가 가미된 펜디의 퍼프 소매 룩, 압도적인 볼륨감의 퍼프 소매가 달린 드리스 반 노튼의 드레스가 대표적인 예. 물론 손쉬운 방법으로 일상에 귀족적인 무드를 깃들게 해줄 피스도 존재한다. 올 시즌 케이프 코트는 무척이나 다양하게 등장한 데다 오스카 드 라 렌타, 로에베, 마이클 코어스의 버튼 장식 케이프는 지금 옷장 속에 있다 해도 어색함이 없을 정도니까. 특히 플리츠 스커트에 빅토리안풍 블라우스를 매치하고 발목까지 오는 체크 무늬 케이프 코트를 걸친 셀린의 룩은 올겨울 꼭 시도해보고 싶은 스타일링. 
 
자, 이제 21세기 귀족으로 거듭나기 위한 마지막 코스만이 남았다. 잘 차려입은 룩을 완성하기 위한 회심의 아이템, 바로 장갑이다. 그중에서도 팔꿈치를 덮는 길이의 오페라 장갑이 강세를 보일 전망. 뉴욕의 마크 제이콥스부터 파리의 발렌티노까지, 이 장갑을 매치한 룩을 무수하게 만나볼 수 있었다.
 
제약적인 상황일수록 표현의 욕구는 더 커지기 마련. 18세기에 등장한 낭만주의 역시 고전주의의 엄격함과 규칙을 중시하는 신고전주의에 대한 반발로 탄생한 것이 아니던가. 옷차림에 고귀함을 더하는 행위가 각박한 시대를 슬기롭게 이겨내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고귀한(Noble) 사람은 고귀한 사람들을 끌어들이며 그들을 붙잡는 법을 알고 있다”는 괴테의 말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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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이진선
    웹디자이너/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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