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톱, 재킷, 팬츠는 모두 Dries Van Noten. 귀고리는 Leyie. 목걸이는 Ports 1961.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장겨울’ 선생을 사랑하는 팬들이 찾아보는 그의 전작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예전 작품을 많이들 찾아보셔서 놀랐어요. 졸지에 저도 태그되어 보곤 하는데, 제 출연 분량이 많은 작품을 원하시는 분들은 주로 〈미스트리스〉(2018)와 〈어떤 살인〉(2015)을, 캐릭터에 집중해서 보고 싶어하는 분들은 〈아르곤〉(2017)과 〈변산〉(2018)을 찾으세요(웃음).” 스스로 표현하며 새롭다고 느낀 인물은 〈변산〉의 ‘미경’이다. “미경은 밝고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에요. 사랑이 많아서 입장이 모호해 보이는 순간도 있고요. 어떻게 하면 밉지 않게 그려낼까 고민했어요.” 인물의 다층적인 면모를 끌어내는 그에게 배우란 “다양한 삶과 사람의 성향을 받아들이고 공부하게 하는 직업”이다.
이번 드라마로 신현빈을 알게 된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는 2010년 데뷔해 차곡하게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11년 차 배우다. 외부의 시선으로부터는 덤덤한 편이다. “좋은 소리든 나쁜 소리든 나라는 존재 자체를 바꿀 순 없으니까요. 거기 휘둘리면 삶이 너무 괴로워지잖아요.(웃음) 배우라는 업의 특성상 자기 자신을 결과물과 동일시하기 쉬운데, 현장에 있는 나와 촬영에 들어간 순간의 나, 일상의 나는 또 다르거든요.”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배우 안은진은 신현빈을 두고 “아싸 같지만 실은 인싸”라 표현했는데, 이 말을 전하니 크게 웃는다. “본래 사교적인 사람은 아니에요. 학창시절 친구에게 다가가는 성격도 아니었고요. 나중에 돌이켜보니 먼저 밥 먹자고 하고 집에 같이 가자고도 해준 친구들에게 고마웠어요. 먼저 말 걸지 않고도 용케 잘 살아왔군, 싶었고요. 사람에 대한 소중함과 애틋함이 커지고 있어요.”
10년간 한 길을 잠잠히 걸어온 그에게도 괴로움의 시기는 물론 있었다.
언젠가 이런 생각을 한 적 있어요. 나는 길인 줄 알고 계속 걷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러닝머신 위 같은 거죠. 뭔가 속은 느낌? 풍경이 변하고 있다 느꼈는데 그게 스크린 같았어요. 그때 친구가 이런 얘기를 해줬어요. ‘지금 네가 있는 곳이 러닝머신 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 거기 올라갔는지 모르는 채 걷고 있는 것처럼 어느 순간 발밑의 러닝머신이 사라지고 진짜 길을 걷는 시기가 올 거다.’ 그때의 괴로움이 지금 연기하는 데 큰 도움이 돼요. 진부한 얘기지만, 정말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