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Culture

코로나 시대의 독립 예술 영화관

코로나19 이후 많은 것이 바뀔 거라 말한다. 그 변화의 중심에서 거센 파도를 온몸으로 맞고 있는 일상 공간이 있다. 바로 영화관이다.

BYBAZAAR2020.06.27
지난 설 무렵 코로나 확진자가 멀티플렉스를 다녀가면서 극장은 불온한 공간으로 인식되었다. 어둡고, 밀폐되고, 익명의 사람들이 모이는 곳인 데다 코로나 초기였으니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국 영화관의 하루 관객이 1만 명대로 떨어지며 역대 최저 수치를 기록했다. 대기업 멀티플렉스조차 매출 추락을 버티지 못하고 속속 휴업에 돌입했다. 극장의 상영 횟수는 대폭 줄고 신작 개봉은 기약 없이 미뤄지니 이러한 판국에 관객이 극장을 찾을 이유는 더더욱 사라졌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다. 올 1분기 넷플릭스 신규 가입자 수는 약 1천6백만 명이다. 지난해 말 가입자에 비해 9.5% 늘었다. 정작 작품을 보는 시간보다 뭘 볼지 고민하는 시간이 더 많아진 바야흐로 ‘넷플릭스 증후군’ 시대. 평소에도 가뜩이나 극장 운영이 힘에 부쳤던 독립예술영화관은 더 심각한 위기에 놓였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관객을 유인하기 위한 홍보 마케팅을 펼치기란 조심스럽다. 그것도 영화관 주체가 나서기는 더욱 힘들다. 사회 전반이 어려운 시기에 자칫 ‘제 밥그릇 지키기’ 정도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고사 상태에 빠진 미니시어터를 살리기 위해 영화감독들이 주축이 되어 ‘세이브 더 시네마(Save The Cinema)’ 캠페인을 4월 초 출범시켰다. 주된 목적은 독립예술영화관의 위기를 알리고 후원금을 모으는 것이었는데, 펀딩 개시 후 3일 만에 목표치인 10억원을 훌쩍 넘겼다. 일본 정부의 코로나 대응에 비견한다면 일본 문화예술계의 위기 인식 수준은 높은 편이다. 한국에서도 5월 초 독립예술영화관을 살리기 위한 캠페인이 시작됐다. ‘세이브 아워 시네마(Save Our Cinema)’. 독립예술영화계 인사 몇몇이 뜻을 모았는데, 구체적 펀딩 목표액이나 행동 방안이 있었다기보다는 일단 세상에 구조 신호라도 보내야겠다는 목적이 컸다. 정부와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펼치는 영화 지원 정책은 대기업 멀티플렉스 편향으로, 독립예술영화관은 무방비한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지에서 영화인들이 각자의 독립영화예술영화관 경험을 공유하는 것으로 릴레이 캠페인이 시작됐고, 그렇게 퍼진 인지도는 일본의 ‘세이브 더 시네마’ 이상으로 확장되었다. 이 흐름은 이후 보다 실질적인 후원금 펀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일본의 일사불란함에 비하면 한국의 움직임이 다소 더뎌 보이는데, 이는 국내 독립예술영화관 토양이 복잡한 탓도 있다. 일본은 미니시어터의 역사가 워낙 긴 데다 공공 지원이나 관객 후원에 의존하는 영세한 민간영화관이라는 인식이 확실한 반면, 한국의 경우는 대기업과 공공기관, 개인이 운영하는 곳 등으로 업장의 성격이 혼재해 있다. 아마 관객 대부분은 멀티플렉스가 운영하는 독립예술전용관이 국내 독립예술영화관의 전부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니 대중이 대기업의 사업을 도와야 할 이유나 명분을 찾기란 어려울 것이다.
 
6월 초 영진위는 직격탄을 맞은 영화 업계를 위해 영화표 할인권 1백33만 장을 지원하는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독립예술영화계의 분통을 터지게 하는 기폭제가 되었는데, 할인권 95%가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씨네Q 4개 회사에 배정되었던 것이다. 관객 점유율을 기준 삼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발생한 것. 게다가 할인권 사업을 멀티플렉스부터 시행했기 때문에 작은 극장들은 그나마 있던 관객마저 멀티플렉스에 빼앗긴 형국이다. 부익부 빈익빈. 정부의 지원 대책에서도 영세 극장이 소외되었다는 지적이 나올 만도 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포스트 봉준호’ 열풍이었다. 멀티플렉스 안에도 독립영화관을 지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더니 정작 기존 독립예술영화관에 대한 배려가 없다. 인건비, 운영비 등 직접 지원이 들어와도 모자랄 판국에 현 할인권 정책은 문제가 많다.  ‐ 주희(엣나인필름 이사)
 
프랑스나 독일 같은 유럽의 적극적인 문화예술 지원 정책을 부러워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도 없어 자체적으로 ‘세이브 아워 시네마’를 시작했듯, 개별 극장들은 나름의 자구책을 구상하고 있다.
 
사실 코로나 이전부터 위기였다. 멀티플렉스, OTT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고민해왔다. 인디스페이스 경우 관객 친화적 영화관을 기조로 삼고 있다. 6월부터 8월 초까지 여성영화인모임, 퍼플레이와 손잡고 여성영화인을 만나는 릴레이 토크 프로그램을 전개한다. 여성영화인이 고른 영화를 함께 보고 그들의 시선과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 원승환(인디스페이스 관장)
 
2월 말부터 휴관에 들어갔던 KT&G 상상마당 시네마도 6월 말 재개관을 목표로 영화관을 정비하고 굿즈 숍을 마련했다.
 
지금까지는 독립예술영화 굿즈를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플리마켓 정도였다. 굿즈 숍 콘셉트를 영화사별로 잡아 매달 다른 상품을 선보인다. 코로나19의 충격타가 가시지 않아 앞으로를 전망할 상황은 아니지만, 향후 극장의 모습은 저마다의 특색이 있어야 할 것이다. ‐ 김신형(KT&G상상마당영화사업 부장)
 
독립예술영화관 아트나인을 운영 중인 엣나인필름의 주희 이사는 “6월 말 라스 폰 트리에 기획전을 메가박스에서 열 계획이다. 단관에서만 진행하는 이유는 새로 개봉하는 작품들의 자리를 빼앗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양질의 프로그램과 오롯이 영화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면 예전처럼 관객을 극장으로 모으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훗날 극장은 저렴한 오락상품을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특화된 공간으로 변모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코로나 이후의 시대에는 넷플릭스와 극장, 대기업 멀티플렉스와 작은 극장 간의 단순한 경쟁 구도가 아니라 보다 풍성한 문화적 환경이 마련될 수 있기를, 위기 이후 더 아름다운 풍경을 보게 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앞으로 우리가 원하는 극장의 모습을 떠올려보는 것도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 각자의 의무이자 즐거움일 것이다.
 

 

NOW SHOWIGN

지금 독립예술영화관에서 볼만한 영화 네 편. (6월 14일 기준)

〈차룰라타〉 @서울아트시네마
서울시 종로구 돈화문로 13 
서울아트시네마가 사티야지트 레이의 특별전을 개최한다. 〈대도시〉와 함께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발리우드의 이단아였던 감독의 작가주의적 면모를 엿볼 수 있다.
 
〈환상의 마로나〉 @씨네큐브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 68
상반기,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은 애니메이션. 강아지 마로나가 새로운 주인을 만나면서 겪는 뭉클한 사건을 환상적인 터치로 표현했다.
 
〈보이콰이어〉 @필름포럼
서울시 서대문구 성산로 527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름들로 만든 노래〉로 깊은 인상을 남긴 프랑수아 지라르의 전작으로 역시 음악을 소재로 했다. 국립소년합창단을 무대로 더스틴 호프만과 캐시 베이츠가 소년들과 소통한다.
 
〈국도극장(감독판)〉 @인디스페이스
서울시 종로구 돈화문로 13
명필름랩에서 제작한 다섯 번째 독립영화. 고향 벌교로 돌아와 낡은 재개봉 영화관 국도극장에서 일을 시작하는 고시생 역으로 이동휘가 열연했다.
 

Keyword

Credit

  • 글/ 김현민(영화 저널리스트)
  • 에디터/ 손안나
  • 사진/ Getty Images,해당 영화 스틸 컷
  • 웹디자이너/ 김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