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관객을 유인하기 위한 홍보 마케팅을 펼치기란 조심스럽다. 그것도 영화관 주체가 나서기는 더욱 힘들다. 사회 전반이 어려운 시기에 자칫 ‘제 밥그릇 지키기’ 정도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고사 상태에 빠진 미니시어터를 살리기 위해 영화감독들이 주축이 되어 ‘세이브 더 시네마(Save The Cinema)’ 캠페인을 4월 초 출범시켰다. 주된 목적은 독립예술영화관의 위기를 알리고 후원금을 모으는 것이었는데, 펀딩 개시 후 3일 만에 목표치인 10억원을 훌쩍 넘겼다. 일본 정부의 코로나 대응에 비견한다면 일본 문화예술계의 위기 인식 수준은 높은 편이다. 한국에서도 5월 초 독립예술영화관을 살리기 위한 캠페인이 시작됐다. ‘세이브 아워 시네마(Save Our Cinema)’. 독립예술영화계 인사 몇몇이 뜻을 모았는데, 구체적 펀딩 목표액이나 행동 방안이 있었다기보다는 일단 세상에 구조 신호라도 보내야겠다는 목적이 컸다. 정부와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펼치는 영화 지원 정책은 대기업 멀티플렉스 편향으로, 독립예술영화관은 무방비한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지에서 영화인들이 각자의 독립영화예술영화관 경험을 공유하는 것으로 릴레이 캠페인이 시작됐고, 그렇게 퍼진 인지도는 일본의 ‘세이브 더 시네마’ 이상으로 확장되었다. 이 흐름은 이후 보다 실질적인 후원금 펀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일본의 일사불란함에 비하면 한국의 움직임이 다소 더뎌 보이는데, 이는 국내 독립예술영화관 토양이 복잡한 탓도 있다. 일본은 미니시어터의 역사가 워낙 긴 데다 공공 지원이나 관객 후원에 의존하는 영세한 민간영화관이라는 인식이 확실한 반면, 한국의 경우는 대기업과 공공기관, 개인이 운영하는 곳 등으로 업장의 성격이 혼재해 있다. 아마 관객 대부분은 멀티플렉스가 운영하는 독립예술전용관이 국내 독립예술영화관의 전부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니 대중이 대기업의 사업을 도와야 할 이유나 명분을 찾기란 어려울 것이다.
6월 초 영진위는 직격탄을 맞은 영화 업계를 위해 영화표 할인권 1백33만 장을 지원하는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독립예술영화계의 분통을 터지게 하는 기폭제가 되었는데, 할인권 95%가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씨네Q 4개 회사에 배정되었던 것이다. 관객 점유율을 기준 삼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발생한 것. 게다가 할인권 사업을 멀티플렉스부터 시행했기 때문에 작은 극장들은 그나마 있던 관객마저 멀티플렉스에 빼앗긴 형국이다. 부익부 빈익빈. 정부의 지원 대책에서도 영세 극장이 소외되었다는 지적이 나올 만도 하다.
프랑스나 독일 같은 유럽의 적극적인 문화예술 지원 정책을 부러워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도 없어 자체적으로 ‘세이브 아워 시네마’를 시작했듯, 개별 극장들은 나름의 자구책을 구상하고 있다.
2월 말부터 휴관에 들어갔던 KT&G 상상마당 시네마도 6월 말 재개관을 목표로 영화관을 정비하고 굿즈 숍을 마련했다.
독립예술영화관 아트나인을 운영 중인 엣나인필름의 주희 이사는 “6월 말 라스 폰 트리에 기획전을 메가박스에서 열 계획이다. 단관에서만 진행하는 이유는 새로 개봉하는 작품들의 자리를 빼앗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양질의 프로그램과 오롯이 영화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면 예전처럼 관객을 극장으로 모으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훗날 극장은 저렴한 오락상품을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특화된 공간으로 변모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코로나 이후의 시대에는 넷플릭스와 극장, 대기업 멀티플렉스와 작은 극장 간의 단순한 경쟁 구도가 아니라 보다 풍성한 문화적 환경이 마련될 수 있기를, 위기 이후 더 아름다운 풍경을 보게 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앞으로 우리가 원하는 극장의 모습을 떠올려보는 것도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 각자의 의무이자 즐거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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