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se Wylie

켄트(Kent)에 위치한 자신의 집 겸 스튜디오에서, 로즈 와일리.
2010년, 저메인 그리어(Germaine Greer)가 선정한 ‘영국의 가장 핫한 신진 아티스트’ 로즈 와일리는 화가이다. 그의 특대형 작품 〈세리나 윌리엄스〉는 와일리의 전형적인 작품 중 하나로, 2017년 후반 서펜타인 갤러리에서 진행했던 단독 전시회를 통해 온 영국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당시 그의 나이 83세였다. 20대 시절 와일리는 도버 스쿨 오브 아트(Dover School of Art)에서 학업을 마친 후, 영국 디자인 대학교 골드스미스(Goldsmiths)에서 공부하던 중 남편 로이 옥슬레이드(Roy Oxlade)를 만났다. 부부는 1968년에 현재 우리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곳에 오기 전까지 캐나다를 거쳐 웨일스에서 살았다. 와일리는 한동안 자식을 키우고, 남편 옥슬레이드(2014년 사망)를 내조하며 집안일에 전념했다. 그가 다시 붓을 든 건 1970년대 후반이었다. “그림을 그릴 여유가 없었어요. 스튜를 끓여야 했고, 옷을 만들어야 했죠…. 저는 뭐든 직접 해야 성이 풀리는 스타일이에요. 물고기도 직접 잡고 뼈도 바르죠.”
와일리의 아이디어와 영감에 대해 분석해본다. 엘 그레코(El Greco)를 비롯해 월트 디즈니, 운동선수, 할리우드 핀업, 성자, 멕시코인 이발사, 스바 여왕, 쿠바 댄서, 엘리자베스 테일러, 엘리자베스 1세 그리고 그의 고양이 피트(Pete)까지. 영감의 원천은 유쾌하고 제멋대로다. 와일리의 문체 또한 폼페이 유적지부터 이집트 하즈(Hajj) 벽화, 마티스의 스틸라이프(still-life) 시리즈와 만화까지 다양하게 아우른다. 만화는 그의 작품에서 훌륭한 대화를 시도하는 수단이다. “사람들은 만화를 저급하고 유치하다고 말하기도 해요. 그런 말을 들으면 화가 나죠. 전 제가 뭘 하고 있는지, 무엇을 선택하는지 정도는 알고 있어요. 만화는 직접적이고, 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걸 좋아해요. 고상한 척 하는 건 질색이에요.”

로즈 와일리, 〈ER & ET〉, 2011.
그의 문학 취향처럼 와일리의 관점은 보수적인 동시에 진보적이다. 별로 놀랍지도 않겠지만, 그는 자신의 나이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채 늘 그렇듯 여전히 많은 그림을 그린다. 때로는 밤까지 작업을 이어가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가 가진 미래에 대한 포부는 무엇일까? 당연하게도 모든 메이저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여기는 것이다. “전 늘 덴마크 루이지애나 미술관에서의 전시를 꿈꿨어요. 테이트 모던 미술관도 좋죠. 물론 모마도요.” 종종 심각한 표정을 짓기도 했던 와일리는 주로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했다. 그에게 자기비하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때 한 아티스트의 평범한 아내였던 와일리는 스스로의 능력으로 지금은 영국 미술원 회원이 되었고, 미술계 내부 파티와 특별 초대전의 초대장이 그의 우편함에 쌓여 있다.

로즈 와일리, 〈Volcano Witch〉, 2004.
다시 건물 안으로 돌아와, 그가 한때는 옥슬레이드의 스튜디오였던 집 안으로 길을 안내한다. 현재 이 집은 작업 스튜디오와 주방으로 꾸며졌고, 재스민 덩굴이 지붕을 따라 자라고 있었다. 와일리가 화려한 용기에서 고급스러워 보이는 비스킷을 꺼내 내 손에 올려주었다. “내가 너무 쪼잔했네요. 두 개를 줄게요. 많이 나누기에는 너무 특별한 것들도 있죠.”
와일리와 그의 작품을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해석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보이는 대로 바라보는 방식은 그의 진정한 의도를 놓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예술가의 엘리트 의식은 ‘보잘것없는 것’이라 생각하는 화가이다. 그저 자신의 작품이 날개를 달고 날아가길 바랄 뿐이다. “작품은 마치 제 자식 같아요. 정말 사랑하지만, 너무 제게 의존하며 성장하길 바라지는 않잖아요. 그들이 이 세상으로 나가서 자신의 삶을 살길 바라죠. 그리고 이는 기꺼이 전시회에 가서 작품을 구매한 사람에게 따뜻하게 대해주는 것과도 비슷해요. 조심히 가세요! 길가에 개구리 조심하고요!”
샬롯 브룩(Charlotte Brook)은 아일랜드의 작가로, 다양한 시집을 출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