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종협의 첫 도전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랜선 남친에서 이제 브라운관 남친으로. 웹드라마를 휩쓸며 각종 ‘남친짤’을 생성한 채종협에게 2020년은 특별한 시작이다. | 스토브리그,채종협,남친짤,야구,드라마

 ━  BRAND NEW BOY   곧 드라마 <스토브리그>가 방영하죠? 본방사수는 어떻게 할 계획인가요?  12월 13일에 첫방입니다. 되도록이면 혼자 보고 싶어요. 제가 가족이랑 같이 살아서 혼자 보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친구 집에 도망가서라도 꼭 혼자 보려고 합니다. 쑥스럽습니다. 예스러운 표현이긴 하지만 첫 ‘브라운관 도전’이잖아요. 임하는 자세가 남달랐을 것 같아요.  마냥 바랐고 하고 싶고 되고 싶다고만 생각한 일인데 막상 하게 되니까 얼떨떨해서 아무 생각이 안 납니다. 처음엔 무조건 역할에 빠져들어서 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요. 욕심은 엄청 많이 나지만 다 같이 만드는 작품이기 때문에 제 욕심만 부릴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그걸 첫 번째 촬영, 두 번째 촬영 하면서 조금씩 깨달았고 지금은 욕심 대신 요점을 잡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야구밖에 모르는 투수 역할이라죠?  제가 원래는 야구라는 스포츠를 잘 몰랐습니다. 요즘엔 길 가다가도 누가 야구 잠바를 입고 있으면 저 팀은 어딜까 찾아보게 되고, 버스나 지하철에서 야구 얘기가 들리면 괜히 귀 기울이게 됩니다. 역할에서 ‘야구 바보’가 되어가는 것처럼 실제로도 점점 바보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웃음) 데뷔 스토리가 남달라요. 처음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모델 일을 시작했다고요?  남아공에서 유학 중이었는데 거기서 만난 모델 형의 소개로 시작하게 됐어요. 그런데 저는 매번 최종 오디션에서 떨어졌어요. 그때는 제가 왜 떨어지는지 몰랐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신감의 문제였던 것 같아요. 모델치고는 작은 키다 보니까 위축됐던 것 같습니다. 결국 공부를 마무리하고 한국에 왔죠.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모델 일을 해보자 했는데 우연히 미국 드라마 오디션을 보게 됐습니다. 공부할 게 훨씬 많더라고요. 그때부터 조금씩 연기에 흥미를 갖게 된 것 같아요.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인생을 캐릭터를 통해 살아볼 수 있고, 제가 생각하는 대로 그 사람을 꾸며낼 수 있잖아요.   블루종은 Hugo Boss. 터틀넥은 J. Lindeberg. 모델 일을 하기엔 외모에서 개성이 뚜렷한 편이 아니라 그게 단점이라고 생각했다죠? 사실 그게 연기자로선 장점인 거잖아요. 훌륭한 연기자들 중엔 개성이 뚜렷한 마스크보다는 어떤 역할을 맡든 거기에 잘 녹아드는 외모인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저도 그때보단 자신감이 생긴 것 같습니다. 제가 웹드라마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 때마다 그 역할로 봐주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생긴 게 다가 아니고 거기에 제가 어떤 액션을 취하고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서 이미지가 달라진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개성이 없는 게 좋은 거구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웹드라마를 통해 그런 피드백을 바로바로 체감했을 텐데 기분이 어땠어요?  짜릿한데 숨깁니다. 부끄러워서. 혼자 집에 가서 좋아하는 스타일입니다. 포커페이스가 잘 되는 편인가 봐요?  네, 잘 숨깁니다. 아, 지금은 일부러 부끄러운 척하는 겁니다.(웃음) 오히려 집에 가면 괜찮습니다. 야구 포지션에 비유하면 본인은 어떤 타입인가요? 직구만 던지는 투수일 수도 있고 슈퍼세이브를 하는 유격수일 수도 있고요.  희망사항으로는 포수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주변인을 잘 보듬는 다정다감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건가요?  주변에서 그렇게 봐주시기도 하고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서 더 노력하는 면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실제의 저는 아직 마운드 위에 없고 불펜에서 대기 중인 것 같습니다.   코트는 Juun. J. 니트는 Hugo Boss. 데님 쇼츠는 Koyu. 로퍼는 Dr. Martens. 양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제 곧 마운드에 오를 텐데, 10년 혹은 20년 뒤에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은가요?  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누구처럼 되어야지 그런 생각보다는 당장 나한테 주어진 하루하루에 만족하는 스타일입니다. 지금은 코앞에 닥친 일을 열심히 해나가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게 자연스러운 발상이긴 한데, 주변에서 욕심을 더 가지라고 조언하진 않던가요?  그런 얘기를 많이 하시는데, 제가 평소에 생각이 정말 많아요. 돌이켜보면 너무 많은 생각과 고민이 오히려 저를 구렁텅이에 빠뜨렸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다음 촬영, <스토브리그> 딱 거기까지만 생각하려고 해요. 뭔가에 쉽게 확신을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조심스러워요. 원래 오늘 인터뷰에서 이런 얘기는 안 하려고 했는데. 그냥 두루뭉실하게 “행복합니다” 이러려고 했는데 진심을 다 말해버렸습니다. 아까부터 하고 싶었던 얘기입니다만, ‘다나까’ 말투를 쓰는 것이 독특합니다.  아! 습관이에요. 어렸을 때 말하는 게 너무 애 같다는 소리를 들어서 고쳤습니다. 사실 지금은 제가 ‘다나까’를 쓰고 있는 줄도 몰랐어요. 좌우명이 있나요?  한번 ‘씨익’ 웃고 넘어가자. 대내용입니다. 대외용 좌우명은 무엇인가요?  일체유심조.(웃음) 웃는 모습이 예뻐요. 대내용 좌우명처럼요.  원체 웃지 않는 아이였는데, 어른들이 웃어야 복이 온다고 하셔서 그때부터 복 받으려고 일부러라도 자꾸 웃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조금씩 익숙해진 건가 봐요.   더블 브레스트 수트는 Man On The Boon. 터틀넥, 집업 셔츠는 모두 Lemaire. 로퍼는 스타일리스트소장품. 채종협은 본명이죠? 발음하기 조금 어렵습니다. 가명을 쓰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채종협입니다, 하면 최종협이나 채종엽으로 알아듣는 분들이 많아요. 쉬운 이름으로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는데, 다르게 생각하면 이름이 특이하기 때문에 한번 각인이 되면 그다음부터는 더 잘 기억해주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동의해요. 미국에서 오프라 윈프리가 얼마나 어려운 이름인데요.  초등학교 시절에 부모님한테 이름이 어렵다고 바꿔달라고 졸랐던 기억이 나요. 보통 초등학생이 자기 이름이 어렵다는 이유로 바꾸고 싶어하고, 인상을 고치고 싶어서 웃는 연습을 하나요? 엄청 자기객관화가 잘 된 어린이였네요.  그러게요. 제가 원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자꾸 노력한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초등학교 시절 거실에 누워서 티비를 보고 있으면 엄마가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아, 엄마는 종협이가 나중에 텔레비전에 나왔으면 좋겠다” 하셨어요. 그런데 지금 두 가지를 다 이루었네요. 종협이는 이제 잘 웃고, 텔레비전에도 나와요.  그러게요. 진짜 모를 일이에요.     랜선 남친에서 이제 브라운관 남친으로. 웹드라마를 휩쓸며 각종 ‘남친짤’을 생성한 채종협에게 2020년은 특별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