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에서 만나는 아이비의 록시 하트
뮤지컬 ‘시카고’의 상징적인 캐릭터 록시 하트로 브로드웨이에 데뷔하는 아이비. 13년의 시간이 만든 순간을 조명한다.
전체 페이지를 읽으시려면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해주세요!
- 아이비가 한국 뮤지컬 무대에서 쌓아온 시간이 뉴욕으로 이어졌다.
- 작품의 역사와 캐릭터의 매력, 무대 뒤 스타일 코드까지 함께 살펴본다.
- 한국을 대표하는 록시 하트로 성장한 그의 특별한 여정을 돌아본다.
오는 8월 17일부터 9월 6일까지 약 3주간, 뮤지컬 배우 아이비가 뉴욕 브로드웨이 앰배서더 극장 무대에 오른다. 작품은 브로드웨이의 살아있는 전설이라 불리는 뮤지컬 <시카고>, 역할은 주인공 록시 하트다. 아이비와 <시카고>의 인연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국 프로덕션을 통해 처음 록시 하트를 연기한 그는 이 작품으로 뮤지컬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다. 이후 13년 동안 여러 차례 같은 배역을 맡으며 자신만의 록시를 만들어왔다.
그리고 이제 그 여정은 작품의 본고장인 브로드웨이로 이어지게 됐다. 이번 출연은 단순한 해외 진출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한국에서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배우가 브로드웨이의 대표 레퍼토리 공연에 주연으로 합류하는 드문 사례이기 때문이다.
브로드웨이에서 2번째로 오래 공연된 작품
사진/ 브로드웨이 버전 바이닐 커버
사진/ 브로드웨이 버전 바이닐 커버
<시카고>는 1975년 뉴욕 브로드웨이 46번가 극장에서 초연됐다. 이후 1996년 리바이벌 공연이 브로드웨이 리처드 로저스 극장에서 개막하며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이 리바이벌 프로덕션은 지금까지도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브로드웨이 역사상 <오페라의 유령>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 공연된 작품이며, 전 세계 36개국 이상에서 공연됐다. 특히 올해는 현재 공연 중인 브로드웨이 리바이벌 버전이 3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작품의 배경은 1920년대 미국 시카고다. 살인과 스캔들이 신문 1면을 장식하던 시대, 남편의 불륜 상대를 살해한 쇼걸 록시 하트와 유명 보드빌 스타 벨마 켈리가 언론과 변호사를 이용해 범죄마저 스타 마케팅으로 바꾸는 과정을 그린다.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하지만 무겁지 않다. 오히려 대중이 범죄를 소비하는 방식, 언론이 스타를 만들어내는 과정, 유명세를 향한 인간의 욕망을 날카롭게 풍자하는 블랙코미디에 가깝다.
한국에서는 2000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초연됐다. 이후 최정원, 전수경, 옥주현, 윤공주, 이하늬, 김지우, 티파니 영 등 수많은 배우들이 록시 하트를 거쳐 갔다. 그리고 그 계보의 한가운데에 아이비가 있다.
록시 하트의 꿈을 욕망하다
2024년 한 인터뷰에서 아이비는 "록시의 상황으로 뛰어들면서 단순히 그의 꿈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그의 꿈을 욕망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록시는 스타가 되고 싶다는 욕망 하나로 움직이는 인물이다. 코러스걸 생활을 전전하다 평범한 주부가 되었지만, 세상의 관심을 받고 싶다는 열망만큼은 포기하지 않는다. 아이비 역시 가수로 데뷔한 뒤 뮤지컬 배우로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시카고>는 그런 아이비에게 첫 주연작이자 첫 원캐스트 작품이었다. 이후 그는 <아이다>, <고스트>, <위키드>, <물랑루즈!> 등 굵직한 작품에 출연하며 커리어를 쌓아왔다.
하지만 많은 관객들에게 아이비를 대표하는 역할을 꼽으라면 여전히 록시 하트를 떠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흥미롭게도 아이비는 3년 전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뉴욕 브로드웨이의 <시카고>를 직접 관람한 브이로그를 공개한 바 있다. 당시 그는 한국 공연과 브로드웨이 공연의 차이를 설명하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팬들에게는 브로드웨이 객석에서 공연을 보던 배우가, 몇 년 뒤 같은 무대 위에 직접 서게 됐다는 점 역시 인상적인 장면으로 남게 됐다.
블랙으로 완성되는 <시카고>의 세계
<시카고>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의상이다. 브로드웨이 리바이벌 프로덕션의 의상을 디자인한 윌리엄 아이비 롱은 작품의 핵심을 "미니멀리즘적인 검은색"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시카고> 무대는 놀라울 정도로 단순하다. 무대를 가득 채우는 화려한 세트도, 끊임없이 바뀌는 의상도 없다. 배우들은 대부분 검은색 의상을 입고 등장하며, 등장인물의 신분과 성격은 목걸이 하나, 재킷 하나 같은 상징적인 요소로 표현된다.
쿡 카운티 교도소를 배경으로 하지만 죄수들이 죄수복을 입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윌리엄 아이비 롱은 1920년대 플래퍼 패션과 갱스터 영화의 스타일, 그리고 1970년대 밥 포시 특유의 미학을 결합해 현재의 <시카고>를 완성했다.
검은색 시스루 의상과 망사 스타킹, 절제된 실루엣은 이제 작품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아이비가 가장 좋아하는 의상 역시 록시가 초반 넘버 'Funny Honey'에서 입는 이른바 '베이비돌 드레스'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예쁜 의상인데 짧은 시간밖에 입지 못해 아쉽다”고 말하기도 했다. 화려함보다 절제가, 장식보다 상징이 중요한 작품. 그래서 <시카고>는 오랜 시간 유행을 타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브로드웨이를 향한 13년의 여정, 그리고 홈타운으로!
아이비의 브로드웨이 데뷔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일이 아니다. 2012년 처음 록시 하트를 만난 이후 수없이 같은 무대에 섰고, 캐릭터를 연구했으며, 작품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왔다. 그 시간들이 쌓여 결국 브로드웨이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브로드웨이 공연을 마친 뒤 아이비는 오는 12월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한국 프로덕션 <시카고> 무대에도 다시 오를 예정이다. 13년 동안 록시를 연기한 배우가 브로드웨이를 거쳐 다시 서울로 돌아온다. 이번 브로드웨이 캐스팅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Credit
- 사진/ platbill 제공
지금 주목할 트렌드
#자켓, #스타일링, #봄, #셔츠, #액세서리, #트렌드, #청바지, #신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