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끝난 뒤 남은 질문들, 지금 읽어야 할 민주주의 책 5
부정선거 논란부터 정치적 불신, 극단주의와 민주주의의 후퇴까지. 지금 우리 사회를 읽는 데 필요한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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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 이후 이어지는 사회적 갈등의 배경을 책을 통해 들여다본다.
- 확증편향, 양극화, 극단주의와 제도의 역할을 함께 조명.
- 지금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민주주의 관련 도서 5권 소개.
사진/ Shuttersotck
민주주의가 ‘선거’를 필요로 하는 이유는 갈등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서가 아니다.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 절차를 만들기 위해서다. 그런데 6·3 지방선거가 끝난 지금도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선관위 대응을 둘러싸고 부정선거, 불법선거라는 말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물론 실제로 따져봐야 할 행정적 책임과 제도 개선의 문제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짙은 의혹은 남고, 실수는 음모가 되며, 분노는 빠르게 퍼지는 작금의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선거 절차의 허술함을 묻는 일과 선거 자체를 불신하는 일은 사실상 같지 않다. 민주주의는 둘을 구분하는 힘 위에서 그 가치를 보존하며 이어나갈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펴야할 책은 선거 결과로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책이 아니다. “누가 옳았는가”보다 “우리는 왜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되었는가”, “정치적 불신은 어디서 시작되며 어떻게 제도를 갉아먹는가”를 묻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선거 이후에도 민주주의를 지속시키는 힘은 무엇인가”처럼, 미래를 묻는 책들의 일독을 권해본다.
데이비드 팩먼,『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람들』
인간은 생각보다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다. 자신만의 ‘알고리즘’에 갇혀서 팩트가 아닌 것을 철석같이 믿는 요즘 사람들은 새로운 정보를 보고 생각을 바꾸기보다, 믿고 있던 생각을 지키기 위해 정보를 골라 읽는 데에 능숙해져 간다. 미국 정치 평론가이자 유튜버로 활동하는 데이비드 팩먼은 미국 사회가 에코 체임버 현상을 넘어 ‘에코 머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확증 편향이 시스템화됐다고 진단한다. 그가 가진 문제의식은 꽤나 분명하다. 사람들은 더 이상 단순히 거짓말에 속지 않는다는 것이다. 속하고 싶은 세계, 믿고 싶은 이야기, 분노하고 싶은 대상에 점점 강렬하게 매혹된다는 점이다. 정치적 확신은 때로 사실보다 빠르고, 알고리즘은 확신을 강화한다. 책은 선거 이후의 한국 사회와 병치해 읽어도 흥미롭다. 어떤 의혹은 대개 빈틈에서 시작된다. 많은 사람들은 행정의 실수, 기관에 대한 불신이 만든 균열의 틈새를 자기만의 논리와 이야기로 메운다. 책에서 지적하듯 문제는 분노와 같다는 감정과 결합하면 쉽게 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교육 강화, 비판적 사고 함양, 미디어 리터러시 향상 등 대안도 함께 제시한다.
수전 C. 스토크스, 『백슬라이더』
책에서 미국정치학회장을 맡고 있는 수전 C. 스토크스 시카고대 정치학과 석좌교수는 베네수엘라, 튀르키예, 세르비아, 브라질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민주주의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그는 민주주의의 후퇴를 “나쁜 지도자 몇 명의 문제”로 다루지 않는다. 불평등이 깊어지고, 누군가는 계속 뒤처지고, 대표 정치가 자신의 언어를 잃어갈수록, 시민은 오히려 제도를 갉아먹는 지도자에게 끌릴 수 있다는 것을 차라리 솔직하게 인정하고 시작하자고 말한다. 이는 냉정하고도 불편한 분석이지만 사실이기도 하다. 따라서 저자는 우리가 정치인을 바라볼 때, 선과 악의 구도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한다. 정치인들은 오히려 사람들의 다양한 면모를 당파성이라는 단일한 차원으로 환원해 양극화와 대결구도를 세워 부추긴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은 훨씬 복잡한 존재임을 잊지 말자고. 그래서 저자는 “이들의 제재는 퇴행적 지도자의 협력자들에게서 전문가라는 존중 받는 외피를 벗겨내고, 반민주적 행태가 정상으로 여겨지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며 전문가 집단의 역할을 특히 강조한다.
대런 애쓰모글루,제임스 A. 로빈슨,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2012년 출간 후 10년 이상 정치사회 분야 스테디셀러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자그마치 10만 부 가까이 팔린 스테디셀러로, 저자들이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세 명의 수상자 가운데 경제학자 다론 아제모을루와 정치학자 제임스 로빈슨의 공저다. 15년간의 연구 끝에 전 세계 역사에서 발견한 증거를 바탕으로, ‘실패한 국가’와 ‘성공한 국가’를 가르는 결정적 차이가 무엇인지 말한다. 특히 한국과 북한의 대비는 이를 보여주는 가장 적합한 사례. 번영의 이유가 지리적 위치나 문화 등이 아니라는 저자들의 주장의 근거로 적극 소개된다. 저자들이 말하는 성패는 지리적, 역사적, 인종적 조건이 아니라, 바로 ‘제도’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사회의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더 깊이 파고들고 싶다면, 도전해 볼 만하다.
신시어 밀러 이드리스, 『극우는 어디서 태어나는가』
미국 아메리칸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교육대학원 교수이자 양극화·극단주의 연구혁신 연구소(PERIL) 설립자 겸 소장을 거쳐 극단주의를 연구해온 사회학자 신시아 밀러 이드리스의 저서. 도널드 트럼프 집권 1기 중인 2020년 펴냈다. 학술서 책이기에 개념 정리와 각주까지도 매우 세심하다. 극우란 기본적으로 배타주의 집단이다. 이들은 주로 인종적 편견에 근거해 있으며, 교묘하게 밈이나 온라인 상에서 디스토피아 음모론을 펼친다. 때로는 종말로 향하기 위해 끔찍한 테러를 벌이기도 한다. 책을 보면 극우가 세력화를 하는 것이 한국만의 현상은 아닌 듯하다. 저자는 극우가 더 이상 고립된 소수 집단이 아니라, 주류에서 당당하게 활동한다고 본다. 극우는 스킨헤드에 나치 깃발을 들거나 KKK단의 하얀 가운을 입지 않는다. 우연히 마주친, 반듯한 느낌의 누군가가 극우 활동가인 시대라는 진단은 그리 생경하지 않다. 사례와 대응책도 잘 소개돼 있어 작금의 한국 사회를 진단해볼 수 있을 것. 최근 일어난 스타벅스 불매 운동과 관련하여, ‘그토록 인기 많던 국내 대표 커피 브랜드는 왜 극우들의 놀이터가 됐는가’에 대한 의문에 답을 얻을 수도 있다.
대니얼 챈들러,『자유와 평등』
대니얼 챈들러는 존 롤스의 정의론을 21세기 정책의 언어로 되살려낸다. 그리고 자유민주주의의 위기와 불평등, 기후 위기를 함께 돌파할 청사진을 내놓는다. 오늘날의 자유민주주의가 정당성 위기에 빠졌다고 진단한다. 시장 만능주의가 키운 양극화, 능력주의가 정당화한 불평등, 혐오와 분열의 문화 전쟁, 기후 재앙이 질서적 균열을 드러낸 결과다. 그는 롤스가 제시한 '공정한 사회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현실로 끌어오며 철학을 제도와 정책의 문제로 다시 바꿔 놓으려 한다. 기본소득, 교육 개편, 작업장 민주주의 등이 공정한 공동체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자유와 평등을 양자택일의 문제로 보지 않고 질서를 탐색해 나가는 책을 통해서 지금의 어지러운 현실을 헤쳐 나갈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Credit
- 사진/ 각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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