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수장, 새로운 보테가 베네타
새로운 수장 루이스 트로터가 선보이는 보테가 베네타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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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PIRIT OF INTRECCIATO
“보테가 베네타의 언어는 인트레치아토입니다. 이는 하나의 은유이기도 합니다.” 보테가 베네타의 새로운 수장, 루이스 트로터는 하우스의 DNA를 깊숙이 탐구하는 것으로 첫 쇼를 준비했다. 그 중심에는 인트레치아토가 있다.
지난 1년간 패션계에는 전례 없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의자 뺏기’ 게임이 시작된 듯했다. 그 수만 해도 무려 16명. 인사 이동 속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여성은 보테가 베네타의 새로운 수장 루이스 트로터(Louise Trotter)뿐이었다.(최근 프로엔자 스쿨러의 레이첼 스콧과 펜디의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가 지휘봉을 잡으면서 그 숫자는 세 명이 되었지만.) 더군다나 보테가 베네타가 속한 케링(Kering) 그룹 안에서도 유일한 여성이니, 남성우월주의에 빠진 패션계를 비난하던 런던 기반의 매거진 <1 Granary>가 루이스 트로터의 임명 소식에 ‘YEEEEEESSSSS!!!!!’라는 열광적인 피드를 올릴 만도 했다. 그렇다면 아직은 낯선 이름인 루이스 트로터는 어떤 인물일까? 1969년생 영국 출신의 그녀는 조셉, 라코스테, 까르뱅을 거치며 탄탄한 커리어를 쌓아온 인물이다. 절제된 럭셔리, 실용성과 우아함의 조화, 장인정신 존중이 그녀의 디자인 철학으로, 보테가 베네타 역시 그녀를 임명하며 ‘실제 삶에서 영감을 끄집어내는 능력’과 ‘장인정신에 대한 치밀한 접근 방식’을 높이 평가했다.
그동안 어둠이 내리깔린 뒤 쇼를 선보였던 전임자 마티유 블라지와 정반대로, 트로터는 햇살이 내리쬐는 낮에 게스트들을 초대했다. 쇼는 영국 아티스트이자 아카데미 수상 감독인 스티브 맥퀸(Steve Mcqueen)이 참여한 사운드트랙 ‘’66-’76’이 흘러나오며 시작되었다. 이는 니나 시몬(Nina Simone)과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가 각각 1966년과 1976년에 녹음한 ‘Wild Is the Wind’를 재해석한 것으로 두 목소리가 하나의 듀엣처럼 어우러진다. 스티브 맥퀸은 이를 시대와 장르를 초월한 ‘청각적 인트레치아토(Aural Intrecciato)’라 설명한다. “두 목소리를 함께 엮기로 결정했을 때 놀라울 만큼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마치 반드시 만나 함께해야 할 운명과도 같았죠. 이 과정은 저에게 노래 속 갈망과 로맨틱한 감정을 한층 고조시켜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루이스 트로터의 새 컬렉션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보테가 베네타의 언어는 인트레치아토입니다. 이는 하나의 은유이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두 조각이 함께 엮여 더 강해지고, 서로를 보완하며 하나의 강한 전체가 됩니다.” 이탈리아어로 ‘짜여진, 엮인’이란 뜻을 가진 인트레치아토는 1966년 보테가 베네타가 처음 설립된 이래 늘 하우스를 관통하는 핵심 DNA였다. 트로터는 집요하리만큼 인트레치아토를 탐구했고, 그 결과 뱀 비늘처럼 보이는 테일러 코트, 가죽으로 만든 드라마틱한 케이프, 칼라에 포인트를 준 오버사이즈 트렌치코트 등 인트레치아토를 다채롭게 활용한 룩과 액세서리가 이어졌다. 특히 9mm×12mm의 클래식한 비율을 다시 되살린 것이 특징. 또 쇼 노트에는 ‘베니스의 화려함, 뉴욕의 에너지, 밀라노의 본질주의’란 문구가 적혀 있었는데, 이는 하우스 최초의 여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로라 브라지온(Laura Braggion)의 여정을 상상하며, ‘이탈리아 여성으로서 뉴욕으로 떠날 때 느꼈던 해방감’을 컬렉션의 서사로 삼은 것이다. 그 핵심은 ‘움직임’이다. 가죽 스트랩을 여러 겹으로 엮은 스커트나 마치 금속 혹은 털처럼 몽환적으로 흩날리던 재활용 유리 섬유 소재의 톱, 프린지나 술 장식이 자아내는 드라마를 보라. 또 강조된 어깨 라인의 턱시도 재킷부터 과장된 볼륨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긴 바지까지. 여기에 전통 남성복 테일러링의 엄격함 속 곳곳에서 발견된 어깨 끈이 흘러내린 구조적인 드레스들은 ‘은근한 도발’을 더하며 쇼의 균형을 이뤘다. 모노톤 시리즈로 시작된 쇼는 핑크, 옐로, 그린, 오렌지 등으로 확장되었고, 보테가 베네타의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프런트 로에는 BTS의 RM,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의 아이엔, 미야오(MEOVV)의 수인, 그리고 배우 줄리안 무어, 로렌 허튼이 앉아 있었다. 로렌 허튼과 보테가 베네타의 깊은 인연은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화 <아메리칸 지골로> 속 로렌 허튼의 클러치는 보테가 베네타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발돋움시킨 상징적인 아이템으로, 트로터는 이 ‘로렌 클러치’에 주목했다. 아이코닉한 실루엣을 더 크게 세로로 길어진 비율로 재해석했고, 고전적인 인트레치아토 가죽은 물론 부드러운 송아지 가죽과 이국적인 소재로 다양한 변신을 꾀했다. 또 다른 아이코닉 아이템인 ‘놋(Knot)’ 백은 한층 부드럽고 여유로운 형태로, ‘까바(Cabat)’ 백은 클러치 형태로 재탄생했다. 슈즈는 포인티드 토 클로그가 눈에 띈다. “농담처럼 우아한 클로그”가 등장했다는 어떤 이의 말처럼, 강한 인상을 준다. 신발 역시 인트레치아토 디테일이 빠지지 않았다.
루이스 트로터의 첫 보테가 베네타 컬렉션은 ‘과거와 현재의 얽힘’을 시각적이고 청각적 언어로 풀어낸 시도였다. 또 하우스의 DNA인 장인정신에 대한 헌신을 기반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마음껏 즐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듯했다. 쇼가 끝난 뒤 트로터는 백스테이지에 모인 이들에게 소감을 전했다. “나는 사탕 상자 안에 있어요.” 자신이 얼마나 달콤하고, 아름다운 세상 속에 있는지 믿기지 않는다는 그녀는 뒤이어 덧붙인다. “아이처럼 들뜨기보단 가진 게 얼마나 귀한지 아는 어른이고 싶어요.”
Credit
- 사진/ © Bottega Veneta
- 디자인/ 한상영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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