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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고나다 감독의 신작 '빅 볼드 뷰티풀'이 그리는 사랑

“당신은 위대하고 대담하고 아름다운 여정을 떠날 준비가 되었나요?”

프로필 by 안서경 2025.10.22

여정의 앞에서


“당신은 위대하고 대담하고 아름다운 여정을 떠날 준비가 되었나요?” 코고나다 감독의 신작 <빅 볼드 뷰티풀>이 그리는 사랑이란 머뭇거림 앞에서도 문을 여는 일이다.


결혼식장에는 사랑은 영원하다는 명제를 믿고 싶은 이들이 있고, 그렇지 않아서 마음이 부서지는 감정을 느끼는 이들이 있다. 상반된 감정을 지닌 두 부류의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이 나는 늘 흥미롭다. <빅 볼드 뷰티풀>의 각본을 쓴 세스 레이스 역시 그랬나 보다. 그는 연인과의 관계가 순탄치 못한 시기 방문한 결혼식장에서 이 영화의 처음을 떠올렸다.

행복하면 불안함을 느끼는 여자. 오랜 연인과의 관계가 끝나고 지난한 무기력을 느끼는 남자. 새라(마고 로비)와 데이비드(콜린 패럴)는 타인과 깊은 감정이 연결되는 걸 주저하며 사랑을 불안과 연관 짓는 현대인의 자연스러운 초상이다. 기시감이 드는 인물의 전형을 <애프터 양>을 만든 감독 코고나다는 낯선 감각들로 채웠다. 친구의 결혼식장을 가기 위해 데이비드가 렌터카 회사에서 오디션을 보는 장면은 흡사 첩보 장르의 장면 같고, 둘이 차를 타고 아무도 없는 도로를 달리는 건 로드무비 같다. 무구한 표정의 콜린 패럴이 고등학교 발표회에서 뮤지컬 연기를 하는 진풍경도 등장한다.

영화를 관통하는 열쇠는 ‘문’이다. 이제 막 서로를 알게 된 남녀는 연극의 막처럼 수많은 문을 연다. 이따금 멜랑콜리한 기분이 들 때 혼자 머무는 장소로, 약혼자와 헤어지던 순간으로, 엄마를 잃기 전 함께한 기억으로. 문을 열 때마다 둘은 지나온 삶에서 결정적인 장면으로 함께 이동한다. 코고나다의 말을 빌리자면, 문은 <이웃집 토토로>의 고양이 버스다. 처음으로 자신이 각본을 쓰지 않은 영화를 연출한 감독은 몇 차례 미야자키 하야오가 만든 일본 애니메이션에 영향받았음을 드러냈다.(영화 음악 역시 스튜디오지브리와 작업해온 작곡가 히사이시 조가 맡았다.) 디즈니가 그린 환상이 아니고, 아시아적인 감성을 살린 동화. 장대비가 쏟아지는 부감 신이 등장할 때마다, 맑디맑은 보랏빛 하늘이 아니라 안도할 수 있던 이유였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계속되는 판타지 사이에서 인물들은 주저하고, 서로에 대한 거리를 가늠하며 현실의 균형을 맞춰간다. 마음에 콕 박히는 대사들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사람들은 연기하며 살아요, 연기 속에 진실은 있고요. 어떨 땐 진실에 닿기 위해 연기해야 하죠.” / “당신은 터프한 면을 끌어내는 사람 같아요.” “괜찮은 사람은 다 그렇죠.”/ “행복하려 들다간 미쳐버릴 거야. 만족하는 삶을 선택해.” 영화가 끝나고 이 이야기가 묻는 “사랑의 가능성을 믿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떠올려봤지만, 쉽게 답하긴 어려웠다. 누군가는 매번 망설이지만 대담하게 문을 계속 열어간다. 완벽히 타인이던 둘이 서로의 지난 삶을 끌어안고 현재를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건 아름답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 <빅 볼드 뷰티풀>은 10월 22일 개봉 예정이다.

Credit

  • 사진/ 소니픽쳐스코리아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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