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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무해한 귀여움'에 열광할까?

무해한 귀여움만이 우리를 구한다!

프로필 by 최강선우 2025.05.22

더 이상 브랜드의 부속물이 아닌 굿즈. 이는 정서와 삶의 태도를 읽어낼 수 있는 리트머스지의 역할을 한다.

요즘은 거리를 걷기만 해도 ‘귀여워!’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젊은이들의 가방 끝에는 복슬복슬한 인형 키링이, 노트북 커버를 뒤덮은 귀여운 스티커들, 다이어리 꾸미기 아이템 등 귀여운 캐릭터 문구 소품이 한 가득이다. 귀여움은 단순히 마니아 층의 독특한 취향을 넘어 하나의 문화 언어로 자리 잡은 듯하다. 최근 메가커피가 선보인 ‘마루는 강쥐’ 협업 굿즈나 두산베어스의 ‘흙묻은 망곰이’ 굿즈는 큰 화제가 되었다. SNS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며 출시 직후 대부분의 상품이 품절됐다. 출시 전부터 긴 줄을 서서라도 사겠다는 다짐이 담긴 댓글이 여전히 달린다. 브랜드가 앞다투어 내놓은 굿즈들은 산업군도, 타깃층도 다르지만 공통된 하나의 정서를 공유한다. ‘무해함’ 혹은 ‘귀여움’이다.

정서적 생존 전략

과거와 달리 ‘귀엽다’는 말은 예쁘지 않은 것을 괜찮다고 ‘퉁치는’ 무난한 칭찬의 말이 아니다. 오히려 멋진 것을 능가하는, 최상급 평가로 통한다. 이는 단순히 외형만을 뜻하는 단어는 아니다. 공격성이 없고 이해를 요구하지 않으며 쉽게 다가올 수 있다는 감정의 언어다. 이미 1990년대 일본의 '카와이이(귀엽다는 단어)' 문화가 한때 시대의 대안 감성으로 부상했던 것처럼, 현재 한국에서 귀여움은 위로와 회피, 자기 보존의 정서 언어로 기능하는 중이다. 팬데믹을 거치며 무너진 일상, 이어지는 기술 변화와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사람들은 안전하고 부드러운 감정에 기대고 있다. 호소하거나 설득하지 않고도 감정적 유대를 만드는 방식이기도 하다. 따라서 귀엽고 무해하다는 말은 곧 피로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이같은 현상을 분석한 책 『귀여워서 삽니다』(강승혜 저)는 광고와 소비문화에서 “귀여움은 설명이 필요 없는 가장 강력한 감정 유도 장치”라며, 귀여운 대상 앞에서 본능적으로 무장 해제되는 반응이 먼저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귀여움이 단순한 미적 선호가 아니라, 사회적 상호작용을 구성하는 하나의 언어이자 감정 구조가 되었다고 본다.

안전감을 주는 존재의 필요

요즘 인기 게임 중 하나인 피크민의 귀요미 캐릭터들

요즘 인기 게임 중 하나인 피크민의 귀요미 캐릭터들

현대 사회의 감정적 소통은 점점 ‘귀여움’이라는 비정치적 감각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같은 흐름은 고민과 저항 없이 주머니를 여는 소비시장에서 특히 눈에 띄게 감지된다. 한때는 윤리적 소비가, 한때는 미니멀리즘이, 또 최근에는 힙함이 유행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감정적으로 부담 없고, 강하게 설득하려 들지 않는 존재가 힘을 가진다. 더 이상 소비는 대의를 요구하지 않는 모습이다. 가성비와 기능을 따지던 소비자들은 감정적 안전감을 보다 원한다. 대상을 어렵거나 깊이 이해하지 않아도 되며, (구매하라고) 나를 귀찮게 하거나 설득하지 않는 존재. 결국 귀여움으로 무장한 캐릭터는 '해치지 않는 존재'의 상징이다. 푸바오, 피크민, 일본의 산리오 캐릭터처럼 말이 없거나, 느리거나, 행동이 단순한 존재들이 뜨거운 인기를 얻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일례로 ‘듀...가나디(강아지를 귀엽게 발음)’는 흰색 털과 쳐진 귀를 가진 소형견으로 절망적 표정과 무기력한 자세로 일관한다. 일상 속 소소한 실패나 좌절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다. 현대인의 피로감과 무력감을 대변하며, 사용자들에게 감정적 위로와 공감을 제공하고 정서적 연결을 형성한다.

피로 사회의 위로

현대 사회는 SNS을 통한 지나친 연결과 노출, 타인과의 갈등이 가득한 세계다. 그럴 수록 무해함과 귀여움이 주는 감정은 특별한 가치를 갖게 된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바 일루즈는 “감정은 점점 더 공공의 문제이자, 자본주의적으로 조직되는 선택지”라고 설명한다. 그의 저서 『감정 자본주의』에서 감정이 체계화되는 방식을 분석하며, 정서 또한 하나의 권력이자 구조임을 지적했다. 세계적 석학 사라 아메드 역시 책 『감정의 문화정치』에서 감정을 ‘붙는 것’이라 표현했는데, 어떤 이미지, 언어, 캐릭터에 감정이 접착되며 사회적 반응과 권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귀엽고 무해한 캐릭터는 바로 그 ‘접착의 대상’이 되어 시대를 관통하는 감정적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현실에서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않는다고 해도, 묵묵히 옆에 있어주는 존재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위로일지도 모른다. 되고 싶은 추구미에 가까운 힙한 브랜드보다는 옆에서 눈을 마주칠 수 있는 ‘친근하고 다정한’ 브랜드가 살아남는 이유다. 결국 귀여움은 약함의 미학이자 연결의 전략이며, 무엇보다 지금을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우리가 공존을 위해 만들어내야만 했던 감정의 산물은 아닐까. ‘무해함’으로 감정적 거리를 좁히는 시대, 굿즈는 우리가 허용할 수 있는 감정의 임계치를 여실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귀여움 앞에서 그저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다.

마음에 위안이 필요하다면! 무해한 굿즈 3

그래도 갖고 싶어요. 미칠 듯한 귀여움, 어디서 구할 수 있나요.

1 메가커피 X 마루는 강쥐

사진/메가커피

사진/메가커피

사진/메가커피

사진/메가커피

사진/메가커피

사진/메가커피

반려견 마루의 순한 눈빛과 넉넉한 미소가 포인트. 메가커피와의 벌써 두 번째 협업이다. 홀케이크는 물론 피규어 모양의 LED 초, 휴대용 빨대, 피규어 코스터, 텀블러 등 실용적이면서도 귀여운 굿즈들이 가득하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 가능하지만 출시날부터 오픈런과 품절 대란이 일었다. 메가커피 어플에서 미리 매장 별 재고를 확인 후 방문할 것을 권한다.

2 두산베어스 X 흙묻은 망곰이

사진/두산베어스 인스타그램

사진/두산베어스 인스타그램

사진/두산베어스 인스타그램

사진/두산베어스 인스타그램

두산베어스 팬들의 어깨를 솟게 만든 망곰이 (https://www.instagram.com/yurang_official) 굿즈. 흙을 뒤집어쓴 듯한 외형과 야구장의 냄새까지 떠올리게 하는 아이템. 킬링포인트는 모든 망곰이 마다 흙이 다른 부분에 묻혀져 있어 특별하다. 팬이 아닌 사람들도 갖고 싶어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프리오더 구매 가능하다. 8월에는 잠실 야구경기장에서 ‘망곰베어스데이’ 팝업이 예정되어 있다. 자세한 사항은 두산베어스 공식 SNS (https://www.instagram.com/doosanbears.1982/)를 확인할 것!

3 듀 가나디 X 더현대서울, 듀 가나디 X 스파오

스파오 나는 귀엽담곰 반팔 파자마, 3만9천9백원

스파오 나는 귀엽담곰 반팔 파자마, 3만9천9백원

스파오 가나디 반팔 티셔츠, 2만5천9백원

스파오 가나디 반팔 티셔츠, 2만5천9백원

스파오 가나디 반팔 파자마, 3만9천9백원

스파오 가나디 반팔 파자마, 3만9천9백원

5월 28일까지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진행되는 팝업 스토어. 가나디가 요리사로 변신해 우당탕탕 쿠킹클래스를 여는 컨셉이다. 이미 사전 예약은 오픈한지 몇 시간 만에 품절! 심지어 암표 거래까지 발생하고 있다. 예약하지 못했다고 해서 쉽게 단념하지 말 것. 현장 대기와 구매도 가능하다. 가나디와 스파오가 손을 잡고 새롭게 컬래버 반팔 티셔츠와 파자마를 출시했으니 눈을 돌려봐도 좋다.


Credit

  • 사진/각 브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