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시 읽는 시대! 포엠 붐은 온다
다가올 여름 읽기 좋은 젊은 시인들의 시집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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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야 이준아/너희의 모국어가 될게/엄마라는 나라에 계속 놀러와
시인이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시를 읊자 신우와 이준이의 엄마는 휴지로 눈물을 찍는다. 이훤이 김나영 가족에게 선물한 이 시의 제목은 ‘놀러와’. 김나영의 유튜브 채널 ‘노필터티비’에 처음 소개되었다. 시를 낭독하는 부분에서 덩달아 눈물이 났다는 댓글이 줄을 잇는다. 때로는 간결한 언어가 누군가의 마음에 쉽게 가닿는 법이다.

사진 / 유튜브 ‘노필터티비’
텍스트 힙에 숏폼 트렌드를 더하자 시 읽는 시대가 왔다. 짧고 리듬감 있는 문장들은 바쁜 하루에 짬 내서 읽기 좋다. 외출하기 전 가방에 책 한 권 넣으려고 보면 두꺼운 소설보다 얇은 시집에 손이 간다. 요즘 시집은 표지부터 예쁘게 나오니 들고 다닐 맛도 나고 말이다. 취향을 드러낼 때도 유용하다. 여백과 함께 단정히 배치된 활자들은 SNS에 올리기에 부담이 없다. 그래서일까. 예스24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시집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33.7%나 늘었다. 특히 1020 세대의 증가 폭이 가장 높다고. 이 흐름에 앞장서고 있는 젊은 시인들의 시집 3권을 소개한다.
『샤워젤과 소다수』 고선경, 문학동네

사진 / 예스24
2022년 등단한 고선경의 첫 시집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한바탕 울고 난 다음의 가뿐함을 표현하고 싶었다. 과연 그 말처럼 고선경의 시는 거리낌이 없다. ‘스트릿 문학 파이터’ ‘진짜로 끝나버렸어 여름!’ ‘몬스터의 유품’처럼 제목부터 어디로 튈지 모르는 데다 “그런데 천국에 가지 못하면 어쩌지?/괜찮아, 너만 못 가는 거 아니야”(‘알프스 산맥에 중국집 차리기’) 등 피식 웃음이 나는 문장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고선경은 유쾌하고 단단한 어조로 고통을 이겨내는 법을 말한다. “희망이 심장의 무게 추”(‘Come Back Home’)이고 “쓰러진 풍경을 사랑하는 게 우리의 재능”(‘샤워젤과 소다수’)이라면서.
『사랑과 멸종을 바꿔 읽어보십시오』 유선혜, 문학과지성사

사진 / 예스24
시집의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 유선혜의 시는 강렬하다. 양극단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사랑’과 ‘멸종’을 대범하게 동일 선상에 놓는다. “공룡은 운석 충돌로 사랑했다고 추정된다/현재 사랑이 임박한 생물은 5백 종이 넘는다”(‘사랑과 멸종을 바꿔 읽어보십시오’). “끝으로 간다는 것에 대해/그러나 끝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리미트 영의 마음”(‘영으로 갈 때’). 그의 엉뚱한 언어는 독자의 무궁무진한 상상을 돕는다. 동시에 삶과 죽음, 고통과 환희처럼 섞이지 않을 것 같은 개념들을 한데 모아 펼쳐 놓는다. 자신을 “기어이 써버리는 사람//망해버린 꿈들을 죄다 옮겨 적는 사람”(‘반납 예정일’)이라고 표현하는 유선혜의 강렬한 시를 독자는 잠자코 음미할 수밖에 없다.
『토마토 컵라면』 차정은

사진 / 예스24
이 시집은 다가올 여름에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린다. 싱그러운 표지도 한몫하지만 제목에 얽힌 이야기부터 그렇다. 토마토의 새빨간 색과 계곡에서 먹은 컵라면이 차정은이 정의하는 ‘나만의 여름’이기 때문이다. ‘여름 향기’ ‘백사장’ ’나의 첫 번째 여름’ 등 시집을 채우고 있는 여름 시들을 살피다 보면 왠지 후끈한 공기가 코끝에 맴도는 것 같다. “낭만 속 바닷물 20g/여름 한 스푼 50g/해변 속 뜨겁게 달궈진 조개껍데기 2개/갈대밭에 매달린 꿀 80g”… 이 귀여운 레시피는 “청춘의 토마토 한 송이”를 만들기 위함이다.(‘토마토 레시피’) 누군가는 차정은의 간질간질한 문장들을 여름의 상징으로 기억하지 않을까.
Credit
- 글 / 어시스턴트 에디터 정지윤
- 사진 / 각 이미지 하단 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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