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서 생긴 일
읽고 쓰는 이숙명 작가가 8년간 발리에 정착했던 삶을 신작에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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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한 일상으로부터 떠나온 이곳은 과연 낙원일까? 《혼자서 완전하게》, 《사물의 중력》 그리고 최근작 《나는 나를 사랑한다》까지 꾸준히 읽고 쓰는 이숙명 작가가 8년간 발리에 정착했던 삶을 신작에 담아냈다.
《발리에서 생긴 일》은 서울을 벗어나기로 마음먹은 작가가 발리 시골 섬 누사프니다에서 이방인으로 살며 겪은 일을 담은 에세이다. 그가 발리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서울의 겨울이 너무 추웠고, 따뜻한 나라에서 겨울을 나고 싶었기 때문. ‘워케이션’이나 ‘디지털 노마드’ 같은 번지르르한 말보다 ‘집필 여행’이라는 수수한 단어를 붙였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떠난 집필 여행이 장장 8년 동안 이어졌다. 느린 인터넷과 단수의 불편함은 자연스레 일과 휴식의 균형을 일궈냈고, 언제든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던 마음이 점점 발리 땅에 눌어붙었다. 마침내 여행이 삶이 됐다.
발리는 아름답고 관대하고 자유로운 곳이다. 하지만 그것을 충분히 누리기 위해서는 이 사회를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태도가 필수다. 당신이 기꺼이 맞이하고 싶은 손님이 될 때 그들은 세상 어디서도 경험하지 못한 환대를 보여줄 것이다. -213쪽

이 책은 타국에서의 삶을 마냥 낭만적으로 그리는 여행 에세이와는 다르다. 숙소와 예산, 비자처럼 모른 척하고 싶은 현실적인 문제까지 놓치지 않고 조언한다. 게다가 작가는 한국에서 우리를 괴롭히는 비교의식, 불안감 같은 감정들이 발리에서 눈 녹듯 사라지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면 우리는 왜 떠나야 할까? 그 답은 떠나는 행위 자체에 있다. 익숙한 곳에서 벗어나 스스로 이방인이 되는 해방의 과정. 그 속에서 이루는 작고 사소한 성취가 어쩌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일지도 모른다. 낯섦을 받아들이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다. 배낭에 모든 걸 다 집어넣고 떠날 수는 없으니까.
그러니까 발리에 산다는 건, 내게는, 회색 빌딩 대신 정글을 보면서 초조해하는 것이다. 만원 버스 타고 출퇴근하는 대신 수영장과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내가 뭔가 잘못 살아왔는지 모른다’라고 반성하는 일이다. -39쪽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나의 첫 번째 답은 이거다. “‘잘 놀다 갔다’라고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지진 많고 위험한 나라’에서 나는 그 목표에 부쩍 가까워졌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않기로 한다.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삶이다. -299쪽
Credit
- 어시스턴트 에디터/ 정지윤
- 사진/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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