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대나무를 탐구한 쇼메의 하이주얼리 컬렉션 '뱀부(BAMBOO)'

대나무가 지닌 균형과 조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다

프로필 by 서동범 2025.02.23

BAMBOO TALES


동양의 정신적 가치와 서구 하이주얼리의 미학적 전통이 만나 새로운 대화를 시작했다. 자연 모티프의 구현을 넘어 문화적 교류의 산물로 탄생한 쇼메의 ‘뱀부(Bamboo)’ 컬렉션.



그래픽적인 나뭇잎과 줄기로 구성된 ‘BIB’ 네크리스는 쇼메의 미학적 정수를 보여준다.

그래픽적인 나뭇잎과 줄기로 구성된 ‘BIB’ 네크리스는 쇼메의 미학적 정수를 보여준다.

매년 봄 땅을 뚫고 올라오는 죽순처럼 자연은 끊임없이 새로운 영감을 피워낸다. 1780년 창립 이래 ‘자연주의 주얼러’를 자처해온 쇼메는 이번 시즌, 아시아 문화권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 대나무를 탐구했다. 한국에서는 선비정신과 지조를, 중국에서는 청렴과 강직함을, 일본에서는 번영을 상징하는 대나무는 동아시아권이 공유하는 가장 깊이 있는 문화적 코드다. 특히 한국 문화에서 대나무는 고매한 정신세계를 대변하는 소재로, 사군자를 구성하며 문인들의 그림과 시에 꾸준히 등장했다. 곧은 줄기는 굽히지 않는 절개를, 텅 빈 속은 무욕과 겸손을, 마디마다 이어지는 생장은 끊임없는 정진을 의미했다. 쇼메는 이러한 동양적 정신성을 현대 하이주얼리의 언어로 승화했다.



대나무가 지닌 균형과 조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어링과 작업 스케치. 메종의 시그너처를 상징하는 티아라의 세공 작업.  차보라이트 가닛과 오팔 등 세 가지 링은 스톤과 컬러의 조합은 같지만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다.

10피스로 구성된 이번 컬렉션은 대나무가 지닌 그래픽적 아름다움과 문화적 상징성을 동시에 포착한다. 수직으로 폴리싱된 화이트 골드와 섬세하게 가공된 옐로 골드의 대비는 대나무 줄기의 섬세한 마디를 표현하며, 이는 시간의 흐름과 성장을 상징한다. 그중 컬렉션의 중심인 ‘BIB’ 네크리스는 쇼메의 미학적 정수를 보여준다. 13.19캐럿의 오스트레일리아산 블랙 오팔이 선사하는 깊은 밀키 블루의 신비로운 색채는 달빛에 물든 대나무 숲을 연상시킨다. 여기에 차보라이트 가닛의 선명한 그린 컬러가 더해져 봄날의 신선한 죽순부터 사계절 변치 않는 깊은 녹음까지, 대나무가 지닌 다채로운 생명력을 표현했다. 세 가지의 링은 각기 다른 시각으로 대나무를 해석한다. 특히 ‘뚜아 에 모아’ 모티프를 재해석한 두 번째 링은 가닛의 강렬함과 오팔의 신비로운 불빛이 만나 음과 양의 조화를 이룬다. 이는 동양 철학에서 말하는 자연의 균형과 조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또한 브로치 컬렉션은 대나무의 유연성을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트랜스포머블 디자인으로 선보이는 브로치는 헤어 오너먼트로도 변형이 가능하며, 두 개의 요소로 디자인된 브로치를 한 쌍으로 착용할 수 있다. 이는 대나무처럼 강하면서도 유연한 아름다움을 구현한 것으로, 쇼메 장인들의 탁월한 기술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컬렉션의 정점을 찍는 티아라는 쇼메의 시그너처이자 하이주얼리 메종으로서의 위상을 보여준다. 수작업으로 세공된 잎사귀 하나하나에는 장인들의 숨결이 깃들어 있으며, 이는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예술적 승화가 만난 결정체다.


쇼메의 ‘뱀부’ 컬렉션은 단순한 자연 모티프의 재현을 넘어선다. 아시아의 정신적 가치와 서구 하이주얼리의 미학적 전통이 만나 새로운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다. 이는 주얼리 하우스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세련된 문화적 교류이자 2백40년 역사의 메종이 21세기에 던지는 새로운 도전이다.


Credit

  • 글/ 김민정(프리랜스 에디터)
  • 사진/ ⓒ Chaumet
  • 디자인/ 한상영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