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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레즈비언 커플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두 사람'

“사는 건 예행 연습이 없으니까. 사랑하고, 함께 생활하고 싶은 사람과 살고.”

프로필 by 안서경 2025.02.07

LIFE UNREHEARSED


“사는 건 예행연습이 없으니까. 사랑하고, 함께 생활하고 싶은 사람과 살고.” 다큐멘터리 <두 사람>이 그리는 자연스러운 형태의 사랑.

인선과 수현. 베를린에서도 이민자 비율이 가장 높은 크로이츠베르크에 거주하는 둘은 이민자를 위한 호스피스 단체를 설립해 일하고 있다. 1970년대 파독 광부의 아내로, 파독 간호사로 독일에 정착한 이들은 삶의 동반자로 함께한 지 30여 년이 넘었다. 영화를 만든 반박지은 감독은 우연히 한 장의 사진을 보고 그들을 찾아 베를린으로 떠난다. 나치에 희생된 동성애자 추모비 앞에 나란히 선 두 사람의 모습이다. 그 시절 낯선 땅에 정착해 이민자 레즈비언 커플로 살아온 데 숱한 사연이 왜 없었겠냐만, 영화는 무탈한 하루를 유쾌하게 담담하게 누리는 일상을 조명한다. 같이 밥을 만들어 먹고, 잔소리하고, 잔을 기울이거나 초를 불고. 둘은 유머 감각과 밝은 미소가 꼭 닮았지만, 인선은 자신의 이야기를 글과 강연으로 말하는 데 주저함이 없고, 수현은 가족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데 주저한다. 취향도 성격도 다르지만 누구 하나 ‘자신이 맞다’ 우기는 법이 없다. 따로 또 같이, 각자의 생활에 맞게 지내고 입장을 지지할 뿐이다.
한참 두 사람의 하루를 지켜본 뒤 하나의 생각이 맴돌았다. 디아스포라와 동성애를 주제로 한 콘텐츠와 예술작품을 자주 접하는 요즘, 이토록 자연스러운 미래를 그린 이야기가 있었나? 선입견이나 거리 두지 않고, 이민자이자 동성애자 그리고 70대 여성으로 살아가는 삶을 들여다본 적이 있던가? 영화 <두 사람>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일상을 보여주면서 어떤 삶의 방식을, 사랑을 선택하는 일이 당연한 삶의 조건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영화 속 수현의 말처럼. “사는 건 예행연습이 없으니까. 본인이 의무와 권리를 다하고, 보장받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랑하고, 함께 생활하고 싶은 사람과 살고.”
※ 영화 <두 사람>은 2025년 2월 12일 개봉 예정이다.

Credit

  • 사진/ 시네마달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