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슈톨렌 가고 파네토네 온다!

파네토네가 뭐지?

프로필 by 최강선우 2024.12.25
크리스마스와 한 해의 마지막을 기다리며 한 조각씩 얇게 썰어 먹는 슈톨렌이 인기였다면, 이제는 윗부분이 퐁실하게 솟아오른 빵, 파네토네의 시대가 오고 있다.

사진/구찌 제공

사진/구찌 제공

날이 쌀쌀해지는 11월부터 2월, 겨울철 이탈리아에 방문하면 맛볼 수 있는 빵이 있다. 파네토네라는 이름을 가진 돔 형태의 파네토네(panettone)가 그것이다. 여전히 누군가에겐 생소할 수도 있지만, 파네토네는 말린 과일과 건포도, 오렌지와 레몬 필링, 칸디티라고 하는 젤리가 알알이 박힌 발효 빵이다. 15세기 즈음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의 롬바르디아 지역에서 처음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맨위의 돔 부분에 초콜렛이나 헤이즐넛, 최근에는 피스타치오 등의 크림을 얇게 발라 구워내는데, 당도가 있는 편이나 슈톨렌이나 케이크보다 확실히 부담이 적다. 칸디티나 건포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식감과 맛의 다채로움을 느낄 수 있어서인지 인기가 많다고. 밀라노에 파네토네가 있다면, 베로나 지역을 대표하는 팡도르(pandoro)는 슈거파우더가 묻힌 별 모양의 팔각형 케이크다. 한 기둥씩 잘라서 먹을 수 있는 것은 비슷하다. 이탈리아 사람들에겐 찍먹과 부먹, 민초와 반민초파의 대립처럼 파네토네 파와 판도로 파도 치열한 대결을 펼칠 정도라고 하니, 얼마나 사랑 받는 빵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파네토네의 매력

파네토네

파네토네

빵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은 맛과 향에만 있지 않다. 파스타마드레라고 부르는 발효종을 사용해 장기간 숙성하는 ‘자연 발효’ 과정을 거쳐 식감이 보들보들하면서도 전혀 과하지 않은 담백함이 강점. 버터와 계란을 이용하는데 술이나 시럽을 사용하지 않고도 깊은 맛을 자랑한다. 지난 2005년 이탈리아 정부는 파네토네에 반드시 넣어야 할 재료를 규정하는 법률을 통과시키고, 메이드 인 이탈리(made in Italy) 라벨을 붙이기 위해선 ‘자연 발효’가 필요하다고 하는 엄격한 기준을 선언할 정도로 빵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특히 자연발효는 시간과 인내가 꽤 많이 필요하며 반죽 자체가 어렵고 까다로워 베이커들 사이에서 제대로 굽고 싶은 난이도 있는 빵 중 하나다. 보통 72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니 웬만한 정성이나 노하우가 없으면 만들기 어렵다. 이토록 길고 지난한 과정을 거치는 덕분에 솜사탕과 같은 폭신함, 프렌치 코스트의 크리미함, 파운드케이크에서 느껴지는 버터리함을 한 입 가득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빵보다는 소화에도 부담이 없어 달디단 디저트를 먹기에 혈당 스파이크가 걱정된다면 슈톨린 대신 파네토네를 눈 여겨 보길.

빵 맛있게 먹는 법

차, 커피, 위스키와 곁들여 먹으면 손색없는 다과로, 홈파티에서는 손님에게 본식을 먹기 전이나 후로 간단히 내기에도 좋다. 워낙 크기가 커서 다 같이 둘러앉아 잘게 찢어 나눠 먹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전통적으로 마스카포네 크림을 함께 곁들여 먹는 방식이 ‘국룰’이지만, 신기하게도 함께 마시는 음료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포트 와인이나 코코아처럼 단맛 강한 음료와도 꽤 합이 괜찮다. 에디터가 먹어본바, 추천 조합은 강배전의 원두로 진하게 내린 커피나 묵직한 보이차, 흑차처럼 발효된 차와의 조화가 특히 좋다. 또한 자연발효빵이기 때문에 식품첨가물이나 유지제 없이도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다. 서늘한 장소에 보관한다면 한 달 이상 상온 보관도 가능해서 슈톨렌처럼 시간을 두고 먹기에도 괜찮다. 주의할 점은 낮은 온도에 보관한 상태로 먹으면 파네토네가 가진 풍미를 느낄 수 없어 먹기 전에 실온으로 온도를 유지해 주는 것이 좋다. 워낙 빵의 식감이 부드럽고 촉촉하지만, 전자렌지나 후라이팬에 노릇하게 굽거나 살짝 데우면 겉은 바삭하고 안은 촉촉한, 겉바속촉의 정석을 맛볼 수 있어 또 하나의 별미다.

브랜드도 사랑한 빵

돌체 앤 가바나와 시칠리아 페이스트리 가문과 협업하여 만든 파네토네.

돌체 앤 가바나와 시칠리아 페이스트리 가문과 협업하여 만든 파네토네.

구찌 오스테리아 다 마시오 보투라 서울의 파네토네.

구찌 오스테리아 다 마시오 보투라 서울의 파네토네.

에트로에서 선보인 파네토네.

에트로에서 선보인 파네토네.

돌체 앤 가바나(Dolce & Gabbana)와 시칠리아 페이스트리 가문 피아스코나로(Fiasconaro)가 협업해 출시하는 파네토네에 이어, 서울에 오픈한 브랜드 구찌의 다이닝 공간인 ‘구찌 오스테리아 다 마시모 보투라 서울’이 올해 연말을 맞아 특별히 두 가지 버전의 파네토네를 선보였다. 한정판으로 출시된 스페셜 파네토네는 초콜릿 풍미를 한껏 살렸다. 에트로 역시 밀라노의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아이모 에 나디아(Il Luogo di Aimo e Nadia)와 협업해 럭셔리한 고메 셀렉션을 선보였다. 틴 케이스에 블루와 골드 컬러로 화려하게 장식한 에트로만의 패턴이 새겨져 인상적이다. 공식 온라인 스토어와 주요 백화점 매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추천! 전국구 베이커리 4
맛있는 파네토네는 어디서 맛볼 수 있을까? 과거 이탈리아에서 직접 수입한 제품이 주를 이루었다면, 작년부터 파네토네를 시즌 상품으로 선보이는 베이커리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전국구 파네토네 맛집 5곳을 모았다.
1 코코리코
사진/코코리코 제공

사진/코코리코 제공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코코리코는 속이 부재료로 꽉 차 있고, 저온발효를 제대로 시켜 촉촉하고 버터리한 식감이 살아있는 파네토네의 정석을 보여주는 베이커리 중 하나다. 기본에 충실하고 무게도 다른 파네토네보다는 훨씬 무거운 편이다. 3일 간의 긴 제조 과정을 거쳐 하나의 파네토네를 만든다. 설명과 보관 방법 역시 친절하고 자세히 안내해주는 섬세함 마저 잃지 않는다. 조기 품절이 되기 때문에 매장을 방문하기 전 예약을 하해두는 편이 안전하다.
2 리틀 앤 머치
사진/리틀 앤 머치 제공

사진/리틀 앤 머치 제공

사진/리틀 앤 머치 제공

사진/리틀 앤 머치 제공

파티시에 브랜드로 정평이 난 리틀 앤 머치가 다시 돌아왔다는 반가운 소식. 2023년부터 파네토네에 주목하고 감각과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다양하게 변주하는 시도를 하고 있기로 유명하다. 작년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와 함께 파네토네를 주제로 한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동안 매장이 없어 온라인 주문만 가능했지만, 이번 달 재오픈한 새 매장에서는 초코 파네토네, 트리플베리 파네토네처럼 스페셜한 제품을 선보이며 바닐라 크림 등을 함께 올려서 먹는 옵션도 가능하다고.
3 레자미오네뜨
사진/레자미오네뜨 제공

사진/레자미오네뜨 제공

두바이 초콜릿 붕어빵으로 유명해진 레자미오네뜨는 파네토네 맛집이었다는 사실! 12월에만 한정 판매하는 상품으로 오렌지와 건포도가 정말 많이 들어있어 식감이 좋은 편이다. 당도 역시 부담스럽지 않고 오히려 버터 풍미는 덜해 비교적 담백하다. 조각(6500원)과 홀 사이즈(25000원)의 두 가지 옵션으로 판매한다는 것이 강점. 홀 사이즈가 부담스럽거나 1인 가구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귀여운 고양이 라벨이 붙어있어 선물하기에도 좋고 가격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4 쿠루미 과자점
사진/쿠루미 과자점

사진/쿠루미 과자점

사진/쿠루미 과자점

사진/쿠루미 과자점

부산의 자랑, 쿠루미 과자점은 일본식 제과 스타일 특유의 섬세함으로 놀라운 빵을 제안한다. 여름엔 빙수가 유명한 만큼 겨울 시즌이 되면 놓치지 않아야 하는 품목 중 하나가 바로 파네토네. 다른 파네토네보다 결이 살아있고 솜털 같은 식감이 특징이다. 한 번 맛보면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팍! 하고 올 정도다. 이 빵에는 파티쉐의 애정과 수차례의 실패와 시행착오가 담겼다고. 한 번 맛을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12월 한정판으로 만들어서 생각보다 빠르게 예약이 마감되므로 인스타그램을 꼭 확인할 것을 권한다.

Credit

  • 사진/각 브랜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