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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음악소설집>이 탄생하기까지

서울국제도서전의 화제의 책, 음악을 테마로 한 앤솔러지 소설 <음악소설집>은 일상에 음악이 흐르는 순간을 그러모은 다섯 소설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프란츠 김동연 대표가 말하는, 한 권의 책이 탄생하기까지 뒷이야기.

프로필 by 안서경 2024.08.09
<음악소설집>은 김애란·김연수·윤성희·은희경·편혜영, 5인의 소설가가 모여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와 음악을 이어낸 결과물이다. 처음 이 책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악기를 전공한 뒤 출판사를 운영하는 내게 음악은 늘 곁에 있었기에 둘의 결합을 꿈꾼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각각의 소설마다 개성이 뚜렷하면서도 한 권의 책 속에서 다섯 개의 소설이 잘 어우러지는 책을 만들고 싶었고, 동경하던 소설가들로 완벽한 라인업을 꾸릴 수 있었다.
엄마에 대한 기억과 자장가를 연관 짓기도 하고(윤성희 <자장가>), 헤어진 연인과 들었던 노래를 기억하기도 하는(김애란 <안녕이라 그랬어>) 등 자유롭게 곡이나 장르가 이야기와 포개어지는 점이 흥미롭다. 기획자의 관점에서 각 소설에서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어떤 부분이었나? 음악 앤솔러지라고 해서, 다섯 편 모두 본격적으로 음악가나 음악이 장악하는 소설이 아니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제일 먼저 편혜영 작가님의 소설 <초록 스웨터>의 초고를 읽다가 ‘돌아가신 어머니의 노래가 담겨 있을지 모르는 카세프테이프’가 등장한 대목에서 음악과 이야기를 연결 지은 방식에 놀랐는데, 이후 다른 작가님들의 작품을 읽으면서 이 책이 나아갈 방향을 짐작할 수 있었다. “우리 삶의 장면 속엔 늘 음악이 있었다.” 책의 표지에 쓰인 이 문구는 완성된 소설을 모두 읽자 떠오른 문장이다.
각각의 소설에는 매우 구체적인 곡이 언급되기도 한다. 소설을 읽으며 소설과 이어지는 다음 곡으로 머릿속에 떠올랐던 플레이리스트를 각각 언급해준다면? 순서상 첫 작품인 김애란 작가의 <안녕이라 그랬어>는 주인공이 팝송 ‘러브 허츠’ 속 ‘암영(I’m young)’이라는 가사를 ‘안녕’이라고 잘못 알아들으면서 시작된다. 나 역시 이 곡을 즐겨 듣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당시 함께 들었던 저니의 ‘오픈 암스’라든지 에어로스미스의 ‘크레이지’ 같은 노래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김연수 작가의 <수면 위로>에 나오는 드뷔시의 ‘달빛’에 이어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와 ‘그노시엔느’가, 윤성희 작가의 <자장가>에서 아이유의 ‘무릎’을 보며 성시경의 ‘두 사람’이, 은희경 작가의 <웨더링>에 등장하는 구스타브 홀스트의 ‘행성’과 분위기는 다르지만 비슷한 시기에 초연되었던 엘가의 ‘첼로 협주곡’이, 또 편혜영 작가의 <초록 스웨터>에서는 가수 정미조와 더불어 정훈희가 생각났다. 독자분들도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음악이나 음악가가 있다면 충분히 들으며 천천히 읽어주면 좋겠고, 플레이리스트도 마구마구 공유해주시면 좋겠다.(웃음)
음악도, 소설도 과거에 비해 소비할 수 있는 선택지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요즘 같은 시대에 <음악소설집>과 같은 시도가 독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길 바라나? 며칠 전, 마치 처음 이 책을 읽는 독자처럼 읽다가 아주 오래전의 어떤 장면이 떠올랐다. 여름방학에 침대에 엎드려 선풍기 바람에 땀을 식히며 소설책을 보던 때였다. 책 광고를 라디오에서 자주 들을 수 있었던, 심지어 베스트셀러는 해적판까지 나오던, 책이 가장 재미있는 읽을거리였던 언젠가를 회상했다. 많은 분들이 ‘음악소설집을 읽는 여름’을 보낸다면 정말 근사할 것 같다.

Credit

  • 사진/ ⓒ 프란츠, 나이트오프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