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쇼메 하이주얼리 컬렉션이 특별한 이유

음악, 춤, 마술이 서로 교차하며 이룬 예술적 앙상블이 쇼메의 탁월한 장인정신과 교우하다.

프로필 by 황인애 2024.07.29
‘하모니’ 네크리스.

‘하모니’ 네크리스.

1780년에 시작된 메종 쇼메가 올해 발표한 새로운 하이주얼리 컬렉션 ‘쇼메 앙 센(Chaumet en Scene)’은 예술적 가치와 철학이 결합하여 마치 한 편의 작품을 보는 듯한 감동을 선사한다. 음악, 춤, 마술 세 가지의 각기 다른 예술 분야가 서로 교차하며 영감을 주었고 쇼메의 탁월한 장인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메종의 기교를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다. 파리 방돔에 자리한 쇼메의 쇼룸 조명 아래에서 반복적인 패턴과 자유로운 형태가 이루는 독창적인 리듬은 그야말로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다양한 영감으로 형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메종 쇼메의 주얼리 컬렉션은 각 시대의 예술을 따라 진화했으며, 그 이야기 안에서 수많은 모티프를 이끌어내왔다. 그중에서도 음악은 쇼메의 철학에 특별한 자리를 차지함은 물론, 춤과도 자연스러운 동반자로 이어진다. 이러한 다방면의 예술적 스토리로 구상된 쇼메 앙 센은 매혹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시적인 주얼리로 완성되었다. 쇼메 창립 이래 13번째로 쇼메 공방을 이끌고 있는 책임자 브누아 베르윌이 이끄는 방돔의 장인들 손에서 탄생한 이번 컬렉션의 39피스는 진귀한 젬스톤으로 제작되었다.
공연 예술과 연결된 깊은 유대감은 쇼메의 초기 설립 당시부터 이어져왔다. 이 이야기는 184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오늘날 파리 메종의 주소가 된 12번지 방돔광장의 드 생 제임스 호텔에서 시작된다. 이곳이 내려다보이는 살롱에서 작곡가 쇼팽은 그의 마지막 미완성 걸작인 ‘마주르카 작품 68, 4번 (Mazurka Op. 68, No 4.)’을 작곡하기도 했다고. 이처럼 메종의 방대한 아카이브에는 음악에서 기인한 디자인이 가득하다. 1912년 폴리냑 공주는 바그너 오페라 <발퀴레>에서 영감을 받은 한 쌍의 날개가 장식된 브리올레트 컷 다이아몬드 반지를 주문했으며, 1932년 그레풀레 부인의 남편은 에메랄드, 루비,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브로치에 로맨틱한 프랑스 음표 ‘라, 도, 레’를 장식한 브로치를 선물하기도 했다.
춤 역시 쇼메의 수많은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영감의 원천이 되어왔다. 2017년에 선보인 하이주얼리 컬렉션 ‘쇼메 에뛴느 페트(Chaumet est une Fête)’가 좋은 예다. 공연 예술에 경의를 표하는 쇼메는 많은 무용수들이 주요 고객이기도 하다. 조셉 쇼메는 벨에포크 시대 파리를 지배했던 라 벨 오테로(La Belle Otero)를 직접 방문하여 주얼리를 선물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저명한 발레리나 안나 파블로바, <물랭루즈>와 <폴리베르제르 카바레>의 유명한 헤드 라이너였던 미스탱게트도 방돔 12번지의 단골손님이었다. 발레 루즈 무용수이자 유명 화가의 아내였던 올가 피카소는 쇼메의 모노그램 브로치와 다이아몬드 리비에르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롱프뢰유’ 링. ‘탱고’ 네크리스. ‘멜로디’ 이어링. ‘일루전’ 링. ‘트롱프뢰유‘ 네크리스. ‘스코어’ 링.
Setting the tempo
첫 번째 테마인 음악을 위한 컬렉션에서는 에메랄드, 사파이어, 다이아몬드가 하모니를 이룬다. 그중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작품은 ‘하모니’. 7백 개의 베젤과 2천8백 개의 클로 세팅을 거쳐 완성되었으며 네크라인을 따라 완벽하게 밀착되는 유연성이 돋보인다. 오선지를 연상시키는 ‘스코어’ 역시 주목해야 하는 작품. 그 중에서도 에메랄드, 사파이어, 다이아몬드가 교차 세팅된 목걸이에는 총 15.03캐럿의 콜롬비아산 에메랄드 세 개가 필 쿠토 세팅으로 장식되었다. 다크 그린 컬러의 스텝 컷 스톤이 세팅된 이어링과 10.73캐럿의 콜롬비아 에메랄드가 세팅된 링은 예상치 못한 강렬함을 발산한다.

Leading the dance
춤에 경의를 표하는 두 번째 테마에서는 젬스톤이 어우러져 우아한 현대발레부터 열정의 탱고를 형상화했다. ‘탱고 듀엣’은 아르헨티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바리오스에서 탄생해 벨에포크 시기에 파리에서 자리 잡은 무도회 춤을 형상화한 것으로, 루벨라이트와 투르말린이 교대로 배치된 페어 컷과 쿠션 컷으로 이어지며, 각각의 스톤은 별도의 나선형 안에 세팅되어 역동감을 자아내는 네크리스로 선보인다. 46캐럿이 넘는 페어 컷 인디콜라이트 펜던트가 시선을 압도한다. 한편 비르투오소 세팅이 돋보이는 ‘포스트모던 발레’는 마치 회전하는 발레리나의 움직임을 떠올리게 만든다. 나선형 구조로 목을 감싸는 네크리스, 4.48캐럿의 딥 블루 사파이어와 3.16캐럿의 쿠션 컷 다이아몬드가 춤을 추는 생동감을 전하는 ‘무아 에 무아 링’도 빼놓을 수 없는 하이라이츠.

As if by magic
놀라움이 가득한 세 번째 테마는 마술사가 관객을 사로잡는 것처럼 장인들이 다이아몬드와 진주로 로맨틱한 트롱프뢰유를 연출한다. 그들은 다이아몬드를 반짝이는 곡예로 변형하거나 루비와 다이아몬드로 신기루를 창조해냈다. 마치 비행을 하듯 무중력 상태처럼 보이는 ‘볼티지’ 컬렉션은 하우스의 상징인 티아라로 선보인다. 다섯 개의 다이아몬드 광선이 마치 머리 위에 떠 있는 것처럼 연출이 가능하다. 또 ‘일루전’이라 이름 붙여진 작품은 총 15캐럿이 넘는 5개의 오벌 스톤이 선명한 레드 컬러의 매혹적인 목걸이로 완성되었다.
쇼메의 장인정신을 상징하는 트롱프뢰유는 여러 개의 다이아몬드를 페어 형태로 배합하여 단일 스톤처럼 보이도록 하는 그레인 세팅의 변형된 기법이다. 여기서 이름을 딴 ‘트롱프뢰유’ 컬렉션은 천연 진주의 반짝이는 광채를 매혹적으로 강조한다. 완전히 연결된 체인이 마치 천처럼 유연한 느낌을 주는 이 네크리스는 각기 다른 직경과 높이의 천연 버튼 진주를 정밀하게 배치하여 트롱프뢰유 세팅 다이아몬드와 조화를 이루도록 제작되었다. 이 작품의 아름다움은 뒷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913년 인도 마하라자 투코지 라오 홀카르 3세(Tukijo Rao Holkar III)를 유혹했던 작품을 닮은 46.70캐럿과 46.95캐럿의 특별한 페어 컷 다이아몬드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Credit

  • 사진/ © Chaumet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