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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차를 꼭 발라야 하냐고 묻는다면?

지금 유튜브에서는 피부과 전문의가 던진 ‘제발 선크림 쓰지 마세요’라는 화두로 논쟁이 들끓는다. 수백 개의 댓글 안에서 의견이 갈리는 자외선차단제 사용법에 대한 피부 전문가들의 명쾌한 해답을 전한다.

프로필 by 박경미 2024.07.26
“자외선차단제를 꼭 발라야 하나요?”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피부 전문가가 아니어도, 스킨케어에 무지한 사람이라도 대부분 같은 대답을 할 것이다. 피부 미인으로 꼽히는 연예인의 뷰티 팁, 건강 관리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많은 피부과 전문의, <바자>와 같은 매거진 모두 자외선차단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니까. 그런데 이토록 당연한 이야기에 반기를 드는 유튜브 영상이 등장했다. ‘제발 선크림 쓰지 마세요’라는 섬네일로 뷰티 에디터까지 홀린 이 영상 속에는 심지어 피부과 전문의가 등장한다. 재택 근무를 할 때나 하루 종일 집에 있을 때도 자외선차단제를 바를 만큼 선케어에 진심이었는데 바르지 말라니? 영상을 끝까지 시청하니 ‘피부 상태가 초예민할 경우’라는 전제 조건이 달렸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영상 조회 수는 50만을 넘고 댓글은 7백 개에 육박했다. 더쿠(the qoo)같이 20대가 주로 모이는 커뮤니티에서도 영상을 캡처한 게시물에 댓글이 4백 개가 달리며 논쟁이 일어났다. ‘실내에서는 바르지 않아도 된다’ ‘자외선에 짧게 노출되는 건 오히려 피부 건강에 좋다’ ‘자차를 바르지 않은 옛날 사람은 모두 피부암에 걸렸겠네’ 등 댓글에 대댓글이 달리며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수백 개의 댓글을 읽고 내린 결론은 여전히 많은 사람이 자외선차단제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매일 바르고 있음에도 여전히 부정확한 자외선차단제 사용법을 되짚어보기 위해 유독 의견이 갈리던 질문을 모아 피부과 전문의에게 답변을 요청했다.

야외에 머무는 시간이 20분 이내일 때는 자외선차단제를 안 발라도 된다?
20분 내로 짧게 햇빛에 노출될 때는 굳이 자외선차단제를 바르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 “자외선으로 인한 광노화는 햇빛에 노출된 누적 시간이 영향을 끼칩니다. 하루 20~30분이라고 생각하면 짧지만 그 시간이 쌓여 일 년이 되면 절대 간과할 수 없죠.” 퓨어피부과 전문의 이수현은 설명한다. 광주 차앤박피부과 전문의 송인국은 자외선차단제 사용 유무를 외출 시간으로 따지는 것부터 잘못됐다고 말한다. 해가 지는 오후에 20분 외출하는 것보다 일조량이 많은 한낮에 10분 외출하는 쪽이 더 강한 자외선에 노출되기 때문.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파운데이션만 발라도 충분하다?
자외선차단 성분이 함유된 파운데이션도 피부 보호가 가능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제품에 써 있는 만큼 UVA와 UVB를 차단하기 위해선 손가락 두 마디만큼 발라야 한다. 하지만 파운데이션을 그만큼 바르지 않으니 당연히 효과는 떨어질 수 밖에. 자외선차단제에 자외선 차단 성분이 든 파운데이션까지 이중으로 바르면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 되려 질문이 돌아왔다.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는 것이 피부에 유해할까요? 자외선에 노출되는 것이 유해할까요?” 도움말을 요청한 피부과 전문의 모두 자외선 차단에 충분한 것은 없으며 바르지 않는 것보다 바르는 것이 낫고, 한 번 바르는 것보다 두 번 바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자외선차단제보다 양산이 더 효과적이다?
양산은 모자에 비해 자외선 차단 효과가 3배 이상 높고 체감 온도를 낮춘다. 하지만 건물이나 바닥에서 반사되거나 공기 중에 산란된 자외선은 막을 수 없다. 수비수가 골대에 가까이 있어야 수비율이 높아지는 것처럼 피부에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게 전문가 의견. “보통 양산은 직사광선을 가리기 위해 햇빛이 쨍쨍한 낮에 쓰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이른 오전이나 늦은 오후에도 자외선은 여러 각도로 반사돼 우리에게 영향을 끼칩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자외선차단제죠.” 보스피부과 전문의 김홍석이 전한다.

피부 전문가들은 자외선차단제는 무조건 바를 것을 권한다.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는 행위만으로 광노화를 비롯한 주름, 탄력, 수분 등 다양한 피부 고민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내에서는 바르지 않아도 된다?
이 질문은 전문가마다 생각이 달랐다. 연세고운피부과 전문의 윤나영은 창문이 작거나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공간에 머문다면 자외선차단제를 바르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 또한 조명에서 나오는 자외선은 매우 소량이라 피부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덧붙인다. 김홍석 역시 커튼이나 블라인드로 직사광선을 가릴 경우 바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수현과 송인국은 실내에서도 바를 것을 권한다. 노화에 영향을 끼치는 UVA는 창가에 머물지 않아도 천장과 바닥에서 반사되어 피부에 닿게 되고 앞서 설명했듯 적은 양이라도 쌓이면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것. 다만 실내에서는 SPF30/ PA++ 정도의 자외선 차단 지수면 충분하다. 사물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의 광선에는 UVA가 존재하니 비가 오거나 흐린 날에도 자외선차단제는 바르는 것이 맞다.

선밀크나 선로션처럼 묽은 제형은 1차 세안만으로 충분히 지워진다?
제형이 가벼운 유기 자외선차단제일 경우 1차 세안을 꼼꼼히 하면 충분히 지울 수 있다. 그 외의 제품은 2차 세안을 권한다. 특히 자외선을 물리적으로 막는 무기 자외선차단제나 혼합 자외선차단제를 발랐을 경우 2차 세안은 필수다. 한국피부임상과학연구소와 건국대 산업대학원 향장학과에서 진행한 <성인 여드름 피부의 자외선차단제 사용 실태 및 물리적 자외선차단제의 세안 방법에 따른 세정력 비교 연구>에서 SPF 지수가 15보다 높은 경우 반드시 2차 세안이 필요하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세안으로 피부가 손상될 수 있다는 이유로 자외선차단제를 바르지 않는 사람에게 고려대 안산병원피부과 전문의 유화정은 조언한다. “민감성 피부일수록 자외선차단제를 발라야 합니다. 이중세안으로 인한 피부 장벽 손상은 보습제를 발라 회복할 수 있지만 자외선에 의한 자극은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어요.”

민감한 피부라면 자외선에 노출되는 것보다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는 것이 더 유해하다?
“자외선 차단은 노화를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자 전 세계 피부과 학회, 피부과 전문의가 기본으로 내세우는 원칙입니다. 내 피부와 맞지 않는 일부 제품이 자극을 줄 수 있지만 이는 산화 손상으로 인한 노화 촉진, 피부암 발병, 피부 조직 약화 등 자외선이 일으키는 문제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포레피부과 전문의 이하은은 민감성 피부라고 자외선차단제 바르는 것을 기피하기 보단 내게 맞는 제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다른 피부 전문가들도 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시중에 출시된 자외선차단제는 최소한의 안전성이 보장되어 있다. 따라서 모든 자외선 차단 성분이 자극적인 것은 아니며 특정 제품이 나와 맞지 않아 트러블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결론적으로 자외선차단제를 발라서 얻는 이득이 더 크기 때문에 민감한 피부도 발라야 한다.

Credit

  • 사진/ 윤송이
  • 모델/ 루루
  • 헤어/ 최은영
  • 메이크업/ 유혜수
  • 도움말/ 김홍석(보스피부과),김현주(아름다운나라피부과),문득곤(미파문피부과), 송인국(광주 차앤박피부과),유화정(고려대 안산병원피부과),윤나영(연세고운피부과),이수현(퓨어피부과),이하은(포레피부과)
  • 어시스턴트/ 안나현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