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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효과적인 멘탈 케어법? 아무것도 하지마

넘쳐나는 멘탈 케어법은 오히려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한 발 떨어져 나를 바라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

프로필 by 박경미 2024.06.08
요즘 우리는 SNS를 통해 약해진 멘탈을 회복하는 다양한 방법을 접한다. 고민이 있을 때 명상하듯 자리에 앉아 좋은 결과를 구체적으로 상상해보는 매니페스팅(Manifesting), 크리스털이나 문스톤 등 광물을 달빛 아래 두거나 깨끗한 물에 넣어 좋은 기운을 담은 상태로 소지하는 크리스털 차징(Crystal Charging) 등 생소한 멘탈 관리법도 틱톡 해시태그를 통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낮은 온도에서 명상하며 몸속에 찬 공기를 흡입해 순환시키는 빔 호프(Wim Hof), 6초 동안 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6초 동안 뱉는 코히런트 호흡(Coherent Breathing) 등 멘탈을 회복하는 호흡법 중 어떤 것이 가장 좋은 걸까? 멘탈 관리를 위한 방법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도 고민이다. 가공되지 않은 카카오 드링크를 마시며 심신을 안정시키는 카카오 세리머니(Cacao Ceremony)를 간헐적 단식의 공복 시간에 할 수 없는 것처럼. 지금부터 약해진 멘탈을 회복하는 진정한 치유의 여정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2023년 친한 친구 두 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우울증을 앓는 나는 온전히 슬퍼할 겨를도 없이 친구의 죽음에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 감정을 조절해야만 했다. 살아야 하는 이유를 끊임없이 질문하며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울과 불안의 강도는 더 높아졌다. 지난 9개월 동안 무너진 멘탈을 회복하기 위해 많은 방법을 시도했다. 데이비드 D. 번즈(David D. Burns)의 <필링 굿>, 클레어 위크스(Claire Weekes)의 <Hope and Help for Your Nerves>, 에크하르트 톨레(Eckhart Tolle)의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를 읽었다. 불교나 기독교에서 출간한 마음의 평화를 다루는 종교 서적도 접했다. 테라피스트와 담당 정신과 전문의를 교체하고 복용하는 항우울제도 두 번 정도 바꿨다. 17년 동안 지속해온 명상 방식도 제삼자의 입장에서 내 마음을 관찰해 깨달음을 얻는 위파사나(Vipassana)로 전환했다. 줌을 통해 유명 심리치료사에게 상담을 받고 심령술사를 만나기도 했다. 우울증과 불안에 대한 다양한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억눌린 감정을 방출하기 위해 지압이나 최면 등을 이용하는 체세포 테라피도 시도했다. 잠재된 인격을 끌어내 상처받은 부분을 치료하는 내면가족체계 치료, 호흡법 바꾸기, 멘탈 케어 앱, 기도까지 많은 방법을 동원했다. 부정적인 생각과 공존하며 사는 방법을 찾고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아예 생각과 감정을 없애고 싶었다. “당신이 지금 느끼는 감정은 치유될 수 있다”거나 “가장 좋은 방법은 그대로 흘려보내는 것”이라는 조언을 들어도 ‘언제 그렇게 될 수 있는데?’라는 반항적인 생각만 떠올랐다. 그렇게 9개월이 지났다. 슬픔을 극복하기 위한 과정은 나를 더 예민하게 만들었고 결국 정신강박장애(OCD)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나의 무너진 멘탈 회복기는 사회 현상과 유사하다. 우리는 정신건강 관리와 웰빙에 그 어느 때보다 열중하고 있다. 나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마케팅 아래 수많은 제품, 앱, 영양제 등이 판매되고 있다. (전부 그렇지는 않지만) 대부분 수익성도 좋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McKinsey & Company)는 최근 전 세계 웰니스 시장의 가치를 1조 8천억 달러로 추산했고 미국에서만 매년 5~10%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정신건강 치료를 받고 있지만 우리는 더 불안하고 우울해졌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2020년 성인의 20.3%가 지난 12개월 동안 정신건강 치료를 받았고 16.5%는 처방약을 복용했다고 밝혔다. 2023년 10월, 미국 인구조사국은 가구 조사를 통해 성인의 34.2%가 불안이나 우울증 증세를 겪고 있다고 발표했다.

웰빙을 목표로 삼지 말자. 멘탈 케어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불안함을 느끼지 않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 중립적인 자세로 나를 내버려두는 것이 정신건강에 더 유익하다.

구글에 우울증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정신건강 관련 제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약물 월간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이어스(Joyous)는 1백29달러에 한 달치 저용량 케타민 치료제를 제공한다.(한국에서는 불법이지만 미국은 저용량 케타민을 우울증 치료제로 사용하고 있다.) 온라인 치료 플랫폼 베러헬프(BetterHelp)는 ‘너의 감정을 느껴라(Feel Your Feelings)’라는 문구가 적인 티셔츠를 판매하고 기네스 팰트로가 설립한 웰빙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굽(Goop)은 미국의 유통 체인 타깃(Target)에 입점해 접근성을 높였다. 정신건강과 웰빙의 접근성이 높아지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행복이 수단이 되는 마케팅과 웰빙이 제품으로 판매되는 것은 진정한 치유의 방향이 아니다. “신자유주의, 소비주의, 자본주의 문화에서는 개인이 중요시되기 때문에 치유 방식 역시 개인 위주로 진행돼요. 사회적, 문화적, 환경적인 면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데 내가 살아온 이야기, 나의 여정, 나의 내면에만 주목하죠. 그렇기 때문에 나를 치유할 수 있는 방식만 소비하게 되는 거예요.” 뉴욕 출신 심리치료사 에이미 존스(Amy Jones)는 치유가 하나의 문화가 되며 소비주의를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한다. 작가 나다 알릭(Nada Alic)은 2022년 출간한 소설 모음집 <Bad Thoughts: Stories>의 단편 ‘Earth to Lydia’에서 깨달음을 지나치게 추구하며 정신강박장애를 갖게 된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다. 실제 정신강박장애를 겪었던 알릭은 통기성 좋은 면 제품에 대한 선호도 상승, 브래지어 미착용, 새로운 호흡법을 찾는 행위, 현실이 아닌 다른 차원이나 세계에 대한 환상이 갑작스럽게 생겼다면 정신강박장애 증상을 의심해보라고 설명한다. 또한 식욕, 성욕, 활력, 즐거움이 상실되고 잘 씻지 않거나 지루함을 느끼는 증상도 동반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2000년부터 10년 동안 진단할 수 없는 우울증과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불교, 초자연적인 현상을 탐구하는 오컬트, 잠재력을 개발하면 스스로 치유할 능력을 갖추게 된다는 뉴에이지 등에 집착했어요. 영적인 사람들에 관한 자료를 모으고 무위의 삶을 이야기하는 <도덕경> 같은 책을 수행적으로 읽으며 명상에 심취했죠.” 내가 정신강박장애 치료를 받았던 불안장애 연구소의 설립자이자 심리치료사인 에다 고르비스(Eda Gorbis)는 앞서 언급한 방식에 대해 회의적이다. “그런 방식으로는 정신건강을 관리할 수 없어요. 밖에 나가 사람들과 어울리며 삶을 충실하게 채워야 변화가 시작됩니다.” 그는 조지아 출신의 이민자로 사업가인 아버지가 정치적 이유로 가택 연금을 당하고 매일 KGB 요원에게 감시 받는 것을 보며 심리학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아버지는 두려워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정부가 우리를 지켜줄 거라고 말했죠. 같은 상황에서 어떤 사람은 두려움을 느끼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어요.” 정신건강 전문가인 고르비스는 많은 사람들이 테라피스트에게 중독되어 있다는 점을 꼬집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작은 스트레스에도 정신과 의사를 찾지만 좋은 방법은 아니에요. 저는 조지아에서 어려움에 직면할 때마다 의사 대신 친구나 이웃을 만났어요.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사람들이 이웃을 잘 모른다는 사실이 의아했어요. 조지아에서 이웃은 가장 가까운 친구예요. 문은 늘 열려 있고 사람들은 힘든 일이나 슬픔, 기쁨을 공유하며 문제 해결 방안을 찾죠.”
무너진 멘탈을 회복하는 여정에서 나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안전하다는 확신이었다. 정신건강 강박장애를 가진 사람은 나를 신뢰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박증 치료 프로그램에서 고무칼을 목에 가져다 대도, 정신건강에 관한 전자책이나 호흡법, 마음챙김 앱을 사용해도 내 마음속에 맴도는 자살에 대한 생각과 우울증, 두려움은 여전히 지우지 못했다. LA에 위치한 아야 침술 & 약초(Aya Acucture & Herbs)의 침술사 하이란 유(Hairan Yu)는 웰빙을 목표로 설정하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고 말한다. “항상 기분 좋은 상태에 있으면 기쁨을 덜 느끼는 것처럼 문제나 불편함이 없는 상황은 안정적이지 않아요. 음양의 개념이죠. 지금 우리 사회는 너무 극단적이에요.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하고 더 건강하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하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불안함을 느껴요. 하지만 그런 태도는 옳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는 스마트폰 앱이나 책을 보는 행위에서 치유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덧붙인다. “배움이 삶에 제대로 스며들어야 진정한 치유가 이루어져요. 치유는 단계일 뿐 궁극적인 목적지가 아니죠. 건강해지는 방법을 시도하다 강박에 놓이면 정작 몸에 대해 잊어버려요. 한 발 떨어져 우리의 몸을 내버려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는 절망적인 상태에서 치료사에게 접근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에 빠진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속담이 있듯 어디에든 의지하고 싶은 욕망이 영적 외도에 빠질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심리치료사 수잔나 브리스크(Susanna Brisk) 역시 같은 의견이다. 우리는 존재하고 있으며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기억하라고 조언한다. “잘 지낸다는 것이 행복하다, 만족스럽다 같은 의미는 아니에요. 정신건강을 위해 획기적인 치료법을 쫓는 것보다 지속가능한 것을 추구해야 해요. 오랜 시간 저는 어떻게 온전히 나를 누릴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러다 결국 ‘나는 여기 있다’ ‘나는 안전하다’고 생각하며 중립적인 자세로 나를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이처럼 정신건강을 위해 다양한 웰니스 방법을 시도하는 것보다 그저 존재함을 누리는 편이 더 이로울 수 있다.

Credit

  • 글/ Melissa Broder
  • 번역/ 채원식
  • 사진/ 정원영
  • 도움말/ 신재현(강남푸른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어시스턴트/ 안나현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