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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한 예술 커뮤니티들 part.2

현대 미술의 저변이 확대되면서 새로운 미학적 비전을 추구하는 갤러리, 창조적인 대화가 샘솟는 커뮤니티, 미술 전문 콘텐츠를 생산하는 채널이 생겨나고 있다.

프로필 by 안서경 2024.05.08
널 위한 문화예술
문화예술 미디어 콘텐츠를 만드는 스타트업 널 위한 문화예술의 유튜브 구독자는 약 35만 명,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10.2만 명이다. 온라인 미디어를 탐색하던 중 미술 분야를 선점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한 PD 지망생 오대우와 페이스북에 ‘예술경영 대학원생이 등록금이 아까워서 만든 페이지’를 만들었던 대학원생 이지현 두 공동대표가 2018년 시작한 널 위한 문화예술은 동시대 미술을 다루는 가장 대표적인 미디어 콘텐츠로 손꼽힌다. “사람들이 혁신을 바랐던 것 같아요. 종이 매체보다 영상 매체를 선호하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술 분야에서는 잡지가 우세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소셜미디어에서 전시 정보나 미술사를 전해주는 계정이 인기를 끌었던 걸 생각해보세요. 그런 징후를 관찰하면서 온라인 미디어에서 미술 콘텐츠를 다루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 섰고 다행히도 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어요. 후발주자들이 생기더라도 광고주는 물론 시청자들에게 첫 번째 선택지가 되는 거죠.” 널 위한 문화예술이 다루는 이야기는 쉬우면서도 전문적이고 현장감을 담아내면서도 집중도를 잃지 않는다. 미술계 내부 인사를 모아서 첨예한 이슈를 가지고 토론을 펼치는가 하면 아트페어나 비엔날레와 손잡고 생생한 현장을 중계하며 새로운 전시와 미술 관련 도서를 리뷰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지난해에는 작품 커머스 플랫폼 ‘사적인 컬렉션’을 론칭했다. “단순히 구매를 위한 플랫폼이라기보다는 작품을 소장하고자 할 때 가장 필요한 정보와 서비스는 무엇일지 고민하며 만들었어요. 올해 더 연구해서 2.0 버전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cultureart4u

RANEE Seoul
아트&스타일을 큐레이팅하는 플랫폼, 라니 서울은 지난해 6월 유엔빌리지 길에 자리한 본사에서 하우스 갤러리로서의 첫 번째 전시를 선보였다. 건축 사진가 이현준의 개인전 «도시의 초상»을 필두로, 서로 다른 매체로 설치작품을 선보이는 크리스 로와 김연임 부부 작가의 첫 번째 공동 전시 «오후와 오전. 오전과오후», 1956년부터 1963년까지 전쟁 직후 서울 시민들의 모던한 순간을 포착한 한영수 사진전 «순수의 시간»을 차례로 선보이며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다. 이는 라니 서울의 모 기업인 컨설팅 회사 라니앤컴퍼니 박정애 대표의 오랜 꿈이었다. “브랜드 컨설팅 중에서도 특화된 영역이 공간 브랜딩이었어요. 자연히 건축가, 인테리어 디자이너 등 전문가들과 공간을 통해 감성을 전달하고 실질적으로 어떻게 아이디어를 적용하는지 탐구하는 게 일이었죠. 개인적으로도 무척 좋아하는 분야라 자연스럽게 하우스 갤러리를 열게 되었네요.” 완연한 봄, 수국과 연산홍이 만개한 정원을 지나 라니 서울에 들어서면 중앙에 자리 잡은 벽난로와 즐비한 아트북, 라니 서울에서 여러 작가와 협업해 제작한 공예품이 전시 작품과 어우러져 화이트 큐브의 중립성에 반하는 일상성의 미감을 자아낸다. 곡선으로 처리된 통 창 너머로 바뀌는 계절과 날씨를 배경으로 작품의 미묘한 변화를 인지하고 곳곳에 놓인 테이블과 소파 등 저마다 친밀한 코너를 차지한 채 편하고 여유롭게 작품을 음미할 수 있는 전시장이라니! “무엇보다 관람객이 일상 공간에서 작품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할 때 큰 보람을 느껴요. 작품과의 교감의 밀도가 높다는 의미니까요.”
@raneeseoul

솔트 사직
솔트 사직은 진정한 ‘게더링’을 위한 공간적 토대가 되고자 하는 장소다. 미국에서는 문예 창작을 가르치고 한국에서는 번역가로 활동하는 주 운영자 마야는 반년 전 우연히 이곳을 발견했다. 4미터 가까이 되는 천고와 도로를 향해 난 창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에 반해 사직로11에 위치한 2층 공간을 임대하면서 그녀는 ‘솔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낭독이나 공연을 위한 작은 무대 옆 벽면에는 작명의 배경이 되는 편지 한 구절이 국문과 영문으로 적혀 있다. 고흐가 동생이자 후원자인 테오에게 보낸 편지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내면의 이 불을 계속 지피고, 우리 안에 소금을 지니고, 인내하면서, 하지만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수밖에. 누군가 오고 싶은 마음이 들어 거기 와서 앉기를, 그리고 어쩌면 머물러 있기를 말이야.” 그녀가 직접 액자를 걸고 벽화 작업을 한 건 “유동적이고 느슨하며 지속가능성이나 실용성에 관한 강박이 없는 공간이 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서울에는 세련되고 완벽한 공간이 많잖아요. 솔트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모임을 위한 장소가 되길 바랐어요.” 솔트 사직에서 이뤄지는 모임은 미술가의 퍼포먼스에 참여하거나 북토크와 낭독회는 물론 크로키를 실습하는 세션까지 실로 다채롭다. ‘소금’을 은유로 내세우며 고흐가 품었던 겸손한 믿음이 작동하는 솔트 사직에선 비즈니스와 직결되는 커뮤니티에선 느낄 수 없는, 가볍지만 유의미한 방식의 교류가 가능하다.
@salt_sajik11

안동선은 컨트리뷰팅 에디터다. 한국 현대미술계의 독립적이고 대안적이며 몽상적인 모든 시도에 진보와 변화의 씨앗이 자라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Credit

  • 글/ 안동선
  • 사진/ 이현준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