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Encountering Korean Art

서울이 예술로 분주한 9월 첫 주,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전 세계 주요 미술계 전문가를 초청해 한국의 동시대 미술을 알리고 들여다보게 만드는 색다른 자리를 마련했다. <바자>가 동행한 만남의 기록.

프로필 by 안서경 2025.09.24

ENCOUNTERING KOREAN ART


서울이 예술로 분주한 9월 첫 주,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전 세계 주요 미술계 전문가를 초청해 한국의 동시대 미술을 알리고 들여다보게 만드는 색다른 자리를 마련했다. <바자>가 동행한 만남의 기록.


이주요 작가의 스튜디오에서 덴마크 트라넨 관장 토케 리케베르가 작업 설계도를 보는 모습.

이주요 작가의 스튜디오에서 덴마크 트라넨 관장 토케 리케베르가 작업 설계도를 보는 모습.

아트페어 기간의 묘미는 페어장 바깥에서 잘 알지 못했던 작가의 작업을 마주하는 의외의 순간에 있다. 아트 바젤 바젤에서는 쿤스트 뮤지엄에 들러 신진 작가의 작업을 챙겨 보고, 아트 바젤 홍콩에서는 센트럴을 벗어나 대안 공간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이유. 첨예한 미술시장의 흐름이나 작가의 공고한 명성에는 거리를 둔 채, 오롯이 한 작가의 작업에 집중하는 경험은 특별하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그 나라의 현대미술 신을 다양한 맥락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이 동시에 열리는 기간에도, 이처럼 한국 신진·중진 작가들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4년째 이어온 <Dive into Korean Art>는 미술관 관장, 큐레이터, 시각예술 전문 기자 등 해외 미술계 전문가를 초청해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하고 한국 미술 강의를 듣는 자리를 만들어왔다. 올해 선정된 8팀의 작가는 권병준, 김민애, 박민하, 이끼바위쿠르르, 이주요, 최고은, 최원준(아프로아시아 컬렉티브), 한선우. 한국 작가들을 세계 미술계에 적극 알리고자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올해 송은에서 개최되는 그룹 쇼케이스 전시 «Panorama»와 연결점을 마련해 더욱 풍성해졌다. 4일 동안 작업실에서 작가의 작업 이면의 모습과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전시장에서 완성된 작품을 연이어 감상하는 방식이다.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예술감독이 김아영,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와 대담을 나누는 모습.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예술감독이 김아영,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와 대담을 나누는 모습.

행사 3일째, 아침 일찍 찾은 이주요 작가의 작업실에선 뉴욕 스위스연구소 디렉터 스테파니 헤슬러, 테이트 아시아, 태평양 부문 외부 큐레이터 헤라 찬 등 언젠가 외신 인터뷰에서 본 적 있는 얼굴과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공동 감독이었던 이설희 큐레이터 같은 낯익은 얼굴도 보였다. 14인의 전문가들이 작가의 작업에 관해 대화하고 질문이 끊이지 않던 시간. 이주요 작가는 <러브 유어 디포> 연작을 통해 전시 이후 보관될 곳을 잃은 작품을 수장고 형태로 보여주며, 제도권에서 소외된 작품을 조명하는 작업을 펼쳐 보인 바 있다. 작업실 안에는 스케치와 드로잉이 가득했는데 시카고 미술관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알렉스 젠이 이를 포착한 질문을 던졌다. “이렇게 개인적이고 섬세한 드로잉이 어떻게 조각적인 요소를 지닌 거대한 작품으로 발전하게 되었나요?” 작가의 대답. “제 대부분의 작업은 드로잉에서 출발합니다. 일종의 놀이처럼 드로잉을 모아 이리저리 움직이고 조합하며 입체적이고 조형적인 결과물로 발전시킨 다음, 실제 재료를 실험해보는 과정을 거치죠.” 하나의 건축물처럼 복잡다단하게 설계되어 있던 작가의 설치작품을 보다 명쾌하게 이해하게 된 순간이었다. 한편 내셔널 갤러리 싱가포르 큐레이터인 캐서린 디치그는 전날 방문한 박민하 작가의 작업실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회화 작업을 하며 써내려간 문장을 작가는 시 낭송처럼 읽어주었는데, 아티스트 스테이트먼트가 무척 인상적이었다고. “회화적 실천이 어떻게 감각적이고 감정적인 차원으로 확장되는지를 깨달을 수 있는 경험이었죠. 색채에 담긴 삶의 경험이 얼마나 진솔하게 드러날 수 있는지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송은에서 10월 16일까지 열리는 그룹전 «PANORAMA»에 설치된 이주요 작가의 <러브 유어 디포> 연작.

송은에서 10월 16일까지 열리는 그룹전 «PANORAMA»에 설치된 이주요 작가의 <러브 유어 디포> 연작.

투어가 끝난 다음 날, 프리즈 네이버후드 나이트의 일환으로 방문한 송은에는 밤의 미술관을 찾은 관객들로 북적였다. 페어 기간 한국을 찾은 <하퍼스 바자> 재팬 팀에게 다양한 한국 작가들의 작업을 압축해 보여줄 수 있는 전시가 있다는 사실에 새삼 다행스러웠다. 본격적인 페어가 시작된 9월 4일 아침부터는 코엑스 2층 스튜디오 159에서 3일 동안 국내외 미술계 관계자 37명의 연사와 모더레이터가 참여한 9개의 토크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예술경영지원센터·키아프·프리즈 서울이 공동 기획한 토크 프로그램인 <2025 Kiaf SEOUL×KAMS×Frieze Seoul>에는 어느 글로벌 아트페어에서 열리는 토크 프로그램에도 견줄 법한 흥미로운 주제가 눈길을 끌었다. 미디어 아티스트 김아영과 아트선재센터에서 개인전을 선보인 아르헨티나 작가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는 ‘실재와 가상 세계 사이의 예술적 구축’이라는 주제로 아티스트 토크를 연 반면, 프리즈 하우스 서울의 개관전을 기획한 큐레이터 김재석이 모더레이터로 참여한 ‘변화를 이끄는 동력: 서울 신진 갤러리와 동시대 미술 생태계’를 주제로 연 세션에는 디스위켄드룸, 에이라운지, 상히읗, 스페이스윌링앤딜링 등 다양한 갤러리 디렉터들이 자신의 경험을 나누었다. 며칠 동안 페어장 안팎에서 한국 미술의 맥락이 여러 갈래로 펼쳐지는 순간을 목격하며 깨달은 사실은, 앞으로 한국 동시대 미술의 가능성을 지켜볼 날들이 분명 흥미로울 것이란 단단한 확신이었다.

Credit

  • 사진/ 박규태(작업실), 예술경영지원센터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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