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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웨스트엔드에 진출한 한국 창작 뮤지컬 '마리 퀴리'

영국 웨스트엔드 무대에 국내 창작 뮤지컬이 오른다는 건 한국 뮤지컬계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동시에 뮤지컬 <마리 퀴리>가 해낼 일이기도 하다.

프로필 by 고영진 2024.03.25
노벨상을 두 차례나 받았던 최초의 여성 과학자 마리 퀴리. 그의 삶을 그린 국내 창작 뮤지컬 <마리 퀴리>가 영국 웨스트엔드에 입성한다. 한국에서 만든 뮤지컬이 웨스트엔드에서 현지 스태프, 배우와 함께 영어로 장기 공연을 올리는 건 처음 있는 일. 채링 크로스 시어터의 극장주는 <마리 퀴리>의 첫 한국 공연 실황을 보고 “굉장히 똑똑한 공연”이라는 짧은 평을 남겼다. 브로드웨이와 함께 뮤지컬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콧대 높은 웨스트엔드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은 아니다.
<마리 퀴리>는 2020년 초연을 올렸다. 그 무렵은 코로나19로 공연계가 몸살을 앓던 때였다. 라이브 박서연 이사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어려운 시기였지만 초연 이후 과감히 전면 수정을 택했어요. 그냥 멈췄다면 손해는 덜했겠지만 천세은 작가와 최종윤 작곡가, 강병원 프로듀서 모두가 이 작품에 욕심이 있었거든요. 당장의 어려움을 보는 게 아니라 작품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믿었던 거예요.” 이후 <마리 퀴리>는 2021년도 개최된 제5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대상을 비롯한 프로듀서상, 극본상, 작곡상, 연출상 5관왕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작가와 작곡가, 프로듀서 모두가 믿어 의심치 않았다는 <마리 퀴리>의 잠재력은 무엇이었을까? “스토리 자체를 본 거예요. 위인의 위대한 점 대신 우리와 맞닿아 있는 아주 보통의 지점을 건드리고 있거든요. 잊고 사는 연대의 소중함, 여성으로서, 인간으로서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봤을 고민 같은 것이죠.” 박서연 이사는 한국의 오리지널리티가 가진 힘도 믿는다고 했다. 이를 듣고 “중독성 강한 매력을 지닌 기존 한국어 버전의 음악과 감성을 최대한 보존할 것”이라던 현지 음악감독 엠마 프레이저의 말을 떠올렸다. 웨스트엔드에서의 <마리 퀴리> 초연은 한국 뮤지컬의 가능성을 보기 위한 도전이기도 하다. 올여름엔 어떤 소식이 들려올까. 부디 이 도전이 또 한 번의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단초가 되길 바란다.

※ 뮤지컬 <마리 퀴리>는 6월 1일부터 7월 28일까지 영국 런던의 채링 크로스 시어터에서 열린다.

Credit

  • 사진/ 라이브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