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내돈내산 화제의 다이소 리들샷을 찾아서
다이소 리들샷을 구하기 위해 오픈런을 하고 ‘플미’가 붙은 가격으로 중고거래 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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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크림 3천원, 아이팔레트 5천원, 향수 3천원, 쿠션 5천원, 시트마스크 5백원, 마스카라 2천원. 당근에서 중고로 파는 뷰티 제품 시세가 아니다. 다이소에서 파는 화장품에 붙은 가격이다. 최고가가 5천원을 넘지 않는 다이소 화장품에 젠지들이 환호하고 있다. 블로그에는 다이소 화장품 후기와 품절된 제품을 구하는 방법을 공유하는 글이 난무하고 유튜브에는 사야 할 뷰티템과 그렇지 않은 제품을 추천하는 영상이 쏟아진다. 다이소에서 화장품을 판매한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닌데 사람들은 왜 지금 이토록 열광하는 걸까? 그 중심에는 지난 10월 론칭한 VT코스메틱의 ‘리들샷 페이스 부스팅 퍼스트 앰플’이 있다. 올리브영에서 4만원이 넘는 가격에 파는 에센스를 다이소에서 3천원에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다른 제품들도 ‘갓성비템’으로 주목받은 것.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다이소에서 화장품을 사는 이들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매일 뷰티 브랜드에서 보내주는 신상이 차고 넘치는데도 화장품을 또 구매하는 소비요정인 내가 흥미를 느끼지 못한 건 저렴한 가격에 대한 편견과 제품에 대한 신뢰도 때문이다. 일단 매장에 방문해 눈으로 확인해보기로 했다.
쇼핑원정대가 되다
다이소 교대역점이 화장품에 내어준 공간은 주방용품과 맞먹을 정도. 스킨케어, 메이크업, 향수, 툴, 남성 화장품까지 마치 올리브영을 압축해 옮겨 놓은 것 같았다. 인기를 증명하듯 이미 많은 제품이 품절 상태였고 화제의 ‘리들샷’이 진열된 칸은 패널만 남은 채 텅하니 비어있었다. 뷰티 코너를 두 바퀴 돌고 나니 재미있는 사실이 눈에 들어왔다. 식물원 by 네이처리퍼블릭, 태그 by 투쿨포스쿨, 트윙클팝 by 클리오, 드롭비 by 더샘처럼 처음 보는 이름 뒤에 익숙한 브랜드명이 붙어있던 것. 또한 제품 뒷면에서 제조사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를 발견했다. 다이소 화장품에 대한 불신이 일면 잠식되던 순간이었다. 그때부터 잠입 취재 기자에 빙의해 근처에 머무르며 뷰티 코너로 향하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처음으로 다가온 사람은 리들샷을 찾는 30대 여성. 텅 빈 매대 근처를 배회하다가 곧 자리를 떴다.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은 자주 구입하는 제품인 양 별 고민 없이 멘넨의 ‘올인원 플루이드’를 꺼내 계산대로 향했다. 그 다음 뷰티 코너를 찾은 사람은 장바구니에 채반을 비롯한 주방용품을 한가득 담은 엄마뻘 여성. 다이소에 방문한 원래 목적을 이루고 시간이 남아 구경하러 온 듯 전체를 훑더니 색조 제품이 전시된 매대 앞에 서서 아이브로 펜슬을 픽했다. 30분 남짓한 시간 동안 혼자 화장품을 구경한 건 잠시에 불과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다이소 화장품에 관심을 가졌다. 나도 바구니에 제품을 담았다. ‘기존 브랜드에서 유명한 제품이라면 세컨드 브랜드에서도 평균은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접근했는데 다들 같은 생각이었는지 드롭비는 일부 컨실러 컬러가 품절이었고 트윙클팝은 마스카라 재고가 없었다. 그렇게 바구니에 담은 제품은 다섯 개. 머릿속에서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겨우 2만원어치라 쿠션과 브로 펜슬을 추가했다. 스킨케어 제품을 바르고 피부톤을 정리하고 눈과 입술에 컬러를 더한 다음 향수를 뿌리는 단계를 생각해 선택한 제품은 총 11개. 영수증에 찍힌 가격은 4만2천원이었다. 백화점에서 립스틱 하나 살 수 있는 가격에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풀 세트를 구입하다니. 이곳이 바로 ‘네고왕’이었다. 하지만 리들샷 원정은 계속되었다. 순환율이 좋아 보이는 신사역 근처와 동네의 작은 매장까지 네 곳을 추가로 방문했지만 모두 품절이었다. 주변 지인에게 다이소에서 리들샷을 보면 제보해달라고 요청했고 간간이 소식이 들어왔지만 강원도, 제주도 등 당장 방문할 수 없는 위치였다. 마치 허니버터칩을 구하던 때가 오버랩되던 즈음, 바로 전날 방문해 허탕쳤던 신사역점에서 리들샷을 결제할 수 있었다. 선배의 ‘짬’이란 이런 것일까. 리들샷 입고일 소식을 입수한 뷰티 디렉터가 그날 오전 매장에 직접 전화를 걸어 당장 갈 테니 제품을 한 개 빼달라는 메시지를 남겨 놓은 것. 그렇게 귀한 리들샷이 손에 들어왔다. 여기까지가 나의 다이소 화장품 여정기다. 몇 가지의 인상적인 제품을 소개하자면 먼저 무난할 것 같아 고른 VT코스메틱의 ‘시카 카밍 크림’. 여름에 사용하기 좋은 가벼운 타입으로 지성인 내게도 지금 날씨엔 살짝 건조했다. 하지만 여름 나라로 여행을 계획중이라면 추천한다. 진정 기능이 있는 가성비 크림인 만큼 아낌없이 듬뿍 발라 달아오른 피부를 케어할 수 있으니. 화제의 리들샷은 피부에 자극적일까 봐 주말로 사용을 미뤘는데 괜한 기우였다. 다음 날까지도 피부가 따끔거리는 기분은 썩 유쾌하지 않았지만 효과는 굉장히 빨랐다. 한 번만으로 즉시 피부톤이 밝아지고 투명해지는 게 왜 사람들이 이 제품에 환호하는지 고개가 끄덕여졌다. 세 개 정도 더 써보니 정품을 구매할 의향도 생겼다. ‘VT코스메틱이 다이소를 통해 샘플링을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트윙클팝의 ‘아이 섀도우 팔레트’는 브러시에 묻혀 한 번만 쓸어도 여러 번 덧바른 것처럼 색이 진했다. 게다가 가루날림이 하나도 없이 픽싱됐다. 유일한 단점은 심심한 디자인의 뻑뻑한 케이스. 하지만 5천원이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납득이 갔다. 태그의 ‘듀이 스킨 쿠션’은 커버력과 밀착력이 좋지만 조금만 많이 발라도 피부가 두껍고 텁텁해 보여 양 조절이 중요했다. 태그 역시 케이스가 아쉬웠다. 가장 기대했다 실망한 제품은 드롭비의 ‘컬러즈 컬러 픽 컨실러’다. 컨실러로 워낙 유명한 더샘에서 만들었기에 내심 기대했는데 피부를 안 좋아 보이게 만드는 칙칙한 그린 컬러와 블렌딩이 잘 되지 않는 뻑뻑한 제형은 사용하기 어려웠다. 메이크업 제품은 전반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컬러의 폭이 좁다는게 아쉬웠다. 그렇다면 3천원짜리 향수는? 향은 일차원적이지만 지속력이 좋으니 방향제로 여긴다면 만족할지도. 이 기사를 처음 기획했을 때, 다이소가 올리브영의 대항마로 주목받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비웃었다. 하지만 직접 사용해보고 자료 조사를 하며 ‘어쩌면?’이라는 생각을 했다. 전국에 있는 다이소 매장은 1천5백 개가 넘는 반면 올리브영은 1천3백46개다. 농어촌 지역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롯데리아가 1천3백여 개니 엄청난 숫자다. 그리고 바로 지난주, 다이소에서 온라인몰 개편과 익일 배송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올리브영의 ‘오늘드림’과도 견줄 수 있게 됐다. 최근 만난 글로벌 뷰티 브랜드 담당자가 다이소에 입점하고 싶다고 말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다이소가 뷰티 성지가 될 수 있을까? 지금과 달라질 다이소 뷰티의 미래가 더 궁금해진다.
Credit
- 에디터/ 박경미
- 사진/ 정원영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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