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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완의 신보, <나는 지구인이다>에 담긴 지난 40년의 이야기

기타 하나로 소박한 일상을 노래하던 젊음이 넉넉한 관록을 입기까지 꼬박 40년이 흘렀다.

프로필 by BAZAAR 2023.12.22
지구는 점점 병들어간다. 사람들은 탐욕과 이기에 절어 살고, 동시대를 사는 누군가는 전쟁을 겪는 중이다.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현실에 무력감을 느낀 가수 김창완은 어느 새벽 문득 자신이 지구인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되새겼다. 그 주제를 끌어안고 몇 날 며칠을 지냈다. 그러다 어느 새벽에는 무작정 자전거를 끌고 집을 나섰다. “나는 지구인이다/ 지구에서 태어났다” 두 소절을 갖고서. 서초동에서 미사리를 지나 팔당대교까지 페달을 밟는 동안 멜로디가 떠올랐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후렴구를 흥얼거렸다. 유일한 지구에서 사는 한 번뿐인 삶에 대해 노래한 ‘나는 지구인이다’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나는 지구인이다> 앨범 북에 실린 김창완의 그림.

<나는 지구인이다> 앨범 북에 실린 김창완의 그림.

 
이를 타이틀로 내건 동명의 앨범이 지난 11월 24일 발매됐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4번을 편곡한 ‘월광’, 맑고 경쾌한 멜로디의 ‘이쁜 게 좋아요’는 ‘나는 지구인이다’와 함께 이번 앨범에서 처음 공개되는 곡. 제목은 물론, 사운드의 분위기도 사뭇 다른 ‘나는 지구인이다’는 록도 포크도 아닌 전자음악을 베이스로 한다.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 중심의 나머지 수록곡과는 분명 다른 행보다. 저마다 다른 분위기의 열세 곡을 폭넓게 이해하려면 40년을 거슬러가야 한다. 1983년, 서른을 코앞에 둔 김창완이 어쿠스틱 기타 하나로 만든 첫 솔로 앨범을 냈을 그때 말이다. 제목은 <기타가 있는 수필>. 그의 표현으로는 “감히 노래 가사에 고등어를 넣어버린” 용감했던 때다. 이번 앨범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제는 일흔을 코앞에 두고 이어지는 앨범을 내며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얇은 두 장의 앨범 사이에 40년이 있다니… 뭔가 잃어버린 느낌이다. 내게도 가지 않은 길이 있을까?” 산울림으로, 김창완 밴드로 내놓았던 숱한 곡들 중 <나는 지구인이다>에 실을 10곡을 고르며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잊고 살던 감정이 꿈틀대는 것을 느끼고 새삼스레 마음이 동하는 노랫말에 반가웠을지도. 설령 그랬다 한들, 그에게 중요한 건 아직 해보지 않은 무언가다. <나는 지구인이다>로 여정의 마침표를 찍은 김창완은 또 다시 가지 않은 길을 부단히 두드리는 중일 테다. 

Credit

  • 에디터/ 고영진
  • 사진/ 뮤직버스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