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젠지가 사랑하는 향수, SW19의 대표작 탄생 스토리

세계적 조향사 마리앙 나로키 사바티에가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

프로필 by BAZAAR 2023.12.04
SW19의 '눈 오드 퍼퓸'과 '미드나잇 오 드 퍼퓸'을 디자인한 조향사 마리앙 나로키 사바티에

SW19의 '눈 오드 퍼퓸'과 '미드나잇 오 드 퍼퓸'을 디자인한 조향사 마리앙 나로키 사바티에

 
마리앙 나로키 사바티에(Marianne Nawrocki Sabatier)
300년 전통의 프랑스 향장협회 ‘PRODAROM’ 산하에 있는 그라스 조향 스쿨 GIP(Grasse Institute of Perfumery) 수석 교수이자 유네스코 헤리티지로 지정된 그라스의 정통 조향법을 전수받은 세계적인 조향사. 크리스챤 디올, 프라다, 쇼파드 등 럭셔리 브랜드는 물론 록시땅 프로방스 시리즈의 향수를 조향했다. 현재는 ㈜ 센트바이의 향 크리에이티브 그룹 ‘센트 소사이어티’의 마스터 퍼퓨머로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고유의 향을 개발한다.
  
한국은 몇 번째 방문인가요?
최근 한국에서의 프로젝트가 많아져서 자주 방문하는 편이에요. 한국과 프랑스 간의 물리적 거리로 쉽지는 않지만 전 일을 할 때 얼굴을 마주하며 이야기 나누는 걸 선호하거든요. 가족들도 한국을 좋아해서 함께 여행을 오기도 하고요.
 
애정이 가는 장소나 향이 있나요?  
한국의 가을을 특히 좋아해요.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이 변화하기 때문이죠. 가장 먼저 떠오르는 향은 ‘소나무' 향기. 소나무가 우거진 공간에 촉촉하게 껴 있는 이끼의 향도 생각나고요. 여행지마다 현지 나무가 주는 분위기와 느낌이 있어요. 그것이 곧 그 나라의 시그너처이죠.  
 
이번 여행에서 새롭게 발견한 향은?  
참깨요. 새롭게 발견한 건 아니지만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참깨의 활용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이로 인해 참깨 향에 대한 이미지가 굉장히 다채로워졌죠.  
 
럭셔리 패션 브랜드부터 자연의 향을 담는 브랜드까지 다양한 협업을 선보이고 있어요. 브랜드를 선별하는 특별한 조건이 있나요?
직감을 믿는 편이에요. 브랜드의 스토리와 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함께 일하고 싶은지 직감으로 느끼곤 하죠. SW19과 처음 만났을 때도 그 느낌을 받았어요.
 
SW19과 협업하게 된 결정적 한 방은 무엇이었나요?
향에 대한 진심! 처음 미팅했을 때 브랜드의 스토리와 함께 정말 좋은 향을 만들고 싶다는 진심이 제 마음을 움직였어요. 이후 매주 미팅을 하며 좋은 향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고민했고 SW19과 제 진심이 담긴 눈(Noon)과 미드나잇(Midnight)이 탄생하게 되었죠.
 
SW19 눈 오 드 퍼퓸 50ml 8만9천원.SW19 미드나잇 오 드 퍼퓸 50ml 8만9천원.
두 가지 향수를 개발할 당시 브랜드와 방향성이 동일했나요?  
SW19과 제 생각이 완벽히 일치했던 순간이 있었어요. 처음 미팅을 하고 프랑스로 돌아가 향을 어떻게 구현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수집했어요. 그때SW19은 현재 브랜드의 시그너처가 된 일러스트를 개발하고 있었고요. 그리고 두 번째 미팅 날, 제가 프랑스에서 생각했던 아이디어들이 일러스트로 구현된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정말 신기했어요. '눈 오 드 퍼퓸’은 반짝이는 호수와 백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림이 바로 그 장면이었거든요. 그 이후 자신 있게 샘플을 만들 수 있었고 별다른 수정 없이 순조롭게 제품이 출시되었죠.
 
‘미드나잇 오 드 퍼퓸’은 어땠나요?
‘눈 오 드 퍼퓸’과 달리 굉장히 섬세한 수정 작업을 거쳐 탄생했어요. 처음 미드나잇 샘플에는 샌들우드가 없었는데 좀 더 중성적이고 깊이 있는 머스크 향을 내기 위해 샌들우드를 추가했어요. 이 과정을 통해 포근하면서 따뜻한 ‘미드나잇 오 드 퍼퓸’이 완성되었죠.
 
눈과 미드나잇을 작업하면서 떠올렸던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소개해주세요.  
‘눈 오 드 퍼퓸’은 가족과 함께 하는 활기차고 맑은 정오를 그렸어요. 그렇게 데일리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향이 탄생했죠. 반면 ‘미드나잇 오 드 퍼퓸’은 나만의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포근하고 고요한 저녁 시간을 떠올리며 만들었어요. 이러한 점이 향기가 주는 마법이라고 생각해요. 향수를 뿌리면 그 시간대로 이동해 그때의 감정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으니까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시간대는요? 그 시간을 향으로 만든다면?
가족들이 모이는 저녁 시간을 포근한 우디향으로 표현하고 싶어요.  
 
조향 교육자로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원료에 대한 설명 없이 자신만의 감정으로 향을 느끼고 기억하도록 교육하는 편이죠. 각자의 창의성을 바탕으로 향을 서술할 수 있어야 해요. 두 번째는 후각을 보존하는 습관을 기르게 하는 것이에요.
 
당신이 서술한 향의 공통점을 꼽자면?
내추럴하지만 황홀하고 마법 같은 순간을 만들어야 해요. 그런 순간을 위해 하나의 하이라이트를 더하는 게 저만의 스타일이죠.  
 
조향사가 갖춰야 할 필수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향을 맡는 후각과 암기하는 능력, 두 가지는 기술적인 영역으로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존경하는 세계적인 조향사 장 끌로드 엘레나는 창의력을 우선으로 두지만, 기본기를 바탕으로 창의력이 발현될 때 좋은 조향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경험도 중요하고요.
 
어릴 시절부터 꿈이 조향사였나요?
어릴 땐 조향사가 뭔지도 몰랐어요. 10대 때는 그저 요리하는 걸 좋아했죠. 허브 등의 향신료를 섞어서 음식에 넣어보는 걸 재밌어했는데 “허브 향이 스프레이로 나오면 좋겠다”는 가족의 말이 계기가 되어 조향사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죠.  
 
때론 조향을 요리에 비유하기도 해요. 동의하나요?
그럼요. 조향 수업을 하면 늘 먹는 이야기로 수업이 끝나곤 하죠. (웃음) 요리도 비슷하지만 와인이나 위스키를 블렌딩하는 과정과 더욱 유사한 것 같아요.  
 
향수 외에 공간 향을 디자인하는 작업도 한다고 들었어요. 둘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향수는 향의 흐름과 변화 과정이 재미를 준다면 공간의 향은 그곳에 들어가는 순간 느껴지는 공기가 마음을 사로잡아야 해요.
 
마리앙의 공간 별 향이 궁금해요.  
나무 향을 좋아해서 샌들우드를 즐겨 사용해요. 침실은 수면에 도움을 주는 네롤리, 건식 화장실은 테스트 룸으로 활용하고 주방에는 식재료들이 향을 내므로 향 아이템을 따로 두지 않아요.
 
마지막으로 '나만의 향'을 찾는 노하우를 공유해주세요.
그 과정은 최고의 남편을 찾는 것만큼 이나 어려워요. (웃음)  향에 대한 감정은 컨트롤 할 수 없으니 최대한 많은 경험을 통해 나의 본능이 이끄는 대로 따라야 하죠.
 

Credit

  • 에디터/ 정혜미
  • 사진/ SW19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