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외 일정이 잦았죠. 파리에서 일주일간 머무르고 있고요. 서울이 아닌 다른 도시에 가면 쉬는 시간에 무얼 하며 보내요?
저는 완전 숙소파여서 대부분의 시간을 숙소에서 보내거나 근처를 산책해요. 잠들기 전 창문 너머로 도시의 야경을 볼 때 ‘아 해외에 있긴 하구나’ 실감하는 것 같습니다. 잠을 잘 자기만 해도 컨디션이 쉽게 회복되는 편이라 푹 자려 하고요.
이번에는 방돔광장에 자리한 메종 부쉐론에서 ‘까르뜨 블랑슈’ 컬렉션의 프레젠테이션을 목격했죠.
코로나로 우울했던 시기에 디자인되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컬러나 형태가 실험적으로 느껴졌어요. 골드뿐만 아니라 정말 다채로운 색상의 주얼리를 볼 수 있었어요.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디자인도 있었지만 포인트가 되는 과감한 디자인의 주얼리들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블루에 화이트, 블랙 컬러를 입체적으로 표현한 하이세람(HyCeramⓇ) 소재 링크와 다이아몬드, 만다린 가닛, 바게트 컷 락 크리스탈로 이루어진 오렌지 링크가 조화로운 ‘저스트 언 일루전(Just an illusion)’ 네크리스는 Boucheron.
드레스는 Rokh.
〈바자〉와 여러 차례 화보 촬영을 이어오며 한소희의 말갛고 해사한 얼굴이 지면을 통해 실렸죠. 부쉐론의 앰배서더가 된 뒤 첫 촬영을 하게 되었는데, 어떤 경험이었나요?
매 컷마다 다른 콘셉트로 진행되어 한 번의 촬영이지만 많은 순간에 함께한 기분이 들어요. 주얼리에 걸맞은 액티브하고 대담한 연출을 화보에서 시도한 것 같아 매우 인상적인 경험이었습니다.
주얼리는 착용한 순간 근사한 기분을 만들어주기도 하죠. 평소 선호하는 주얼리를 꼽아본다면요?
원피스를 즐겨 입다 보니 레이어드로 연출할 수 있는 목걸이를 자주 착용해요. 특히 빈티지 귀고리를 좋아해요.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장소에 있어도 주얼리 하나로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제 손이 예쁜 편이 아니라고 생각해 주로 귀고리나 목걸이를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착용합니다. 캐주얼한 옷을 입을 땐 이어커프를 애용하기도 해요.
(왼쪽부터) 다이아몬드와 래커 장식, 무라노 글라스가 조화로운 정육면체 모티프의 ‘디스 이즈 낫 어 링(This is not a ring)’, 마더오브펄 장식 정육면체와 차보라이트가 세팅된 구로 이루어진 ‘디스 이즈 낫 어 링(This is not a ring)’ 더블 링, 옐로 사파이어를 중심으로 다이아몬드, 락 크리스탈이 세팅된 구와 다이아몬드에 래커 장식이 더해진 ‘디스 이즈 낫 어 링(This is not a ring)’ 더블 링, 정육면체 모티프에 다이아몬드를 파베 세팅한 기하학적인 링은 모두 Boucheron.
튤 드레스는 Azzi & Osta by Kayla Bennet.
지난해부터 얼마 전까지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 크리처〉의 시즌 1, 2 촬영을 마쳤습니다. 만주와 상하이를 넘나들며 생존의 위협에 시달리는 토두꾼(실종된 사람을 찾아다니는 사람) 윤채옥 역할을 맡았어요. 오랜 시간 이 역할을 연기하며 어떤 점을 준비했나요?
경성이라는 시대적 배경에도 매력을 느꼈지만, 그 시대를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온 윤채옥이라는 인물 자체에 크게 이끌렸던 것 같아요. 연기를 하며 늘 제일 어려운 일이 그 인물로 하루이틀이라도 온전히 살아보면서 나와의 교집합을 찾아가는 거예요. 제게 가장 큰 숙제이고요. 이번에도 그 점을 찾기 위해 몰두했습니다.
(위부터) 0.84캐럿의 옐로 사파이어를 중심으로 로돌라이트, 핑크 쿼츠, 마더오브펄, 아메시스트, 다이아몬드가 조화로운 팬지 꽃 모티프의 ‘두 낫 아이론!(Do not iron!)’ 브로치, 아이코닉한 ‘잭 드 부쉐론(Jack de Boucheron)’ 모티프에 옐로 골드와 화이트 골드, 다이아몬드를 파베 세팅한 브로치, 펼쳐진 날개 부분에 정교하게 세팅된 크리소프레이즈, 옐로 사파이어, 다이아몬드와 중심부에 장식된 2.14캐럿의 투르말린이 돋보이는 브로치는 모두 Boucheron.
드레스는 Versace.
〈알고 있지만〉의 나비, 〈마이네임〉의 지우 등 작품 속에서 스스로 평탄한 삶과 거리가 먼 인물을 연기해왔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이 작품 역시 쉽지 않았겠어요. 작품을 할수록 새롭게 깨닫는 점이 있다면요? 스스로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편인가요?
끊임없이 나를 의심한다는 것. 나아감과 후퇴라는 개념이라기보다 스스로 ‘나는 연기를 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부끄럽지 않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돼요.
구 형태에 차보라이트를 정교하게 세팅한 사과 모티프의 브레이슬릿, 오닉스와 다이아몬드가 조화로운 하이주얼리 포켓은 Boucheron.
드레스는 Courrèges.
한소희를 만난 많은 사람들이 흔히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이라든지, ‘서늘한 분위기’ 같은 표현을 공통적으로 언급하곤 해요. 왜 그럴까 생각해본 적 있어요?
제 스스로 의도한 것은 아닌데, 독특하게 생긴 걸 좋게 봐주시는 것 같습니다.(웃음)
사람들이 한소희에게 보고 싶어하는 모습들을 벗어나고 싶을 땐 어떻게 해요?
사실 팬 여러분들은 저의 여러 다른 모습들을 알고 계시지만, 잘 모르는 분들에게도 편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려고 해요.
화이트 골드에 5.28 캐럿의 쿠션 컷 탄자나이트와 다이아몬드가 파베 세팅된 ‘원스 인 어 블루 문(Once in a blue moon)’ 퀘스천마크 네크리스는 Boucheron.
드레스는 Courrèges.
그런 인간적인 면모들이 제일 잘 드러나는 곳이 블로그잖아요. 3년 전 〈바자〉와의 인터뷰에서 삶이 지칠 때 ‘다 잘될 거야’라고 근거 없는 낙관보다는 나와 다를 것 없는 일상을 담담히 들려주는 게 더 위로가 된다는 말이 기억에 남아요. 지난해 10월 포스팅에서 공개한 꽤나 까다로운 규칙의 등산 동호회는 어떻게 유지되고 있어요?
저와 제 친구들은 시간 감각이 없는 듯합니다. 말만 늘어놓고 가는 꼴을 못 봤습니다.
구체를 분리해 2개의 링과 커프로도 연출 가능한 ‘하루 사과 한 개(An apple a day)’ 브레이슬릿, 3D로 프린팅한 티타늄에 오닉스와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하이주얼리 포켓은 Boucheron.
드레스는 Courrèges.
최근 220 사이즈의 발 사진을 올린 포스팅을 보면서,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당신만의 방법이 있을 것 같다는 추측을 해봤어요. 블로그 글을 읽다 보면 어떤 사람인지 잘 알 것 같기도 한 착각이 들더라고요.
따로 방법이 있는 건 아니고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제가 먼저 행동해요. 대체로 솔직한 내 생각과 태도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편이에요.
아이코닉한 ‘블라디미르 르 샤(Wladimir le Chat)’ 모티프에 사파이어, 쿼츠, 마더오브펄, 다이아몬드를 장식한 브로치는 Boucheron.
드레스는 Rokh.
식물, 신체를 그린 드로잉 사진을 올리기도 하죠. 그림을 그리고 있는 순간에는 어떤 생각을 해요?
무언가를 의도하거나 목적을 갖고 그리진 않아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자고 일어나면 오일파스텔을 들고 닥치는 대로 그리는 편입니다.
영화를 직접 찍어보고 싶다는 말을 한 적 있죠. 최근 광고 영상에서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오마주하는 장면을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원색의 색감이나 미장센이 돋보이는 영화를 좋아해요. 박찬욱 감독님의 영화를 정말 좋아하고, 그래서 찍으면서도 수많은 작품을 오마주하며 과연 내가 잘 어우러질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왼쪽 위부터) 정육면체 모티프에 다이아몬드를 파베 세팅한 ‘디스 이즈 낫 어 링(This is not a ring)’, 다이아몬드와 래커 장식으로 완성된 정육면체, 옐로 사파이어, 다이아몬드, 락 크리스탈로 이루어진 구가 돋보이는 ‘디스 이즈 낫 어 링(This is not a ring)’ 더블 링, 다이아몬드와 래커 장식, 무라노 글라스가 조화로운 정육면체 모티프의 ‘디스 이즈 낫 어 링(This is not a ring)’, 마더오브펄이 장식된 정육면체와 차보라이트가 세팅된 구로 이루어진 기하학적인 링은 모두 Boucheron.
튤 드레스는 Azzi & Osta by Kayla Bennet.
언젠가 한소희가 만든 영화는 어떤 이야기가 될까요?
메종의 시그너처 그로그랭 코드 모티프의 스트라이프 패턴과 다이아몬드를 파베 세팅한 ‘타이 더 노트(Tie the Knot)’ 헤어 피스는 Boucheron.
컷아웃 드레스는 Rokh. 스타킹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지금 혹은 늘 새기는 인생의 지침이나 진리 같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인생은 덧없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을 살아가고 있고 나중에 소멸되어 없어지는 존재일 뿐.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욕심내지 않으며 그저 살아가면 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루빅스 큐브 퍼즐 모티프에 다이아몬드와 그레이 스피넬, 핑크 사파이어, 마더오브펄을 각기 다른 면으로 세팅한 ‘솔브 미(Solve me)’ 네크리스는 Boucheron.
드레이프 톱, 드레스는 Rick Owens.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변화를 받아들이면서 30대를 맞이했어요. 서른이라는 나이가 당신에겐 어떤 의미인가요?
저 앞자리 숫자가 바뀐 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바라던 제 모습이 모호해지고 있긴 하지만, 늘 주어진 일에 한 몸을 내던져 후회 없이 보내고 싶습니다.
※ 화보에 촬영된 제품은 모두 가격 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