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쉐론의 불완전한 아름다움 '임퍼머넌스'
주얼리 맞나요?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한 부쉐론의 2025 까르뜨 블랑슈 하이주얼리 '임퍼머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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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HEMERAL BEAUTY
부쉐론의 2025 까르뜨 블랑슈 하이주얼리 ‘임퍼머넌스(Impermanence)’가 공개됐다. 이번 컬렉션은 단순한 하이주얼리를 넘어 생의 감각과 소멸에 대한 아름다운 사유가 담겨 있다.

Composition N°3 아이리스, 위스테리아, 사슴벌레.

Composition N°3 아이리스, 위스테리아, 사슴벌레.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일본 작가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말이다. “아름다움은 완성되지 않은 것, 불완전한 것, 사라지는 것 속에서 발견된다.” 진짜 아름다움은 오래 남지 않는다. 아니, 오래 남으려 하지 않는다. 그것은 찰나에 스며 있고 사라지기에 더 깊이 각인된다. 부쉐론의 2025 까르뜨 블랑슈 하이주얼리 컬렉션 ‘임퍼머넌스’는 그런 아름다움을 향한 극도로 조용한 찬가다. ‘변화’ ‘불완전함’ ‘소멸’처럼 전통적 주얼리 세계에서 꺼리던 개념을 정면으로 껴안았다. 영원함을 약속하던 보석이 오히려 사라짐을 예찬한다. 이를 기획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클레어 슈완은 “이번 까르뜨 블랑슈 컬렉션에서는 사라지기 전의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여섯 개의 구성은 빛에서 어둠으로 이어지며, 자연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이야기합니다. 28개의 하이주얼리로 완성된 이 컬렉션은 금방 부서져버리는 순간을 영원히 새기고 싶었던, 덧없는 찰나에 대한 경의의 오마주입니다”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 영감의 원천은 일본의 ‘이케바나’와 ‘와비사비’다. 피고 지는 모든 과정을 존중하는 꽃꽂이, 완벽하지 않기에 더 깊은 미감을 품은 철학. 정제되고 단순한 그 개념이 수천 개의 다이아몬드와 기술의 결정을 통해 찬란히 구현된다. 일본의 다도 철학을 완성한 센노 리큐는 ‘일기일회(一期一會)’라는 말로 다시 오지 않을 만남의 소중함을 일깨웠다. 부쉐론의 임퍼머넌스 컬렉션이 추구하는 것도 바로 이런 철학이다. 여섯 개의 컴포지션으로 구성된 이번 컬렉션은 가장 밝은 컴포지션 n°6(composition n°6)에서 시작해 완전한 어둠의 컴포지션 n°1에 이르기까지, 자연이 겪는 생명의 순환을 28점의 착용 가능한 하이주얼리로 표현했다. 흥미롭게도 이 여정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성장’의 서사와는 반대 방향으로 흘러간다. 빛에서 어둠으로, 생명에서 소멸로.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와비사비의 정수다. 소멸 앞에서 더욱 선명해지는 아름다움의 본질을 부쉐론은 다이아몬드와 티타늄, 그리고 상상력으로 빚어냈다.
컴포지션 n°6의 투명한 튤립과 유칼립투스는 보로실리케이트 유리로 제작되어 마치 아침 이슬을 머금은 듯한 투명함을 자아낸다. 2mm 두께까지 정밀하게 가공된 유리 속에서 다이아몬드 파베 세팅이 빛을 굴절시키며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는다. 기술적 혁신이 예술적 영감과 만날 때 어떤 기적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컴포지션 n°5의 엉겅퀴다. 하이주얼리 역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식물성 레진 3D 프린팅 기술로 제작된 이 작품은 600개 이상의 다이아몬드를 금속 구조 없이 고정하는 ‘쿠튀르 세팅’이라는 새로운 기법을 선보인다. 각 다이아몬드가 꽃 내부의 세포처럼 생긴 공간에 실로 꿰어져 고정되는 이 방식은 마치 자연 그 자체가 보석을 품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모든 것은 변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변한다는 사실뿐이다”라는 헤라클레이토스의 명언이 컴포지션 n°1에서 극적으로 구현된다. 반타블랙Ⓡ(VantablackⓇ) 코팅이 입혀진 양귀비 꽃잎은 99.965%의 빛을 흡수하며, 물질이 마치 ‘무’로 사라지는 듯한 시각적 충격을 선사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과시가 아니라 존재와 부재,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움에 대한 깊은 사유의 결과다.

Composition N°6 튤립, 유칼립투스, 잠자리.

Composition N°6 튤립, 유칼립투스, 잠자리.
클레어 슈완이 “사라지기 전의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아내고자 했다”고 말한 것처럼, 이 컬렉션은 영원을 추구하는 전통적인 하이주얼리의 패러다임을 뒤집는다. 대신 덧없음 그 자체를 예찬하며, 소멸 앞에서 더욱 빛나는 생명의 존재론적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이번 컬렉션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하이주얼리가 더 이상 부의 과시나 사회적 지위의 상징이 아니라 철학적 사유와 예술적 감수성의 매개체로 진화했다는 점이다. 1만8000시간에 걸친 아틀리에의 숨결이 담긴 이 작품들은 착용자로 하여금 자연의 순환, 시간의 흐름, 존재의 덧없음에 대해 성찰하게 만든다.
컴포지션 n°4의 시클라멘과 귀리가 공기 중에 떠 있는 듯한 생동감으로 표현된 것, 컴포지션 n°3의 아이리스와 위스테리아가 어둠 속에서 다이아몬드의 광채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 그리고 컴포지션 n°2의 목련이 실루엣만 남은 채 과거의 아름다움을 회상하는 것. 이 모든 것들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동일하다.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센노 리큐가 다도를 통해 ‘침묵의 미학’을 완성했듯이, 부쉐론은 임퍼머넌스 컬렉션을 통해 ‘덧없음의 미학’을 완성했다. 이케바나가 꽃의 생명 전체를 존중하며 각 순간의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가르치는 것처럼, 이 컬렉션 역시 우리에게 완전함보다는 과정을, 결과보다는 변화를 사랑하라고 속삭인다. 특히 주목할 점은 모든 작품이 부쉐론의 멀티웨어 전통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착용 가능하다는 것. 브로치에서 헤어 주얼리로, 네크리스에서 브레이슬릿으로 변화하는 이 작품들은 형태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을 보여준다. 이 역시 와비사비의 핵심 가치인 ‘불완전함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결과다.
부쉐론의 임퍼머넌스 컬렉션이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진정한 럭셔리는 영원불변의 물질적 가치에 있지 않고, 변화하는 순간순간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향유하는 정신적 자유로움에 있다는 것이다. “사라질 것을 사랑하라”는 와비사비의 메시지처럼 부쉐론의 이번 컬렉션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더 오래 응시하게 한다. 하이주얼리는 더 이상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감상의 대상이며, 때로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조용히 되묻는 시처럼 존재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Credit
- 글/ 김민정(프리랜스 에디터)
- 사진/ ⓒ boucheron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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