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 디자이너 크리스찬 디올과 그와 긴밀하게 일했던 팀의 여성 조력자들. © Christian Dior Parfums Collection
Miss Dior, A Star is Born

크리스찬 디올이 마지막 순간까지 머물렀던 샤토 드 라 콜 누아르 저택에 장식된 플라워 모티프의 18세기 병풍. © Bruno Ehrs, Dior in Bloom, Flammarion
1947년 2월 12일, 몽테뉴가 30번지의 디올 하우스에서 벌어진 일은 하나의 ‘사건’이 되어 역사에 기록되고 있다. ‘뉴룩(New Look)’이라는 대명사를 차지하기에 충분한 디올만의 뉴룩이 탄생한 것. 뉴룩은 실루엣의 변화도 혁신적이었지만 이를 뛰어넘어 여성을 대하는 크리스찬 디올의 시선 역시 새로웠다. “여인의 향수는 그녀의 손글씨보다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해준다”라고 했던 그는 또 다른 주인공 ‘미스 디올(Miss Dior)’을 무대에 세웠다. 강렬한 그린 시프레 계열의 향수인 ‘미스 디올’은 쿠튀리에의 실루엣에 마지막 터치를 더하며 뉴룩이 단지 옷에 관한 이야기가 아님을 보여줬다. 전쟁 중 화려함에 굶주려있던 그 시절, 뉴룩은 ‘미스 디올’의 향과 함께 사람들의 오감을 깨워냈다. 우아함이 얼마나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지를 느끼며 다시 한 번 그것을 갈망하게 만들었다.

하운즈투스 체크 패턴을 입은 디올 최초의 향수, ‘미스 디올’. © Christian Dior Parfums Collection
The Scent of A Woman

1947년 탄생한 미스 디올의 오리지널 보틀. © Antoine Kralik for Christian Dior Parfums
크리스찬 디올은 ‘미스 디올’의 보틀에서 그가 만든 드레스가 자연스레 떠오르길 바랐다. 그래서 마치 디올의 드레스를 입듯, 여성들이 매혹적인 향기를 입을 수 있게 되길 원했다. 아이코닉한 리본이 장식된 보틀은 그 자체만으로 여성성의 정수를 완벽히 담고있다. 잘록한 형태의 오리지널 ‘미스 디올’ 보틀은 뉴룩을 상징하는 숫자 8과 코롤(Corolle, 화관) 라인의 유려한 곡선을 연상시킨다. 1950년, 마치 수트처럼 잘 재단된 새로운 형태의 보틀이 탄생하는데 이 향수 병에는 쿠튀리에의 정신이 담긴 ‘쿠튀르 보’가 장식되었다. 훗날, 이 리본 장식은 탁월한 프랑스 장인정신이 완성한 세밀한 새틴 자카드 리본 형태로 바뀌며 ‘미스 디올’의 상징이 된다.

메이 로즈를 수확 중인 크리스찬 디올의 여동생 카트린 디올. © Christian Dior Parfums Collection

1956년에 바르셀로나에서 식사 중인 크리스찬 디올, 갈라, 빅토르 그랑피에르, 살바도르 달리, 토니 산드로. © Collection Tony Sandro

카트린 디올은 1945년 6월 14일 강제 추방에서 귀환 후 꽃을 가꾸는 일에 빠져들었다. © Christian Dior Parfums Collection

1957년 경, 파리 레 알 시장의 꽃 가판대에 있는 카트린 디올과 에르베 데 샤보네리. © Christian Dior Parfums Collection
Enchanted World

© Irene Herrera for Christian Dior Parfums
일본 아티스트 하루카 코진은 작품을 통해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이 맺는 유대관계에 의문을 제기하며, 플렉시글라스 몰드를 소재로 새들의 비행처럼 투명한 공간에 아주 많은 꽃들이 유영하는 모습을 구현했다.

© Bruno Suet for Christian Dior Parfum
프랑스 출신 조각가 잉그리드 도나는 현재 장식예술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청동을 이용해 ‘미스 디올’을 주얼리처럼 재해석한 작품을 완성했다. 여성의 강인함과 섬세함을 상징하는 카트린 디올을 향한 경의를 담았다고.

© Tereza Mundilova for Christian Dior Parfums
독일의 아티스트 피아 마리아 래더는 비치우드로 두 가지 조각작품을 탄생시켰다. 수백 개의 나무 막대를 꽂아 만든 입체적인 드레스 조각과 래커 비즈를 장식한 보틀은 여성성과 향수의 감성적 힘에 대한 작가만의 해석을 담고있다.

© Morgane LayxJonny Cochrane for Christian Dior Parfums
영국 디자이너 베단 로라 우드는 사물과 사용자가 맺는 깊은 연결에 매료되어 물질적인 계층화가 풍부한 프로젝트를 주로 선보인다. 정원에 설치하는 장식용 조형물 폴리에서 영감을 받아 캔디 컬러의 글라스 꽃이 장식된 메탈 구조물을 완성했다.

© Li Kai for Christian Dior Parfums
메탈을 주로 다루는 중국의 예술가 다이시 루오는 해방에 대한 여성의 열망을 작품 속에 담았다. 중국어로 ‘천 마리의 새’를 의미하는 하운즈투스 패턴을 활용해 비상하는 새를 픽셀 모양의 금속 조각으로 변형함으로써 여성의 자유를 표현했다.

© Morgane LayxJonny Cochrane for Christian Dior Parfums
자연 소재와 물질을 조합해, 일명 하이브리드 에코 시스템을 구상하는 프랑스의 비주얼 아티스트 미모사 에샤르. 달팽이집, 이끼, 뿌리 등과 함께 디올 참, 주얼리 등을 레진 속에 넣어 마치 ‘향수 화석’과 같은 조각을 완성했다.

© Li Kai for Christian Dior Parfums
중국 출신 아티스트 후아 왕은 개성 있는 도자기 공예법을 구축하며 중국 아트계의 새로운 세대로 각광받고 있다. 작품은 ‘미스 디올’ 보틀의 상징인 리본을 세라믹 소재를 활용하여 단단함과 부드러움을 지닌 곡선으로 표현했다.

© Titia Hahne for Christian Dior Parfums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사빈 마르셀리스는 레진 소재와 파우더 핑크 컬러를 재료 삼아 작품을 완성했다. 허공을 휘감는 리본을 통해 가볍게 퍼지는 향수의 무게감과 자유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한국 대표로 미스 디올 전시에 참여한 지지수 작가. © Courstesy of Christian Dior Parfums
Miracle Rose from Heaven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Miracle Rose from Heaven〉은 페인팅과 크리스털 오브제가 결합된 형태다. 작품의 주요소인 꽃과 장미는 대중적으로 여성성을 상징하지만, 작가에게는 생명의 빛을 품은 강인한 존재로 다가왔다. 과거 작가는 가부장적 사회에 지배당하고, 움츠러들었으며 이로 인해 때로는 인생을 우회하기도 했다. 하지만 꽃은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오히려 주변을 화려하고 풍성하게 만든다. 작품은 꽃에 대한 클리셰를 깨트리며, 꽃만이 가지는 강인함을 새로운 여성상과 연결시켰다.
Miss Dior in Seoul
김민정은 전직 패션 에디터로, 패션과 예술이 일으키는 폭발적인 화학작용을 관찰하는 것에 기쁨을 느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