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9인의 여성 예술가를 조명하는, 미스 디올 전시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Art&Culture

전 세계 9인의 여성 예술가를 조명하는, 미스 디올 전시

한 패션 디자이너가 그토록 오랫동안 빠져있었던 여성이라는 예술. 미스, 디올!

BAZAAR BY BAZAAR 2023.05.04
 
 패션 디자이너 크리스찬 디올과 그와 긴밀하게 일했던 팀의 여성 조력자들. © Christian Dior Parfums Collection

패션 디자이너 크리스찬 디올과 그와 긴밀하게 일했던 팀의 여성 조력자들. © Christian Dior Parfums Collection

 

Miss Dior, A Star is Born

예술가란, 사람들이 세계를 경험하는 방식을 변화시키려 노력하는 이들이다. 우리가 크리스찬 디올, 즉 무슈 디올을 예술가로 분류하는 것 역시 그가 여성의 세계를 바꾸어놓았기 때문. 갤러리스트이자 예술품 중개인으로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1929년 금융 위기로 인해 갤러리스트의 모험은 막을 내렸다) 수많은 동시대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패션의 예술적 면모를 다듬어간 아티스트다. 크리스찬 디올이 마지막 순간까지 머물렀던 샤토 드 라 콜 누아르 저택은 그야말로 예술가들의 아지트였다. 손끝에서 나오는 우아한 옷들과 마찬가지로 크리스찬 디올은 남프로방스의 자연 속에 위치한 샤토 드 라 콜 누아르를 영감의 안식처로 다듬었다. 그가 손수 설계한 거대한 정원에서는 수천 송이의 메이 로즈와 재스민의 향이 퍼져나갔고, 이 향기는 그들의 영혼에까지 스며들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무슈 디올 역시 조향사로서의 꿈을 구체화한다. 그에게 향기란 영혼의 패션이었다.
 
크리스찬 디올이 마지막 순간까지 머물렀던 샤토 드 라 콜 누아르 저택에 장식된 플라워 모티프의 18세기 병풍. © Bruno Ehrs, Dior in Bloom, Flammarion

크리스찬 디올이 마지막 순간까지 머물렀던 샤토 드 라 콜 누아르 저택에 장식된 플라워 모티프의 18세기 병풍. © Bruno Ehrs, Dior in Bloom, Flammarion

 
1947년 2월 12일, 몽테뉴가 30번지의 디올 하우스에서 벌어진 일은 하나의 ‘사건’이 되어 역사에 기록되고 있다. ‘뉴룩(New Look)’이라는 대명사를 차지하기에 충분한 디올만의 뉴룩이 탄생한 것. 뉴룩은 실루엣의 변화도 혁신적이었지만 이를 뛰어넘어 여성을 대하는 크리스찬 디올의 시선 역시 새로웠다. “여인의 향수는 그녀의 손글씨보다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해준다”라고 했던 그는 또 다른 주인공 ‘미스 디올(Miss Dior)’을 무대에 세웠다. 강렬한 그린 시프레 계열의 향수인 ‘미스 디올’은 쿠튀리에의 실루엣에 마지막 터치를 더하며 뉴룩이 단지 옷에 관한 이야기가 아님을 보여줬다. 전쟁 중 화려함에 굶주려있던 그 시절, 뉴룩은 ‘미스 디올’의 향과 함께 사람들의 오감을 깨워냈다. 우아함이 얼마나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지를 느끼며 다시 한 번 그것을 갈망하게 만들었다. 
 
하운즈투스 체크 패턴을 입은 디올 최초의 향수, ‘미스 디올’. © Christian Dior Parfums Collection

하운즈투스 체크 패턴을 입은 디올 최초의 향수, ‘미스 디올’. © Christian Dior Parfums Collection

 

The Scent of A Woman

‘미스 디올’ 향수의 뮤즈는 크리스찬 디올이 깊이 사랑하고 존경한 그의 여동생, 카트린 디올이었다. 식물학자이자 프랑스 레지스탕스 단원으로 활약한 그녀는 라벤스브뤼크 강제 수용소로 추방되었다가 1945년 극적으로 풀려났다. 이후, 그녀는 남은 생을 자신이 사랑한 꽃에 바쳤다. 크리스찬 디올은 고난과 시련 속에서도 여전히 잠들지 않는 아름다움에 대한 그녀의 열망을 응축해 향으로 탄생시켰다. 이는 또한 그 시절 치열한 전쟁을 겪은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헌사이기도 했다.
 
1947년 탄생한 미스 디올의 오리지널 보틀. © Antoine Kralik for Christian Dior Parfums

1947년 탄생한 미스 디올의 오리지널 보틀. © Antoine Kralik for Christian Dior Parfums

 
크리스찬 디올은 ‘미스 디올’의 보틀에서 그가 만든 드레스가 자연스레 떠오르길 바랐다. 그래서 마치 디올의 드레스를 입듯, 여성들이 매혹적인 향기를 입을 수 있게 되길 원했다. 아이코닉한 리본이 장식된 보틀은 그 자체만으로 여성성의 정수를 완벽히 담고있다. 잘록한 형태의 오리지널 ‘미스 디올’ 보틀은 뉴룩을 상징하는 숫자 8과 코롤(Corolle, 화관) 라인의 유려한 곡선을 연상시킨다. 1950년, 마치 수트처럼 잘 재단된 새로운 형태의 보틀이 탄생하는데 이 향수 병에는 쿠튀리에의 정신이 담긴 ‘쿠튀르 보’가 장식되었다. 훗날, 이 리본 장식은 탁월한 프랑스 장인정신이 완성한 세밀한 새틴 자카드 리본 형태로 바뀌며 ‘미스 디올’의 상징이 된다.
 
메이 로즈를 수확 중인 크리스찬 디올의 여동생 카트린 디올. © Christian Dior Parfums Collection

메이 로즈를 수확 중인 크리스찬 디올의 여동생 카트린 디올. © Christian Dior Parfums Collection

 
1956년에 바르셀로나에서 식사 중인 크리스찬 디올, 갈라, 빅토르 그랑피에르, 살바도르 달리, 토니 산드로. © Collection Tony Sandro

1956년에 바르셀로나에서 식사 중인 크리스찬 디올, 갈라, 빅토르 그랑피에르, 살바도르 달리, 토니 산드로. © Collection Tony Sandro

 
 
‘미스 디올’은 반딧불이 빛으로 반짝이던 저녁 하늘과 재스민의 향기가 소프라노의 노랫소리처럼 펼쳐지던 프로방스에서 태어났습니다.   
 
 
카트린 디올은 1945년 6월 14일 강제 추방에서 귀환 후 꽃을 가꾸는 일에 빠져들었다. © Christian Dior Parfums Collection

카트린 디올은 1945년 6월 14일 강제 추방에서 귀환 후 꽃을 가꾸는 일에 빠져들었다. © Christian Dior Parfums Collection

 
1957년 경, 파리 레 알 시장의 꽃 가판대에 있는 카트린 디올과 에르베 데 샤보네리. © Christian Dior Parfums Collection

1957년 경, 파리 레 알 시장의 꽃 가판대에 있는 카트린 디올과 에르베 데 샤보네리. © Christian Dior Parfums Collection

 
 
 

Enchanted World

전 세계 여성 예술계를 집중 조명하는 «미스 디올 전시(Miss Dior Exhibition)»는 예술과 여성에 대한 디올 하우스만의 지지를 담고 있다. 서로 다른 문화 속에 있는 9명의 여성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여성의 삶에 필요한 용기와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 Irene Herrera for Christian Dior Parfums

© Irene Herrera for Christian Dior Parfums

하루카 코진(Haruka Kojin)
일본 아티스트 하루카 코진은 작품을 통해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이 맺는 유대관계에 의문을 제기하며, 플렉시글라스 몰드를 소재로 새들의 비행처럼 투명한 공간에 아주 많은 꽃들이 유영하는 모습을 구현했다. 
 
© Bruno Suet for Christian Dior Parfum

© Bruno Suet for Christian Dior Parfum

잉그리드 도나(Ingrid Donat)
프랑스 출신 조각가 잉그리드 도나는 현재 장식예술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청동을 이용해 ‘미스 디올’을 주얼리처럼 재해석한 작품을 완성했다. 여성의 강인함과 섬세함을 상징하는 카트린 디올을 향한 경의를 담았다고.
 
© Tereza Mundilova for Christian Dior Parfums

© Tereza Mundilova for Christian Dior Parfums

피아 마리아 래더(Pia Maria Raeder)
독일의 아티스트 피아 마리아 래더는 비치우드로 두 가지 조각작품을 탄생시켰다. 수백 개의 나무 막대를 꽂아 만든 입체적인 드레스 조각과 래커 비즈를 장식한 보틀은 여성성과 향수의 감성적 힘에 대한 작가만의 해석을 담고있다.
 
© Morgane LayxJonny Cochrane for Christian Dior Parfums

© Morgane LayxJonny Cochrane for Christian Dior Parfums

배단 로라 우드(Bethan Laura Wood)
영국 디자이너 베단 로라 우드는 사물과 사용자가 맺는 깊은 연결에 매료되어 물질적인 계층화가 풍부한 프로젝트를 주로 선보인다. 정원에 설치하는 장식용 조형물 폴리에서 영감을 받아 캔디 컬러의 글라스 꽃이 장식된 메탈 구조물을 완성했다.
 
© Li Kai for Christian Dior Parfums

© Li Kai for Christian Dior Parfums

다이시 루오(Daishi Luo)
메탈을 주로 다루는 중국의 예술가 다이시 루오는 해방에 대한 여성의 열망을 작품 속에 담았다. 중국어로 ‘천 마리의 새’를 의미하는 하운즈투스 패턴을 활용해 비상하는 새를 픽셀 모양의 금속 조각으로 변형함으로써 여성의 자유를 표현했다.
 
© Morgane LayxJonny Cochrane for Christian Dior Parfums

© Morgane LayxJonny Cochrane for Christian Dior Parfums

미모사 에샤르(Mimosa Echard)
자연 소재와 물질을 조합해, 일명 하이브리드 에코 시스템을 구상하는 프랑스의 비주얼 아티스트 미모사 에샤르. 달팽이집, 이끼, 뿌리 등과 함께 디올 참, 주얼리 등을 레진 속에 넣어 마치 ‘향수 화석’과 같은 조각을 완성했다.
 
© Li Kai for Christian Dior Parfums

© Li Kai for Christian Dior Parfums

후아 왕(Hua Wang)
중국 출신 아티스트 후아 왕은 개성 있는 도자기 공예법을 구축하며 중국 아트계의 새로운 세대로 각광받고 있다. 작품은 ‘미스 디올’ 보틀의 상징인 리본을 세라믹 소재를 활용하여 단단함과 부드러움을 지닌 곡선으로 표현했다.
 
© Titia Hahne for Christian Dior Parfums

© Titia Hahne for Christian Dior Parfums

사빈 마르셀리스(Sabine Marcelis)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사빈 마르셀리스는 레진 소재와 파우더 핑크 컬러를 재료 삼아 작품을 완성했다. 허공을 휘감는 리본을 통해 가볍게 퍼지는 향수의 무게감과 자유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한국 대표로 미스 디올 전시에 참여한 지지수 작가. © Courstesy of Christian Dior Parfums

한국 대표로 미스 디올 전시에 참여한 지지수 작가. © Courstesy of Christian Dior Parfums

 

Miracle Rose from Heaven

우리가 예술을 가까이하는 이유는 인간의 내적인 나약함을 보완하기에 예술처럼 효과적인 도구도 없기 때문이다. 그건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과 작품을 만드는 사람 모두 공히 누리는 예술의 치유적 효능이다. 이번 미스 디올 전시에 한국 작가 최초로 참여한 지지수는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예술을 치유의 도구로 활용하는 작가다. 그녀는 회화, 드로잉,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자신과 타자, 혹은 외부 세계 사이에 벌어지는 심리적 갈등을 담아내고, 작품을 매개로 이 갈등과 서서히 화해한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Miracle Rose from Heaven〉은 페인팅과 크리스털 오브제가 결합된 형태다. 작품의 주요소인 꽃과 장미는 대중적으로 여성성을 상징하지만, 작가에게는 생명의 빛을 품은 강인한 존재로 다가왔다. 과거 작가는 가부장적 사회에 지배당하고, 움츠러들었으며 이로 인해 때로는 인생을 우회하기도 했다. 하지만 꽃은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오히려 주변을 화려하고 풍성하게 만든다. 작품은 꽃에 대한 클리셰를 깨트리며, 꽃만이 가지는 강인함을 새로운 여성상과 연결시켰다.
 

Miss Dior in Seoul

현재 가장 깨어있는 도시를 꼽자면, 단연 서울이다. 한국 여성들은 그 어느 시대보다 치열하게 과거의 불균형을 조정하고, 일그러진 여성상을 바로잡는 데 앞장서고 있다. 미스 디올 전시가 서울을 찾은 데는 지금 이보다 더 중요한 변화의 장소가 없기 때문이다. 미스 디올 전시는 디올 하우스의 꽃에 대한 헤리티지를 느낄 수 있는 정원을 시작으로, 미스 디올의 눈부신 유산과 아카이브 작품들, ‘미스 디올‘ 캠페인 속 내털리 포트먼이 입었던 5벌의 쿠튀르 드레스, 앞서 소개한 세계적인 여성 작가들이 새로이 창조해낸 ‘미스 디올’ 오마주 작품까지 시공간을 뛰어넘는 특별한 후각적 여행을 선사하는 미스 디올의 수많은 유산을 감상할 수 있다. 지금, 이 시대의 여성에게 필요한 깨어있는 아름다움을 이곳에서 온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미스 디올’ 전시와 팝업은 5월 5일부터 6월 4일까지 성수동에 위치한 플라츠 2에서 개최될 예정이며, 카카오톡 예약하기를 통해 사전 예약 후 방문 또는 현장에서 등록하여 방문이 가능하다.
 
김민정은 전직 패션 에디터로, 패션과 예술이 일으키는 폭발적인 화학작용을 관찰하는 것에 기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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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 김민정
    에디터/ 손안나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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