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 3만원짜리 샴푸와 1만원이 넘는 치약이라니. 샴푸나 치약은 그저 진열장에서 가장 크거나 사은품을 끼워주거나 여러 개를 묶어 판매하는 제품, 그도 아니면 명절 선물로 들어온 것을 온 가족이 나눠 쓰는 생활품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두피도 피부처럼 관리하는 ‘스키니피케이션’이 대세로 떠올랐고, ‘럭셔리’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한 제품들이 줄을 잇는다. 우리가 그저 위생품이라고 치부하던 것들이 뷰티 아이템으로 자리를 달리하게 된 것. 그리고 그 흐름이 세탁세제로 옮겨가고 있다.
그 중심엔 역시 코로나라는 전례 없는 전염병이 있다. 생활 속에서 쌓여가는 각종 화학물질, 즉 바디버든(Body Burden)에 대한 경각심과 세탁 빈도수의 증가, 빨래가 노동이 아닌 의류를 관리하는 행위라는 인식의 확대와 더불어 지속가능성이란 키워드가 일상에 자리하며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환경친화적이고, 세분화된 제품들을 찾게 된 것. 지금의 세탁세제가 갖춘 요건들이다.

세탁세제가 달라졌어요
이러한 이유로 요즘의 세탁세제는 성분부터 변화를 주었다. 희녹 ‘더 디터전트’는 패브릭이 피부에 닿는다는 점을 고려해 생활 화학 제품에 주로 쓰이는 성분을 모두 스킨케어 성분으로 대체했다. 희녹의 대표 박소희는 “같은 이름을 가진 성분이라도 사용 용도에 따라 원료 등급이 다릅니다. ‘더 디터전트’는 100% 스킨케어 성분만을 엄선해 사용했습니다”라고 말한다. 섬유의 탈취와 발향을 위해 쓰는 인공향료를 배제하고 제주 편백수와 편백 오일을 넣었으며 석유에서 추출한 계면활성제 대신 순식물성 계면활성제를 담았다. 클라리케 ‘프리미엄 세탁세제’ 역시 코코넛에서 추출한 계면활성제를 사용했다. 이 제품은 정제수로 희석하지 않고 순수한 유효 성분을 담아 적은 양으로도 세정이 가능하다. 항균과 섬유 보호, 세정력을 위해 녹차, 티트리잎, 레몬 추출물 등을 담았으며 피부 무자극 테스트를 완료했다. 티르라이프 ‘퓨어 세탁 세제’는 저자극 비건 인증을 받은 제품.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순하지만 강력한 세정력을 자랑한다. 약모밀, 유칼립투스, 녹차 추출물 등이 연약한 피부와 옷감을 보호한다. 그 외에도 아로마티카, 믹순, 아토팜, 톤28 등에서 저자극 세탁세제를 만날 수 있다. 이들은 대부분 생분해도 95% 이상으로 세제 잔여물 걱정을 해결한다. 또 하천으로 흘러 들어갈 경우 빛과 산소의 공급을 차단해 생기는 문제를 방지한다. 환경 오염이 다시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한 것. 물론 미세플라스틱, 형광증백제, 가습기 살균제로 논란이 된 CMIT/MIT, 포름알데히드 등 유해물질에 대한 안전성도 입증받았다.



세탁세제가 피부에 미치는 영향
라고 김홍석 원장이 조언한다. 티르티르 IMC 마케팅팀 양서연 역시 세제 양은 세척력과 비례하지 않는다고 전한다. “세척 효과에는 큰 차이가 없으며 오히려 물에 충분히 녹지 않아 세제 찌꺼기가 발생할 수 있죠.” 더불어 세탁조의 세척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다만 피부 장벽이 약하거나 쉽게 자극이 일어나는 민감성 피부, 피부 질환을 앓고 있다면 알레르기 성분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연세파스텔피부과 전문의 노성민은 조언한다. “가을이나 겨울철에 피부가 자주 가렵고, 향수 등으로 피부가 붉어지는 증상이 일어난다면 건조하고 민감한 피부라고 볼 수 있어요. 이런 피부라면 세제 찌꺼기가 피부 세포를 자극하고 피부 지질 성분을 파괴해 접촉성 피부염이 일어날 수 있죠.” 또 제대로 녹지 않아 잔여물이 생길 수 있는 가루 제품보단 액체 타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