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록이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순간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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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록이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순간

고독의 순간, 배우 김신록은 연기를 통해 살기로 결심했다.

BAZAAR BY BAZAAR 2023.01.27
 
이어커프는 Portrait Report. 
 
〈방법〉 〈괴물〉 〈지옥〉에 이어 최근 활약한 〈재벌집 막내아들〉까지 오랜 시간 무대에 오르다 매체 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벌써 3년째인데, 지친 기색이 없네요. 
눈덩이 굴러가듯이 에너지가 에너지를 부르고 있어요. 연극할 때 “힘을 써야 힘이 난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매체 연기 또한 훈련해보니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게 있어요. 할수록 재미있고, 해보고 싶은 것도 점점 많아지고.
무당, 엄마, 재벌집 고명딸까지 매번 확연히 결이 다른 배역을 맡아왔잖아요. 드라마 〈무빙〉이 아마 가장 빠른 시일 내에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일 듯한데, 진화영 캐릭터와는 어떻게 다른가요? 
국정원 직원 여운규 역으로, 비교적 작은 역할이에요. 문성근 선배가 제 상사로 호흡을 맞췄어요. 진화영과 달리 감정이 절제되어 있죠.
 
컷아웃 크롭트 톱, 니트 스커트는 Rvn. 이어커프는 Portrait Report. 롱 부츠는 Gianvito Rossi.
 
〈지옥〉의 연상호 감독은 당신을 “연기에 대한 철저한 지성과 날것의 직관성을 가지고 있는 괴물 같은 연기자”라고 칭찬하기도 했죠. 
연 감독님은 추상적인 디렉션보다는 구체적인 디렉션을 주시는 편이라, 혼자 미루어보고 연기했던 기억이 나요. 어떤 역을 맡을 때 이성적으로 이해했든 계산했든 그 모든 영역을 직관으로 표현하려 노력해요.
교수로 30대 내내 연기를 가르쳐온 것으로도 주목받았는데, 강단 위에서는 어떤 모습이었나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강의를 했으니 10년 가까이 했네요. 학교 다니면서 꾸준히 연극 작업도 병행했죠. 그 당시 저의 화두는 연기를 하고, 가르치고, 배우면서 이 세 바퀴를 잘 굴리는 것이었어요.
긴 시간 동안 배우로서 더 많은 작품을 하고 싶다는 조바심은 없었나요? 
잘하고 싶고, 좋은 역할 맡고 싶고, 좋은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는 의욕도 있었죠. 그런데 막상 무엇이 연기이고, 좋은 역할과 작품인지에 대해서 깊이 숙고한 적이 없던 것 같아요. 나이가 들고 나니,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거죠. 
 
오버사이즈 재킷은 Loewe. 수트, 튜브 톱, 벨트, 언더웨어는 모두 Miu Miu. 귀고리는 Viollina. 골드와 실버 레이어드 반지는Portrait Report. 슬링백 힐은 Christian Louboutin. 
 
전문적인 연기 비평 글도 썼죠. 치열하게 연기를 공부해왔으니, 스스로의 연기에 대한 기준이 높은 편인가요? 
연기에 대해 ‘빛난다’ ‘잘한다’ ‘돋보였다’ 이런 평가 말고, 작품 비평 말고 좀 더 전문적인 용어로 연기를 말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비평은 평가와 달리 사랑하는 사람의 숨겨진 의도를 발견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해석의 여지를 계속해서 찾고 어떤 부분을 그 사람의 역사와 연결시켜서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죠. 그런데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오래 하지는 못했지만, 앞으로도 그렇게 수식어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제 연기를 바라보려 노력하고 있어요.
워낙 ‘탐구’ 대신 ‘탐색’하려는 마음이 강해 그런가 봐요. 적확한 단어의 뜻을 고르기 위해 습관처럼 사전을 자주 찾아본다죠. 요즘 꽂힌 단어를 꼽아본다면요?
저에 대해 많이 찾아보셨네요.(웃음) ‘의식’이라는 단어에 꽂혀서 주변 동료 다섯 명과 스터디를 시작했어요. 책도 함께 읽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한 페이지 분량의 글도 쓰기로 했어요.
요즘처럼 바쁜 일정 중에 스터디라니 힘들지 않아요? 
첫 모임을 했으니 계속 가야죠.(웃음)
2월에 배우 인터뷰집 출간을 앞두고 있다고요. 촬영 오기 전 예전에 인터뷰어로서 웹진 〈연극in〉에 연재한 인터뷰를 봤어요. 
배우의 인터뷰를 보면 “왜 연기보다 ‘어떤 성격인가?’에 대해서 더 많이 물어볼까?”라는 물음에서 시작된 기획이었어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배우가 만난 배우’라는 시리즈를 연재했는데, 내가 가진 연기적인 코드, 상대 배우가 가진 연기적 코드, 두 코드를 상호교류하는 방식으로 이어갔죠. 그때 굉장히 치열하게 나눈 이야기들이 좋았어요. 팬데믹을 거치면서 어느 순간 저의 연기 가치관이 달라지고, 기존에 내가 했던 모든 말이 낡아버린 것 같았어요. 그래서 지난해 그때 만났던 배우들을 다시 만나야겠다고 생각했죠. 24인의 배우를 각각 두 번씩 만나 인터뷰했어요.
한 인터뷰에서 “새로운 시대가 왔는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언어를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라고 말한 게 기억에 남아요. 대화를 통해 어느 정도 그 감정이 해소된 걸까요? 
적어도 같이 헤매는 별동무들을 만난 느낌이에요.
 
컷아웃 장식 드레스는 Rvn. 귀고리는 Viollina. 체인 벨트는 Muchacha Mona. 검지에 낀 반지는 Lsey×Amondz. 약지에 낀 반지는 Saltwater. 
 
연기에 대한 김신록의 관점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책 제목을 정할 때 〈배우가 배우를〉이라는 제목이 마지막까지 물망에 올랐어요. 그런데 제가 강력하게 주장해서 〈배우와 배우가〉라고 수정했죠. 사실 전자가 훨씬 익숙하고 말맛이 있고, 후자는 어딘가 모호해요. 이렇듯 ‘주체와 대상이 분명하게 나눠지는 세상에서, 모호하게 뒤섞이는 방식으로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래도 드라마에서는 주어진 캐릭터를 분명하게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시선을 반영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텐데요.
어제 읽은 책에서 와닿는 구절을 발견했어요. “관객이 믿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내가 경험하는 것에 관객을 초대할 수 있을 뿐이다.” 샌포드 마이즈너라는 미국 메소드 연기 대가의 생각을 제자가 정리한 연기 이론서에서 본 글이에요. 같은 고민을 하며 연기하고 있어요. 최근 대학원 수업 할 때 보던 원서를 꺼내 다시 보고 있는데, 기초적인 서적에서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어 좋아요.
 
오버사이즈 재킷은 Loewe. 수트, 튜브 톱, 벨트, 언더웨어는 모두 Miu Miu. 귀고리는 Viollina. 슬링백 힐은 Christian Louboutin.
 
배우로서 자신의 가능성을 최초로 발견했을 때가 기억나나요? 
‘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은 순간은 기억이 나요. 중학생 시절, 아버지가 연기하는 소극장에 간 적이 있어요. 〈태백산맥〉이라는 연극이었는데, 아주 조그마한 무대 위에 초가집과 산이 있고 배우들이 몸도 풀고 소리를 내고 있었어요. 그 순간 노란 앰버 조명이 탁 켜지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더라고요. “사람은 누구나 종교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다”라는 말. 이어령 선생님의 글에서 봤는데, 무대를 본 순간 느낀 감정이 그 느낌이었던 거 같아요. 모든 사물이 또렷하게 느껴지고, 드러나고, 주위가 너무 고요한 것 같은 감각. 좋은 의미의 고독을 느낀 순간 같아요.
배우에게 어떤 성격인지 묻는 것에 의문이 든다 했지만, 이제 물어도 될 것 같아요.(웃음) 일상에서의 김신록은 어떤 사람인가요? 
남편은 저에게 성인 ADHD라고 할 정도로 전 지루한 걸 잘 못 참아요. 생각의 전환이 빠르고 계획을 순차적으로 진행하지 못하는 편이에요. 집 안에서도 구석구석 들어가 눕고, 요리를 하다가 빨래를 하고 노트북도 하고 일상을 조각내서 일을 하죠.
최근 연기나 작품 이외에 사로잡힌 일이 있다면요? 
‘미라클 모닝’이요. 일찍 일어나서 ‘삶을 어떻게 바꿔볼까’라는 생각에 매료되어 있어요. 아침 일정이 있으면 2시간 전에 깨어 있으려고 해요. 오늘 10시에 화보 촬영이어서 알람을 6시에 맞췄어요. 하지만 결국 늦잠을 자 8시에 일어났죠. 그래도 노력하고 있으니….(웃음)
연기가 주는 것들 가운데 가장 사랑하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활력이요. 살아가는 힘을 느낄 수 있는 게 가장 중요해요. 예전에 어떤 분이 〈지옥〉에서 박정자가 깨어나는 장면에서 등뼈가 아팠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내내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연기를 통해 감각이 활성화되는 경험. 그게 바로 연기가 주는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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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안서경
    사진/ 고원태
    헤어/ 한지선
    메이크업/ 김윤영(prance)
    스타일리스트/ 김미현
    어시스턴트/ 허지수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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