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 탄 왕자가 필요한 게 아니라, 같이 칼춤 춰 줄 망나니가 필요해요."
이게 바로 진정한 '내 편'의 정의가 아닐까. 듣자마자 뇌리에 꽂힌 주옥같은 대사다. 나를 위해 기꺼이 '공범'도 되어 줄 수 있는 '망나니'라니. 연대와 연애 그 중간쯤에 놓인 여정과 동은의 관계를 이보다 더 세련되게 표현할 수 있을까. 냉철한 복수극에서조차 우아한 은유법으로 로코 필력을 보여준 김은숙 작가에게 다시 한번 감탄했다. 뻔해도 좋으니 부디 여정과 동은이 뻔해도 해피엔딩이기를 응원해 본다. 이주희(31세, 디자이너)
"추락할 너를 위해, 타락할 나를 위해"
"용서는 없어. 그래서 그 어떤 영광도 없겠지만"
개인적으로 〈더 글로리〉의 핵심은 이 대사에 다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준비한 처절한 복수극을 앞두고 담담하게 내뱉은 말이라 더 서글프게 다가온다. 광기 어린 독기보다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공허함과 처연함에 슬픔의 무게가 배가 됐다고나 할까. 비록 추락과 타락. 딱히 뭐 하나 나은 것 없는 단어들 사이에서 새드 엔딩을 예감하게 되지만. 이정은(29세, 회사원)
"바둑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집이 더 많은 사람이 이기는 싸움이에요. 자기 집을 잘 지으면서 남의 집을 부수면서 서서히 조여 들어와야 해요. 침묵 속에서 맹렬하게!"
여정이 동은과 첫 바둑 수업을 하던 장면에서 나온 이 대사 한마디에 생전 관심 없던 바둑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진의 남편인 도영에게 자연스럽게 접근하기 위해 바둑을 시작했다가 진심으로 바둑을 좋아하게 된 동은처럼. 침묵 속에서 사력을 다하는 전투라니, 그간 수많은 드라마, 영화에서 다뤄온 바둑이지만 새삼 흥미로운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극 중 복수의 서수와도 너무 잘 어울리는 설정! 특히 동은과 도영이 대국하는 장면은 이상하게 섹시해 보이기까지 한다. 서유라(23세, 대학생)
"문샘은 여자인 걸 감사하게 생각해야겠다. 남자였으면 진짜 세게 한대 맞았어. 알아?"
"진짜요? 선생님은 여자랑만 싸우실 것 같은데? 저두 넝담."
이유 없이 주위를 맴돌며 연신 불쾌한 말로 시비를 거는 추선생을 한방 시원하게 먹인 동은의 일침! 기싸움에서 완패한 추선생이 모욕감으로 일그러진 표정을 보는 순간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나도 누군가가 무례하게 굴면 저렇게 받아치고 싶다 생각했던 장면! 실제 상황이었다면 분노심에 바들바들 떨었겠지만.. 부디 시즌 2에서 추선생이 '넝담 빌런'으로 등장하지 않기를! 허수연(27세, 파티셰)
"내 꿈은 너야, 연진아."
동은의 내레이션 끝에 항상 마침표처럼 따라붙는 그 이름. 나즈막이 다정하게 불러서 더 소름끼치고 무섭게 다가오던 그 이름. 그 어떤 대사보다 서늘하고 묵직하게 뇌리에 각인됐다. 단 하루도 잊어본 적 없다는, 그리움을 닮아 멈출 수 가 없다는 동은의 증오심이 "연진아" 세 음절 안에 깊이 스며든 것 같다. 이연주(32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