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좀비세포를 제거하는 청소부
피세틴은 항산화 물질인 폴리페놀의 하나로 딸기, 사과, 감 등 대부분의 과일과 채소에 함유된 흔한 성분이다. 오래전부터 항산화 물질로 알려져 있던 피세틴이 최근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세계 최고의 의료기관으로 꼽히는 미국 메이요클리닉(Mayo Clinic)에서 2018년부터 노화 치료 목적으로 피세틴 연구에 돌입했기 때문. 특히 피세틴을 고용량으로 투약한 쥐에서 체내 노화된 좀비세포가 25% 가까이 제거되고 장수율이 15% 올라갔다는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며 차세대 항산화 성분으로 떠올랐다. 비슷한 시기에 하버드 의과대학 교수이자 노화 생물학자인 데이비드 싱클레어가 발간한 책 〈노화의 종말〉에도 피세틴이 언급되어 있다. 싱클레어 박사는 노화로 인한 각종 질환은 몸에 쌓이는 좀비세포 때문이며 이를 제거할 수 있는 물질로 피세틴을 지목한다. 우리 몸의 세포는 분열을 거듭하다 소임을 다하면 멈추는데 이때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좀비 상태가 된다. 보통은 면역 시스템이 좀비세포를 처리하지만 나이가 들어 면역 체계가 약해지면 제대로 제거하지 못해 체내에 쌓인다. “좀비세포는 염증 인자를 분비하며 트러블을 일으킵니다. 피세틴은 좀비세포를 감싸고 있는 보호막을 파괴하는데, 보호막이 사라진 좀비세포는 자신이 분비한 물질에 공격받아 결국 사멸하죠.” 새하나약국 약사 김태형은 피세틴이 어떻게 좀비세포를 청소하는지 명쾌하게 설명한다. 피세틴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천연 성분으로 쉽게 구할 수 있고 체내 부작용이 적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천연 성분이니만큼 정제된 영양제보다 본래의 형태로 섭취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피세틴은 딸기에 월등히 많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1kg당 160mg을 함유하고 있어 하루 피세틴 권장량인 200mg를 섭취하려면 매일 딸기 22개를 먹어야 해요. 또 딸기에는 피세틴만 들어 있지 않죠.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당류도 동시에 섭취하게 되고 흡수율에 대한 차이도 있습니다. 이에 식품보단 영양제 형태로 복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푸른내과의원 전문의 이송주의 대답.
피세틴 잘 먹는 방법
그럼 피세틴 영양제는 어떻게 복용해야 할까? 제조사마다 피세틴 함량이 다르고 다른 성분이 조합된 제품도 있으니 동봉된 복용 방법을 따를 것. 피세틴은 지용성 성분으로 몸에서 잘 녹지 않고 44% 밖에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오메가3 같은 지용성 성분과 함께 섭취하면 효과적이다. 지용성 성분을 복용하면 우리 몸은 지방분해효소를 분비하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으로는 메이요클리닉에서 시작한 고용량 요법이 대표적이다. 체중 1kg당 20mg의 피세틴을 이틀 연속 복용하고 한 달 뒤 반복하는 방법으로 60kg의 성인이라면 100mg의 알약을 12알씩 이틀 연속으로 먹는 것이다. 소멸된 좀비세포가 다시 쌓이는 데 열흘에서 6주 정도 걸리기 때문에 좀비세포를 한 번에 빠르게 없애고 깨끗한 환경을 만끽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아무리 천연 성분이지만 이렇게 복용해도 부작용이 없을까? 실제 고용량 요법을 시도해본 미국 CVS 헬스 약사이자 〈친한미국약사〉 유튜버 김지연에게 물었다. “고용량 요법의 부작용은 아직 보고된 것이 없습니다. 이제 막 임상시험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간 손상과 관련된 충분한 연구 자료 역시 부족합니다. 하지만 단기 요법으로 간헐적으로 섭취하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다고 할 수 있죠.” 김태형 역시 피세틴 고용량 요법에 호의적이다. “지용성 성분은 체내에 축적되기 때문에 고용량 요법을 주의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피세틴은 간 세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염증 인자들을 낮춰 간을 보호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오히려 간수치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이죠.” 두 전문가 모두 고용량 요법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하면서도 피세틴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해당 방법은 임상 단계에서 시도한 테스트 중 하나이기 때문에 무조건 맹신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또한 폴리페놀 알레르기가 있거나 임산부, 갑상선 기능에 문제가 있다면 담당의와 상담 후 시도하라고 덧붙인다. 피세틴을 복용했을 때 가장 효과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체내 좀비세포가 많이 쌓인 50대 이상이며 20~30대는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할 수 있다. 한국에서 정식으로 판매되지 않기 때문에 제품을 구매할 때는 FDA나 GMP등 인증된 기관에서 검증받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피세틴은 아직 연구해야 할 점이 많지만 좋은 성분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효과가 아무리 드라마틱하다고 해도 영양제는 병을 고칠 수 없는 법이죠. 예방의 목적으로 적정량을 복용한다면 노화의 징후들을 분명 개선할 수 있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더클리닉 재활의학과 전문의 김명신의 조언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