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ECIOUS FOR THE FUTURE
온갖 진귀한 것들이 넘쳐나는 방돔광장, 그곳에 있는 부쉐론 부티크 옥상에서는 의외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특별 고객을 위한 전용 아파트 르 26V보다 더 높은 곳에는 부쉐론에게 VVIP인 꿀벌이 살고 있다. 부쉐론은 멸종 위기에 처한 꿀벌을 보호하기 위해 2016년부터 자체적으로 꿀을 생산하고 있다. 그런 연유로 독특하게 부티크 옥상은 꿀벌의 차지가 됐다. 부쉐론의 이 낭만적인 행동에는 ‘지속가능성’에 관한 메종의 진심이 담겨 있다.
부쉐론이 속한 케링 그룹은 여느 그룹과는 달리 EP&L(Environmental Profit and Loss) 즉, 환경 손익계산서를 발표하고 있다. 일반적인 손익계산서와 달리 EP&L은 지구를 사업으로 보고, 한 해 동안 환경이 얼마나 이익을 보고 손해를 봤는지를 계산하는 기법이다. 즉, 부쉐론이 환경에 도움이 되는 활동은 ‘이익’으로,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활동은 ‘손실’로 계산한다. 물론, 현재 대부분의 기업은 EP&L에서 적자다. 하지만 이를 수치화함으로써 점점 적자 폭을 줄이는 데 기업이 눈에 보이게 노력하려 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실제로 케링의 2021년 EP&L 적자는 5억2천2백 만 유로로 2019년(5억8천5백 만 유로)에 비해 11% 감소하였다. EP&L 적자를 줄이기 위해 부쉐론은 전방위적으로 사업의 초점을 ‘환경’에 맞추고 있다. 부쉐론은 재활용 금 95%를 포함하여 책임 있는 방식의 금(responsible gold) 100%를 사용하고 있으며, 방돔광장의 메종 부쉐론은 2030년까지 100% 친환경 전력 사용을 목표로 시스템을 바꾸고 있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노력은 비단 환경으로만 향하지 않는다. 꿀벌이 자라는 방돔 26번지의 또 다른 공간에는 부쉐론이 장인들을 위해 마련한 아틀리에가 있다. 공예에 관한 노하우와 열정이 미래에도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사람을 지키는 행위도 멈추지 않는다. 이를 위해 부쉐론은 주얼리 및 보석공예 전문학교인 BJOP 후원도 이어가고 있다. 또 원석을 채굴하는 광산 커뮤니티가 무너지지 않도록 책임감을 가지고 지원하고 있다. 예컨대, 마다가스카르에 사는 1천1백 명의 어린이에게 정기적으로 무료 급식을 제공하고, 금 구매금액의 1%는 금광 사업 지원을 위해 기부하고 있다.
부쉐론은 주얼러가 되고 싶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부티크 옥상에서 꿀벌을 키우고, 분쟁이나 내전이 있는 국가에서 생산된 원석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 맥락 없어 보이는 행동은 사실 모두 지구를 위한 것이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부쉐론의 노력은 지구와 지구인 둘 다를 향해 있다. 인간이 없는 지구도, 지구가 없는 인간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부쉐론의 수많은 행위의 핵심인 것이다.



THE ULTIMATE LUXURY
영국의 저명한 시인이자 비평가였던 새뮤얼 존슨이 말하길, “인간의 진정한 가치는 그가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사람에게 어떻게 대하는가에서 드러난다”고 했다. 이 문장에서 인간을 기업으로 치환한다면, 부쉐론이 만든 ‘잭 드 부쉐론 얼팀 캡슐 컬렉션’이 좀 더 달리 보인다. 잭 드 부쉐론 얼팀 캡슐 컬렉션은 코팔리트Ⓡ라는 재활용 산업 폐기물에서 시작한다. 말 그대로, 재활용에 재활용을 거쳐 이제는 쓸모를 다한, 일명 ‘최종 소재’로 불리는 코팔리트Ⓡ. 이것의 종착지는 주로 고속도로 제방이었다. 수명이 다한 검은색의 물질은 목숨이 다한 존재의 끝과도 같았다. 당연한 듯 코팔리트Ⓡ는 ‘쓸모없음, 가치 없음, 쓰레기, 폐기물’ 등의 단어들과 엮였다. “코팔리트Ⓡ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진귀함’과는 정반대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재활용되어 수명이 다한 산업 폐기물이 보여주는 파격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모습이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더 이상 활용될 수 없는 소재라는 사실이 제게 영감을 주었죠. 이 캡슐 컬렉션을 통해서 여기에 영원한 가치를 부여하고 싶었습니다.” 이 검은 재활용 산업 폐기물이 뭐든 새롭게 여기고, 달리 보고, 귀하게 만드는 부쉐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클레어 슈완의 눈에 띈 건 그야말로 운명이었다. “브랜드의 진정한 가치는 그가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에게 어떻게 대하는가에서 드러난다”라는 말에 코팔리트Ⓡ만큼 적절한 건 없으니까. 이 거칠고 극도로 검은 소재가 주얼리에 사용되면서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것도 가치를 지닐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게 된다. 주얼리의 반짝임은 흔히 얘기하는 반짝임과는 다르다. 그 반짝임은 메시지라는 형이상학적인 조건에서 시작된다. 즉, 특별함을 이야기하는 방식으로부터 나온다. 이렇게 측정되는 주얼리의 가치로 볼 때, 잭 드 부쉐론 얼팀 캡슐 컬렉션은 진귀함 그 자체다.
약 2년간의 연구 과정을 통해 산업 폐기물이었던 코팔리트Ⓡ에 광택과 조각이 더해졌다. 그리고 부쉐론의 컬렉션 중 가장 미니멀하고 현대적인 잭 드 부쉐론의 디자인이 보태져 처음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무언가’가 되었다. 단순히 ‘주얼리’라고 정의할 수 없는, 과정 그 자체가 반짝이는 완전히 새로운 의미의 주얼리다. 다만, 이번 캡슐 컬렉션은 판매용이 아니며 부티크에서도 전시되지 않는다. 그 점 역시 이 켈력션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