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김혜진은 소설 〈경청〉을 펴내어 우리 사회의 ‘캔슬 컬처’를 끄집어냈다. “모든 것들이 너무 빠르다. 빨리 판단하고, 빨리 퍼지고, 쉽게 ‘손절’하고, 아무도 얘기에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 주인공 해수같이 직업이 심리상담사이자 듣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녀도 오래도록 자신이 타인의 말을 경청해왔다고 확신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차츰 깨닫게 된다.” “이 소설은 말에 대한 소설이라고 할 수 있고, 말하기와 듣기에 대한 소설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다.” 말의 세계를 완벽하게 이해한다고 믿은 해수가 말에 관해서 두려움을 느꼈을 때 비로소 경청의 힘을 깨닫는다. “그녀는 해석하고, 설명하고, 반박하고, 동의하고, 고백하면서 보이지 않는 자기 내면을 정확하게 표현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식으로 모든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리고 그녀는 깨닫는다. 자신은 그저 넘쳐나는 말들에 둘러싸여, 불필요한 말들을 함부로 낭비하는 인간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자신이 한 말이 언제 탄생하고 어떻게 살다가 어디에서 죽음을 맞이하는지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을.” 동시에 〈경청〉은 제목 그대로 독자에게 경청의 기회를 제공한다.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른 악인, 용서받지 못한 가해자, 가혹한 누명을 뒤집어쓴 피해자, 역경에 굴복한 패배자, 혹은 시련 속에서 스스로를 잃어버린 얼간이. 소설이 막이 내릴 때까지 작가는 주인공을 ‘어떻다’라고 정의하지 않는다. 때문에 이 소설을 끝까지 읽었다면, 당신의 경청은 성공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