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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민이 <환혼>을 택한 이유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환혼>은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 10위권 내 인기를 구가 중이다. 정소민은 ‘무덕’이라는 인물의 몸에 혼이 들어온 ‘낙수’를 연기했다. 무덕의 눈을 보면 환혼인 존재의 진실이 드러난다. 한 작품 속에서 어떤 배우의 눈을 이렇게 자주, 또 깊이 바라본 적이 있었을까. 배우 정소민의 시선이 더 궁금해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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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님 팬츠는 SportMax. 탱크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판타지 사극이라는 장르는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지만, <환혼>의 무덕이라는 인물은 독특했다. 비밀을 간직한 인물인데, 그게 남장여자랄지 무시무시한 남성 자객의 혼이 여성의 몸에 들어왔달지, 하는 설정이 좀 더 전형적이라면. 잔인한 여성 자객의 혼이 여성에게 들어온 설정이 독특했다.
나도 그게 처음 대본을 봤을 때 매력적인 부분이었다. 내가 여태까지 안 했던 색다른 것, 사람들이 정소민 하면 1차원적으로 딱 떠올릴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닌 것, 좀 센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되게 오래전부터 했는데 운이 좋게 <환혼>도 그렇고, 곧 개봉할 <늑대사냥>도 거의 동시에 하게 됐으니까. 무덕이 캐릭터는 또 세고 카리스마만 있는 게 아니라 전혀 예상치 못한 몸으로 혼이 들어가서 나오는 허술함 같은 것도 함께 있어서 더 매력적이었다. 그게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 있어 부담감을 약간 덜 수 있는 포인트가 되기도 했다.
액션 잘하는 정소민이라, 모르는 사람들은 좀 놀랐을 것 같다. 원래 발레, 현대무용을 전공했잖나. 그게 <환혼>과 <늑대사냥> 모두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발현됐을 것 같은데, 어땠나?
안 해본 걸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운 좋게 두 작품으로 동시에 충족할 수 있게 돼서 감사하다. <환혼>이 합이 완벽하게 짜여 있는 액션이었다면, <늑대사냥>은 반대였다. <늑대사냥>은 마음 같아서는 진짜 오랜시간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싶었는데, 감독님은 그냥 기본 체력만 준비해 오라고, 합이 짜여 있는 느낌 말고 진짜 현장감 있는 사실적인 액션을 원하셨다. <늑대사냥>에서 형사인 다연 역할은 경찰학교 수석으로 졸업한 인재인데 자원해 강력계로 들어간 친구고, 선배들한테 전혀 기죽지 않는,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건 말을 해야 풀리는 그런 캐릭터여서 재미있었다. 생활에 찌들어 있는 모습, 액션도 생활 액션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당일까지도 합을 몰랐다. 근데 그게 또 재미있더라. 더 긴장하게 되고, 상대한테 더 집중도 하게 되고.

니트, 스커트는 Prada. 로퍼는 Camper.
그렇게 현장에 나가면 불안하진 않나?
원래는 불안해했다. 막 완벽하게 준비해야 하고 그랬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많이 내려지는 것 같다.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준비하되, 현장이라는 게 늘 변수가 많기 때문에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대처해나가는 재미를 알게 됐달까. 제일 중요한 건 시간인 것 같다. 계속 경험해보고, 상황을 몸으로 부딪혀보고 하면서 어느 정도 편해진 거겠지.
<환혼>이 장르적 재미로 밀어붙이는 쪽이라면, 개인적으로 정소민이라는 배우의 매력을 새롭게 정립하게 된 게 <이번 생은 처음이라>였다. 작품이 워낙 좋기도 했지만, ‘하우스푸어’라는 시대 고민을 담은 작품이고, 그걸 연기로 현실에 딱 달라붙게 설득해낸 작품이기도 해서. 어떤 이야기에 끌리는지도 궁금하다.
극과 극이다. 현실에 딱 붙어서 공감 가는 얘기도 좋아하고 창의력이 많이 발휘된 판타지 세계도 좋아한다. 상상력이라는 게 엄청나서 그것만으로도 압도되는 이야기. 스티븐 스필버그나 제임스 카메룬 감독 작품 같은. <아바타>처럼 완벽하게 설계된 가상의 세계관이나 SF, 우주 이야기도 좋아한다. <The OA> 같은 작품도.

수트는 System. 힐은 Prada.
유튜브 <쏨데이>도 하고 있다. 기획하고 찍고 자막 쓰고 직접 한다는 게 느껴지던데. 최근 제주여행편도 재밌게 봤다. 여행 가서 혼밥하고 구경 다니고 쇼핑하고, 혼자 다 하더라.
원래 혼자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한다. 혼밥도 익숙하고, 독립서점 같은 데 다니는 거 좋아하고. 혼자 밥 먹으러 다닐 때는 꼭 미리 전화해보고 간다. 1인 식사가 안 되는 곳도 있고, 메뉴도 사실 한정적이라서 미리 잘 찾아보고 다니는 편이다. 그런 시간이 되게 필요하다고 느낀다. 어쨌든 촬영 현장이라는 게 엄청 많은 사람들에 노출되는 거고, 그 현장 자체도 매번 바뀌잖나. 좀 적응했다 싶으면 또 바뀌고, 또 새로운 사람들이고, 이렇다 보니 뭔가 혼자서 충전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대중의 시선에 대한 정소민의 생각도 궁금하다.
타인의 시선에 너무 얽매이거나 날 가두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게 예전에는 머리로만 됐다면 요즘에는 거기로부터 많이 자유로워진 느낌이다. 스스로 좀 편안해지는 게 있는 것 같다. ‘말이나 평가에 휘둘려서 나를 괴롭히지 말아야지’라는 게 또 반대 상황에도 적용된다. 아무리 남들이 좋은 얘기를 해도 나는 스스로 부족한 게 뭔지 정확하게 알고 있으니까. 내가 기준점을 확실히 잡고 체험하고 발전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기준이 좀 선 것 같은? 그런 면에서 나이 들어가는 게 반갑고 편한 것 같다. 20대 때 빨리 서른 되고 싶다고 얘기했는데 막상 되고 나서 또 일 년, 한 해, 이렇게 지나갈 때마다 더 편해지는 게 있어서 20대보다는 30대가 좋다.
부족한 게 뭔지 스스로는 안다고 했는데, 어떤 점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나?
어떤 점이라기보다는 그때 그때 찾아오는 것 같은데. 이건 이렇게 했었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라든지. 일적인 것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너무 애쓰지 말 걸, 하는 생각들을 했던 것 같다. 그냥 툭 잘 놔버리기도 하는데, 어떤 거에는 또 되게 미련하게 집착하고, 신경 쓰고, 그럴 때가 있다. 그런 두 가지 면이 다 있으니까 자꾸 내 안에서 싸우는 거지.

셔츠는 Nonlocal. 팬츠는 Insilence.
가는 곳마다 단골인 책방이 있기도 하고, 책을 좋아하는 것 같더라. 왜 좋은가?
책이 어떨 때 도피처이기도 하고, 현실과 차단하고 그냥 그 세계로 나를 던지는 계기랄까. 어떤 때는 위로가 되고, 힐링이 되기도 하고. 내가 머리로 정리가 안 되고 막 나열해 놓은 것들이 책에는 깔끔한 문장으로 정리돼 있으니까. 그런 면을 다 책을 통해 얻는 것 같다.
추천할 만한 책이 있다면?
최근에 읽은 책 중에는 박준 시인의 산문집 <계절산문> 참 좋았다. 작가님 전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도 그랬고, 나한테 콕 와서 박히는 구절들이 많았다.
유튜브로 배우 김지석과 인터뷰하는 걸 봤는데, 거기에서 김지석 배우가 정소민을 일컬어 “클래식 같은데 힙합”이라고 표현했다.
내가 MBTI 중 INFJ, 인프제인데, 일단 모험을 좋아하고 낯선 곳에 나를 던져놓는 것에 대해 의외로 거리낌이 없다. 남들이 잘 모르는 내 모습인데, 모범생처럼 보이지만 또 그렇게 계속 모범생처럼만 있으면 약간 답답해 하는 스타일이어서 생각 못한 포인트에서 생각지 못한 선택을 할 때가 많은 것 같다. 어디서 봤는데 인프제의 가장 큰 키워드는 모순이라고 하더라. 내 안의 내가 너무 많다.(웃음)

그런 나를 지탱하게 하는 힘이 뭘까?
제일 큰 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정리하는 시간인 것 같다. 좀 더 격하게 표현하면 정화일 때도 있고. 그러면서 놓을 건 놓고 챙길 건 챙기고, 또 되새길 건 되새기고. 이렇게 해야 내가 좀 더 중심이 단단해지는, 바로 딱 서게 된다. 20대 때 힘들었던 건 너무 많이 흔들리고 질풍노도 같은 시기를 보내다 보니까 업앤다운도 심했다. 근데 또 웃긴 건 남들은 내가 그랬는지 잘 모른다.(웃음) 그냥 내 속에서만 엄청 요동치는 시간들이 많은 거지. 어떤 순간에는 이걸 왜 이제야 알았을까 생각한 적도 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래, 돌아 돌아 이제라도 안 게 어디야?’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넘기려고 한다.
혹시 유독 욕심 부리는 게 있다면?
내가 원하는 걸 진짜 끝까지 들여다보고 싶다. 요즘은 진짜 내가 하고 싶고 원하는 것에 집중하려고 한다. 엄청 집중을 해도 흔들릴까 말깐데, 그게 안 되면 또 너무 쉽게 주변의 말에 흔들리고 휘청이고 하니까. 정말 깊이 들어가서 계속 물어봐도 사실 정확한 답이 나오리라는 보장이 없으니까. 그래서 그에 대한 인지와 노력을 계속하지 않으면 내 색깔을 잃기 너무 쉬운 것 같다.
앞으로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배우로서, 또 한 개인으로서.
나에 대해 사람들이 쉽게 떠올리기 힘든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열망이 크다. 근데 그게 어떻게 보면 우연의 일치다. 사람들이 ‘새롭네?’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서라기보다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느낄 것 같다. 남들이 모르는 내 취향이나 성격, 아니면 안에 있는 것들을 스스로는 아니까. 작품이 되게 새롭다기보다는 여태까지와는 다른 어떤 면들이 불쑥불쑥 발견됐으면. 제일 중요한 건 딱 대본을 봤을 때 강한 끌림이 있어야 한다. 내가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하는 상상력과 욕심을 불러일으키는 것들. 개인적으로는 <환혼> 끝나고, 또 영화 <늑대사냥> 홍보를 계속하긴 하지만 오랜만에 몇 달이라는 시간을 쉬어봤는데, 처음 한두 달은 너무 좋았는데 한 세 달째부터 약간 근질근질하고 빨리 좋은 현장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되게 커지더라. 이번에 충전하면서 다듬은 걸 현장 가서 또 막 꺼내놓고 싶은 욕구가 다시 생긴 것 같다.
Credit
- 프리랜서 에디터/ 성영주
- 사진/ 우상희
- 스타일링/ 박후지
- 헤어/ 손지혜
- 메이크업/ 박상은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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