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부터 시계 방향) Hourglass 아치 브로우 펜슬 5만2천원. Dior 디올쇼 카부키 브로우 스타일러 4만3천원대. Clio 킬 브로우 오토 하드 브로우 펜슬 2만원. Mac 브로우 세트 3만원대. Wakemake 아티스트 하드 펜슬 1만2천원. Chanel 크레용 쑤르씰 3만7천원. Bobbi Brown 퍼펙틀리 디파인드 롱웨어 브라우 펜슬 4만8천원대. Laura Mercier 브로우 펜슬 3만8천원대. Espoir 더브로우 밸런스 펜슬 1만6천원. Benefit 포우마드 브로우 포마드 3만1천원. Nars 브로우 퍼펙터 캘리머나 3만2천원. Cléde Peau Beauté 아이브로우 젤 4만3천원대.
코로나19 이후 우린 눈으로 많은 걸 말한다. 육성 응원이 불가능한 경기장에선 간절한 눈빛으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며, 누군가의 이야기를 경청할 때는 긍정의 눈짓으로 답을 대신하고, 부정적인 감정은 레이저보다 번뜩이는 눈빛에 담아내기도 한다. 코로나19 이후 새로이 만난 사람들은 눈이 곧 그들의 외모였고, 눈빛의 온도가 그들의 이미지를 결정지었다. ‘마음의 창’은 창을 너머 무한한 존재를 표현하는 전부가 됐다. 팬데믹 이후 ‘얼굴의 지붕’이라고 불리던 눈썹이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로 자유로이 쓰이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일 테다.
얼마 전, 화보 촬영장에서 만난 모델은 눈썹을 전혀 다듬지 않은 모습이었다. 12년 차 ‘뷰티 꼰대’에겐 그 옥의 티(?)가 약간의 불편함으로 다가왔는데 ‘깔끔하게 다듬으면 더 예쁠 텐데’라는 생각이 자꾸 떠올랐다. 하지만 그건 그녀가 게으르거나 자기 관리에 소홀해서가 아니다. 그저 자연 그대로의 눈썹을 선호하는 취향의 문제일 뿐. SNS 세상에도 각양각색의 눈썹들이 존재하는데 지금까지 당연시 여기던 원칙이나 룰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존중하는 세대의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누군가는 여전히 아이돌의 일자 눈썹을 고수하지만, 지금 세대의 취향은 점점 세분화되어가고 있죠. 아이브로는 이러한 통로 중 하나이며 개인마다도 그날의 스타일에 따라 여러 가지 눈썹이 공존하고 있어요.” 맥 내셔널 아티스트 이성욱은 말한다.
즉, 지금의 트렌드는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이 되었다. ‘나에 의한, 나를 위한’ 스타일이 곧 정답이며 옮고 그름과 맞고 틀림은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 소개된 네 가지 스타일링은 우리가 알던 정형화된 방식을 깬, 요즘의 눈썹들이다.
“눈썹 컬러는 모발 색과 맞춰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깬 눈썹 탈색. 패션 모델들의 화보용 스타일링으로 주로 사용됐으나 스트리트 무드를 즐기는 젠지세대까지 그 영역이 확장되었다. ‘블리치 브로’는 특히 인상을 바꾸는 데 효과적. 브로 색을 밝히는 것만으로도 짙고 숱이 많은 눈썹으로 인해 강해 보이는 인상을 한결 부드럽게 만든다. 반대로 아이 메이크업에 따라 강렬한 눈매를 연출하기도 한다. 베네피트 메이크업 아티스트 장광진은 “색을 입혀 그리기보다 무게를 덜고 눈썹 결을 살려주는 마스카라를 이용해보세요. 입체감 있는 눈썹을 완성할 수 있죠.”라고 전한다. 눈썹이 밝아진 만큼 뉴트럴 컬러로 눈가에 음영을 더하고 속눈썹을 강조하면 선명한 눈매를 연출할 수 있다. 탈색 과정에서는 피부에 자극이 가지 않도록 하고 시술 시간을 지켜 눈썹이 끊어지지 않게 주의한다. 탈색에 자신이 없다면? 컨실러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
엄마 사진 속에서나 보던 얇은 갈매기 눈썹은 세기말 감성의 결과물이다.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과장된 각을 덜어내고 조금 더 동그란 형태의 아치로 표현한다는 것. 얼굴을 갸름하게 보이도록 할 뿐만 아니라 고혹적이고 세련된 무드를 연출한다. 단, 눈썹 앞머리가 너무 멀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 밀도와 질감은 살리고 가로 길이를 유지해 눈썹이 얼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도록 한다. “눈썹 앞머리가 진해지지 않도록 뒤에서 앞으로 채우고, 꼬리에서 2/3 지점까지 밑부분이 얼룩지거나 퍼져 보이지 않게 그려주세요.” 바비브라운 교육부 정경미의 조언. 장광진은 얇거나 비스듬히 커팅되어 있는 제품을 추천한다. “각이 살아 있는 눈썹 틀을 정교하게 잡아줄 수 있어요.”
홍수주, 한소희처럼 태생부터 눈썹 앞머리가 우아하게 치솟은 모습은 이번 생에는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눈썹 결을 한올 한올 살려 고정시켜주는 펌이 있다고? 소위 최근 가장 뜬다는 눈썹 연출법이 바로 이 ‘브로 라미네이션’이다. 눈썹을 위로 들어주는 것만으로 얼굴 라인이 리프팅되고 이목구비가 또렷해 보인다. 적은 노력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가성비 좋은 룩이다. “‘자연스럽다’ ‘꾸몄다’의 상반된 형용사가 모두 어울리는 스타일이에요.” 이성욱의 말. 해외에서는 사자 갈기처럼 와일드하게 결을 살리는 연출법을 자주 볼 수 있는데 동양인의 경우 앞머리만 잡아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펌을 하기 전, 눈썹 모의 길이와 형태를 정돈하고 시술할 것. 장광진은 “눈썹 모가 너무 길면 역으로 인위적인 느낌이 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숱이 부족한 부분에 눈썹을 재배치하면 한결 풍성해 보인다. 눈썹 젤(혹은 헤어 젤), 메이크업 브러시만 있으면 집에서도 재현할 수 있다.
수학 공식보다 어려웠던 눈썹 그리기는 잠시 내려놓아도 좋다. 눈썹을 인위적으로 다듬거나 그리지 않고, 가진 그대로를 드러내는 것도 요즘의 표현 방식. 타고난 모양을 고수하는 것이 좋지만, 작은 스킬을 더한다면 자연미를 극대화할 수 있다. 스크루 브러시로 눈썹 결을 정돈한 후 눈썹뼈, 눈두덩을 덮고 있는 불필요한 잔모는 정리하자. 눈썹 꼬리는 앞머리보다 처지지 않는 것이 좋은데 기운이 없고 우울한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 또 양쪽 눈썹은 대칭을 맞춘다. 맑고 청초한 룩인 만큼 굳이 눈썹을 그릴 필요는 없다. 눈썹의 빈 부분마저도 어색함이 없다. 투명 마스카라로 결만 깔끔하게 정돈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