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부터) 1960년대 빈티지 시계는 Jaeger-Lecoultre. 엔진 턴드 베젤이 특징인 ‘16220’ 시계는 Rolex. 1960년대의 ‘프리 머스트 탱크’ 시계는 Cartier.
예쁘니까
빈티지 시계를 워낙 좋아해 하나둘 모으다가 판매까지 하게 되었다. 판매할 목적으로 구매했지만 상품화를 차일피일 미루게 된 시계도 많다. 너무 좋아서, 팔리면 오히려 슬퍼질 것 같아서. 이 세 개의 시계는 그 중에서도 유독 좋아하는 것이다. 1960년대 제품으로 추정되는 예거 르쿨트르 시계는 쉽게 판매되지 않을 걸 알면서도 아름다운 자태에 마음을 뺏겨 매입했다. 까르띠에 ‘프리 머스트 탱크’도 1960년대 제품이다. 정식으로 머스트 탱크가 발매되기 전에 생산된 것으로, 뾰족한 용두가 특징이며 ‘루이 탱크’ 디자인과 닮았다. 롤렉스 ‘16220’은 통으로 된 스테인리스스틸 베젤을 깎아서 만든, 일명 엔진 턴드(engine turned) 베젤이 특징인 시계다. 현재 이런 형태의 베젤은 단종되어 오직 빈티지로만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음이 간다. 나는 이 시계들을 최대한 무심하게 착용한다. 트레이닝 팬츠에 가죽 시계를 매치하거나 청바지에 플립플롭을 신고 메탈 시계를 착용하는 식이다. 그리고 손목뼈 안쪽으로 깡총하게 찬다. 빈티지 시계는 그렇게 차야 멋이 난다.

실버 네크리스는 Seoulmetal. 김대중 대통령 서명 시계는 개인 소장품.
의외의 만남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금속으로 무언가를 만들어왔다. 그간 작업자로서의 태도와 개념도 천천히 변해왔는데, 최근에는 유독 선명하게 변화의 순간을 직면하고 있다. 이 주얼리들은 변화된 작업 방식으로 처음 만든 것들이다. 덕분에 애착이 가고, 착용하면 왠지 상쾌한 기분이 든다. 직업 특성상 여러 종류의 분진을 가까이하고 워낙 손을 자주 씻다 보니 시계는 거추장스러워서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아버지에게 선물받은 이 김대중 대통령 서명 시계만큼은 특별하게 느껴진다. 오랜 세월이 담긴 이 시계와 현대적인 서울메탈 주얼리의 조화를 종종 시도해보곤 한다. 의외로 궁합이 좋고 힙해 보이지 않나?

(위부터) ‘히스토릭 울트라-파인 1955’ 시계는 Vacheron Constantin. ‘로얄오크 점보’ 시계는 Audemars Piguet.
아이덴티티가 확실한 시계를 소유한다
슬림한 무브먼트가 들어간 기계식 시계를 좋아한다. 이유는 착용감이 좋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기술력이 뒤따라야 구현이 가능한 것이기 때문. 그런 이유로 역사상 가장 좋은 울트라신 자동 무브먼트와 수동 무브먼트를 탑재한 이 시계들을 좋아한다. 오데마 피게 ‘로얄오크 점보(Ref. 15202st)’는 출시된 1972년부터 지금까지 럭셔리 스포츠 워치의 기원과 같은 모델이다. 8년째 데일리 워치로 차고 있는 시계이기도 하고. 바쉐론 콘스탄틴 ‘히스토릭 울트라-파인 1955’는 ‘Ref. 6099’라는 역사적인 모델을 복각한 시계로, 출시 당시 세계에서 가장 얇은 양산형 수동 시계로 시계사에 이름을 올렸다. 사실 가지고 있다가 몇 년 전 판매했는데 계속 생각이 나서 최근 다시 구매했다. 운명처럼 다시 만나 그런지 더욱 애틋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