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알려져 있듯 미니스커트는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부터 요란뻑적지근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미니의 대중화를 이끈 진정한 창시자 메리 퀀트가 있었다(‘미니’라는 명칭 역시 그녀가 좋아하는 차에서 따온 것이다.) 1964년, 24살의 이 젊은 영국 디자이너는 킹스 로드에 위치한 부티크 바자(Bazaar)에서 미니스커트를 팔기 시작했고, 고지식한 회색 거리를 가장 섹시한 패션 메카로 바꿔놓았다. 물론 ‘도덕성을 잘라낸 옷’이라는 보수주의자들의 비난까지 막을 순 없었지만. “갑자기 경기가 호황을 타고 있었고, 우리는 이런 호황기의 첫 세대로 젊지만 돈이 있었죠. 자신을 위한 문화를 창조할 자유가 있었어요. 미니스커트는 그 일부였죠. 돌이켜보면 그것은 여성 운동의 시작이었어요.” 메리 퀀트의 말처럼 미니스커트는 엄격한 사회적 분위기 속 젊은이들에게 자유와 해방을 선물하며, 모즈 룩의 대표 아이템이 되었다.

불황일수록 스커트의 길이가 짧아진다는, 일명 ‘미니스커트 효과’는 꽤 유명한 속설이다. 그렇다면 지금 미니 룩의 인기도 침체된 경기 때문일까? 이는 패션을 모르는 일부 경제학자들의 주장일지도. 최초로 경기 변동과 치마 길이의 상관관계를 말했던 미국 경제학자 조지 테일러는 1920년, 일찌감치 ‘헴라인 지수’를 통해 정반대의 이론을 펼친 바 있다. 실제로 경기가 호황이던 1960년대에는 짧은 치마가, 오일 쇼크 등으로 불황이었던 1970년대에는 긴 치마가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경기와 치마 길이의 상관관계에는 정답이 없다는 사실.
이번 시즌 미니의 등장은 시대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더 설득력이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Y2K 시절은 묘한 연결고리가 있습니다. 팬데믹, 지구온난화로 인한 공포와 희망이 혼재된 지금은 지구 종말과 뉴 밀레니엄의 희비가 뒤섞인 20년 전과 닮아 있죠.” 한 패션 평론가의 말이다. 1960년대의 자유와 2000년대의 쾌락. 격동의 시기에 늘 해방구 역할을 해온 미니스커트이기에 지금의 스포트라이트는 어쩌면 당연하게 느껴진다. 돌체앤가바나의 듀오 역시 쇼를 미니 룩으로 가득 채우며 긍정의 기운을 설파했다. “2000년 컬렉션과 같은 분위기로 쇼를 기획했어요. 우리는 어두운 시대를 벗어나고 있어요. 이제 삶을 즐기고 싶습니다. 빛을 원해요.”
과거와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날씬한 허리와 다리는 필수가 아니라는 것. 오히려 신체적인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플러스 사이즈 모델 팔로마 엘세서(Paloma Elsesser)부터 뮤지션 리조 등 이미 다양한 체형의 사람들이 자신만의 자유롭고 관대한 미니 룩을 과시 중이다. ‘자기 몸 긍정주의’를 한 번 더 되새기며 뉴욕의 떠오르는 디자이너 세인트 신트라(Saint Sintra)의 신트라 마틴의 말을 덧붙인다. “미니스커트는 긍정적인 기운을 줍니다. 얼굴을 가리는 대신 다리를 드러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