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미니스커트의 등장은 우연이 아니다?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Fashion

이번 시즌 미니스커트의 등장은 우연이 아니다?

“짧게, 더 짧게!” 자유와 해방의 아이콘 ‘미니’가 Y2K 물결의 중심에 섰다.

BAZAAR BY BAZAAR 2022.03.31
 
‘과연 입을 수 있을까?’ 지난가을, 넋을 잃고 감상한 2022 S/S 미우 미우 쇼가 끝난 뒤 시작된 궁금증이다. “가위질한 그대로를 헴라인에 노출했어요. 이렇게 완성된 디자인은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행동을 보여줍니다.” 미우치아 프라다의 대담한 가위질은 셔츠, 케이블 니트, 재킷 등 지극히 평범한 아이템을 완전히 새롭게 탈바꿈시켰다. 허리를 적나라게 드러내다 못해 가슴 아래를 노출하는 언더붑(underboob) 실루엣까지. ‘유교 걸’이라도 된 듯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정작 시선을 압도한 건 따로 있었다. 다름 아닌 엉덩이를 겨우 가리는 마이크로 미니스커트! “팬데믹을 거치며 더 이상 이상한 것이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 되었습니다.” 쇼를 끝낸 미우치아의 말이 통한 걸까? 극도로 짧은 스커트를 찬양하는 포스팅이 전 세계 SNS를 장악했고, 그 뜨거운 관심은 긍정이든, 부정이든 지금도 진행중이다.
잘 알려져 있듯 미니스커트는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부터 요란뻑적지근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미니의 대중화를 이끈 진정한 창시자 메리 퀀트가 있었다(‘미니’라는 명칭 역시 그녀가 좋아하는 차에서 따온 것이다.) 1964년, 24살의 이 젊은 영국 디자이너는 킹스 로드에 위치한 부티크 바자(Bazaar)에서 미니스커트를 팔기 시작했고, 고지식한 회색 거리를 가장 섹시한 패션 메카로 바꿔놓았다. 물론 ‘도덕성을 잘라낸 옷’이라는 보수주의자들의 비난까지 막을 순 없었지만. “갑자기 경기가 호황을 타고 있었고, 우리는 이런 호황기의 첫 세대로 젊지만 돈이 있었죠. 자신을 위한 문화를 창조할 자유가 있었어요. 미니스커트는 그 일부였죠. 돌이켜보면 그것은 여성 운동의 시작이었어요.” 메리 퀀트의 말처럼 미니스커트는 엄격한 사회적 분위기 속 젊은이들에게 자유와 해방을 선물하며, 모즈 룩의 대표 아이템이 되었다.
그리고, 몇 시즌째 Y2K 패션과 사랑에 빠져 있는 지금의 패션계. 이번 시즌 런웨이엔 그야말로 거대한 미니 군단이 쏟아졌다. 블루마린, 돌체앤가바나, 베르사체, 프라다, 발렌티노, 루도빅 드 생 세르넹(Ludovic de Saint Sernin)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럭셔리 하우스부터 신진 디자이너까지 다채롭게 선보인 미니 룩의 공통점은 두 가지. 엉덩이가 보일 듯 말 듯한 짧은 길이라는 것과 치골을 드러내는 로슬렁 스타일이라는 것. 1960년대로 떠난 이들도 있다. 하우스의 세 번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르크 보앙의 혁신적인 슬림 룩에서 영감받은 디올을 비롯해 샤넬, 마이클 코어스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도파민이 뿜어져 나올 것 같은 컬러를 베이스로 한 박시한 실루엣의 미니 드레스, 스커트수트를 선보이며 긍정적인 1960년대를 추억했다.
불황일수록 스커트의 길이가 짧아진다는, 일명 ‘미니스커트 효과’는 꽤 유명한 속설이다. 그렇다면 지금 미니 룩의 인기도 침체된 경기 때문일까? 이는 패션을 모르는 일부 경제학자들의 주장일지도. 최초로 경기 변동과 치마 길이의 상관관계를 말했던 미국 경제학자 조지 테일러는 1920년, 일찌감치 ‘헴라인 지수’를 통해 정반대의 이론을 펼친 바 있다. 실제로 경기가 호황이던 1960년대에는 짧은 치마가, 오일 쇼크 등으로 불황이었던 1970년대에는 긴 치마가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경기와 치마 길이의 상관관계에는 정답이 없다는 사실.
이번 시즌 미니의 등장은 시대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더 설득력이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Y2K 시절은 묘한 연결고리가 있습니다. 팬데믹, 지구온난화로 인한 공포와 희망이 혼재된 지금은 지구 종말과 뉴 밀레니엄의 희비가 뒤섞인 20년 전과 닮아 있죠.” 한 패션 평론가의 말이다. 1960년대의 자유와 2000년대의 쾌락. 격동의 시기에 늘 해방구 역할을 해온 미니스커트이기에 지금의 스포트라이트는 어쩌면 당연하게 느껴진다. 돌체앤가바나의 듀오 역시 쇼를 미니 룩으로 가득 채우며 긍정의 기운을 설파했다. “2000년 컬렉션과 같은 분위기로 쇼를 기획했어요. 우리는 어두운 시대를 벗어나고 있어요. 이제 삶을 즐기고 싶습니다. 빛을 원해요.”
과거와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날씬한 허리와 다리는 필수가 아니라는 것. 오히려 신체적인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플러스 사이즈 모델 팔로마 엘세서(Paloma Elsesser)부터 뮤지션 리조 등 이미 다양한 체형의 사람들이 자신만의 자유롭고 관대한 미니 룩을 과시 중이다. ‘자기 몸 긍정주의’를 한 번 더 되새기며 뉴욕의 떠오르는 디자이너 세인트 신트라(Saint Sintra)의 신트라 마틴의 말을 덧붙인다. “미니스커트는 긍정적인 기운을 줍니다. 얼굴을 가리는 대신 다리를 드러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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