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얼리 디자이너 금두루의 사랑방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Fashion

주얼리 디자이너 금두루의 사랑방

주얼리 디자이너 금두루의 ‘남산 사랑방’은 알록달록한 컬러와 차가운 메탈 그리고 아티스틱한 물건들이 오묘한 조화를 이루며 손님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BAZAAR BY BAZAAR 2022.03.13
 
거실에서. (왼쪽부터) 샴페인 쿨러, 크리스토퍼 울의 〈Untitled(The Show is Over)〉, 최태윤의 〈Critical Theory〉.

거실에서. (왼쪽부터) 샴페인 쿨러, 크리스토퍼 울의 〈Untitled(The Show is Over)〉, 최태윤의 〈Critical Theory〉.

남산으로 삼면이 둘러싸인 대단지 아파트. 그 중 하나의 현관에 들어서자 ‘This is not a poster’란 핑크색 문구가 담긴 커다란 액자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주얼리 디자이너 금두루가 기분 좋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건넨다. “제가 만든 작품이에요. 20대 때 프랑스 파리와 스위스 바젤에서 오랫동안 그래픽 공부를 했거든요. 지금은 주얼리 브랜드 다스 쉬프(Das Schiff)를 전개 중입니다.” 그녀의 브랜드는 2015년 론칭했는데, 계기는 생각보다 간단한 이유에서다. “남들에 비해 제 손목이 얇은 편이라 맞는 사이즈를 찾는 데 꽤나 애를 먹었어요. ‘그럴 바에 내가 만들자’ 해서 시작하게 되었죠. 컴퓨터 작업보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도 했구요. 처음엔 플리마켓에서 팔기 시작했고, 반응이 좋아 자연스레 브랜드 론칭으로 이어졌어요.” 여행에서 받은 영감, 낙천적인 컬러 조합, 진주와 메탈 디테일, 아티스틱하고 건축적인 디자인까지. 독일어로 배를 뜻하는 다스 쉬프는 금두루의 취향을 대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구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어요. ‘다스 쉬프는 딱 금두루 같다’. 해방촌에 위치한 작은 쇼룸도 제가 좋아하는 핑크로 가득 채웠어요.”(참고로 그녀는 ‘신호등’이라 불릴 만큼 컬러풀한 패션 센스를 자랑한다.)
 
손잡이에 걸린 니트는 Alberta Ferretti. 벽에 걸린 액자는 금두루의 작품.

손잡이에 걸린 니트는 Alberta Ferretti. 벽에 걸린 액자는 금두루의 작품.

보고만 있어도 기분 좋은, 마치 카페 같은 공간을 완성하고 싶었다는 그녀의 사적인 공간은 ‘남산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가장 고심한 공간은 거실에 마련한 다이닝룸. 이케아 원형 테이블과 카르텔 필립 스탁 고스트 체어가 함께 놓여 있는데 삼삼오오 모이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간이다. “전 아침식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친구 초대도 대부분 조식으로 해요. 신선하죠? 물론 샴페인도 빠지지 않아요.(웃음)” 그래서일까? 이 집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아침식사를 위한 예쁜 물건들’이다. 디자이너 리사 빈치토리오의 프루트 루프(도넛 모양의 과일 저장 용기), 크리스토퍼 드레서의 토스트 진열대, 샤브르의 비스트로 커트러리, 헤이의 접시, 자라홈의 냅킨 링, 샴페인 쿨러, 에그 오프너까지. 특히 애정하는 건 알레시 100주년 기념으로 제작된 에토레 소트사스의 소금&후추 그라인더. “브랜드에 얽매이기보단 취향에 꽂히는 걸 수집하는 편이에요. 물건들이 쌓이다 보니 자연스레 취향이 형성되었죠.” 보고만 있어도 기분 좋은 컬러와 차가운 메탈 오브제들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오묘한 조화를 이루며 집 안 곳곳에 자리한다. “요리를 싫어하는 대신 플레이팅을 즐겨요. 아마 공예 이론을 가르치던 엄마의 영향이 클 거예요. 어릴 적부터 엄마의 근사한 솜씨를 보고 자랐거든요. 부모님 댁에 가면 요즘 보기 힘든 1970~90년대 디자인 제품과 식기들이 방대한 양을 자랑하는데, 특히 커피잔 컬렉팅이 대단해요. 이 집에도 엄마가 물려준 물건이 꽤 많아요.”

 
20년 전에 구입한 백은 Dior.

20년 전에 구입한 백은 Dior.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옐로 아이템들.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옐로 아이템들.

서재의 2단 책장에는 금두루가 좋아하는 책들이 색을 맞춰 정리되어 있다.

서재의 2단 책장에는 금두루가 좋아하는 책들이 색을 맞춰 정리되어 있다.

거실 한쪽에 있는 카우스 피겨와 아트북.

거실 한쪽에 있는 카우스 피겨와 아트북.

누구에게나 인기가 좋은 에그 오프너. 반지는 모두 Das Schiff.

누구에게나 인기가 좋은 에그 오프너. 반지는 모두 Das Schiff.

그녀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대변하는 듯한 포스터들은 작은 갤러리에 온 듯한 착각을 부른다. 거실 한 쪽 벽을 가득 채운 크리스토퍼 울(Christopher Wool)의  〈Untitled(The Show is Over)〉, 책을 진지하게 읽고 있는 귀여운 강아지가 그려진 최태윤 작가의 〈Critical Theory〉, 맞은편에 걸린 요셉 보이스(Joseph Beuys)의 작품 두 개, 침실에 놓인 노은님 작가의 귀여운 작품까지. “최태윤 작가의 작품은 팩토리2 갤러리에서 보자마자 구매했어요. 이 작품처럼 첫눈에 반하듯 끌리는 게 있어요.” 뿐만 아니라 서재의 2단 책장부터 거실의 3단 USM, 침실의 서랍 등 곳곳에 책들이 색과 열을 맞춰 정리되어 있다. 미술 애호가답게 미술과 건축에 관한 아트북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최근엔 올라퍼 엘리아슨, 루치오 폰타나, 제임스 터렐, 다니엘 뷔랑, 장 필립 델롬의 작품에 관심을 쏟고 있다고. “아트북은 주로 해외에서 구입했는데 요즘은 인터넷을 애용해요. 한남동 ‘포스트 포에틱스’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새로 입고된 아트북을 훑어주는 영상을 업로드해줘 마음에 드는 걸 바로 구입할 수 있죠. 대구의 ‘고스트북스’도 추천합니다. 한국에 없는 책은 직구보다 교보문고 해외 주문을 이용하는 편이에요. 배송이 오래 걸리는 것 외에는 모든 면이 만족스러워요. 저만의 팁이랄까요?”
 
금두루의 조식 테이블. 재킷은 Recto. 귀고리, 반지는 Das Schiff.

금두루의 조식 테이블. 재킷은 Recto. 귀고리, 반지는 Das Schiff.

테라스에는 파리에서의 낭만을 떠올리며 인터넷에서 구입한 ‘노천 카페 테이블’이 놓여 있다. 오전 세네 시간 동안 햇볕이 드는데, 이를 조명 삼아 책을 읽는 게 요즘의 낙 중 하나라고. 책 역시 아트나 건축에 관한 것이 주다. 최근 유현준의 〈공간이 만든 공간〉을 끝냈고, 현재는 존 버거의 〈결혼식 가는 길〉을 읽고 있다. “시립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송상희 작가의 개인전 «자연스러운 인간»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작가가 영감을 받았던 네 권의 책 중 하나예요. 이 네 권을 모두 마음속에 새기면 그 전시가 더 깊이 다가올 거 같아서 읽기 시작했어요.”
 
냉장고 옆면을 가리기 위해 3단 USM을 6단으로 확장했다. 그 위에 디스플레이된 금두루의 아기자기한 물건들.

냉장고 옆면을 가리기 위해 3단 USM을 6단으로 확장했다. 그 위에 디스플레이된 금두루의 아기자기한 물건들.

인스타그램(@this_is_duru)에서 짐작할 수 있듯, 금두루에게 여행은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제 여행 메이트는 주로 부모님이에요. 모든 곳이 좋았지만 특히 스위스 바젤은 아트나 건축에 관심이 많다면 꼭 추천합니다. 바이엘러 파운데이션, 샤우라거 뮤지엄 같은 대형 뮤지엄뿐 아니라 작은 갤러리도 훌륭해요. 특히 아트 바젤이 열리는 6월 중순이 좋아요. 그 기간엔 작은 아트페어와 이벤트도 열리고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거든요.”
 
침실에 놓인 노은님 작가의 작품은 기분 좋은 꿈을 꾸게 해줄 것만 같다.

침실에 놓인 노은님 작가의 작품은 기분 좋은 꿈을 꾸게 해줄 것만 같다.

해외 여행에서 잠시 멀어진 요즘 그녀는 국내에서 비슷하지만 다른 즐거움을 만끽 중이다. 리스트를 공유해달란 부탁에 그녀는 막힘이 없다. 헤르조그 & 드 뫼롱이 건축한 송은부터 프랭크 게리의 손길이 닿은 메종 루이비통, 덕수궁의 석조전, 국립 기상박물관, 광희문, 한남동 페이스 갤러리와 P21 갤러리, 또 조만간 군위에 위치한 사유원에 승효상과 알바루 시자의 건축물을 보러 갈 계획이라고. “매일 50분씩 스트레칭과 아파트 계단 오르기, 일주일에 한 번 필라테스를 하고 있어요. 나이가 들어서도 제가 좋아하는 전시나 건축, 핫 플레이스를 다니려면 무엇보다 튼튼한 관절이 필수일 거 같아서요.(웃음)” 
 
이사 선물로 받은 시크한 소화기와 베어브릭이 한 쌍처럼 놓여 있다

이사 선물로 받은 시크한 소화기와 베어브릭이 한 쌍처럼 놓여 있다

서재에서. 스웨트셔츠는 Ma Journée. 스커트는 Louis Vuitton.

서재에서. 스웨트셔츠는 Ma Journée. 스커트는 Louis Vuitton.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탈리아 마테리의 어느 집 앞에서.”엄마에게 물려받은 시계는 Gucci.토너는 Santa Maria Novella.태국에서 직구한 ‘DURU’를 새긴 가방은 Sinee. 루이 비통의 〈서울 시티 가이드〉.사이즈 조절이 가능한 팔찌는 Das Schiff.데님 스커트는 Louis Vuitton.“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여행 메이트인 아빠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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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윤혜영
    사진/ 이윤화
    헤어/ 이혜진
    메이크업/ 서아름
    어시스턴트/ 신예림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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