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30 지리산
#진주의바깥생활
천왕봉, 노고단, 정령치 고개, 반야봉, 제석봉 등 지리산을 좀 안다는 사람이라면 드라마에 등장한 촬영지를 보고 내심 반가웠을 것이다. 코로나로 지친 국민에게 지리산의 아름다운 사계절 풍광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김은희 작가 말처럼, 매회 “저곳은 대체 지리산 어디?”라는 질문이 튀어나온다.
전지현이 지리산에서 불법으로 뱀을 잡는 땅꾼을 단속하는 장면은 구례군 산동면 현천마을에서 찍었다. 견두산 자락에 걸린 작은 산골짜기 마을로 매년 봄이면 12만 그루에 가까운 산수유나무가 샛노란 파도로 넘실거리는 곳이다. 능선과 계곡으로 둘러싸인 골짜기에 귀여운 지붕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계단식 밭두렁을 따라 농부가 느릿하게 지나가는 산골의 목가적 풍경이 재현되는 곳이다. 이른 봄 노란 꽃을 피운 산수유나무는 가을에 선홍빛 열매를 맺는다. 낮은 돌담을 따라 굵은 산수유나무가 뿌리 내리고, 마을 논밭과 두렁에 보석처럼 붉은 열매들이 지천에 뿌려진다.
과거의 해동분교로 등장하는 오픈세트장 (c) 남원시
강현조가 환영을 보는 장소로 자주 등장하는 가상의 무진계곡 소나무 군락은
남원시에서 동쪽으로 12km 거리에 있는 산동면 부절마을의 소나무 숲에서 촬영한 것이다. 남원 시내에서 북동쪽에 자리한 부절마을은 10년 전만 해도 전국의 짚풀공예 달인들이 모인 전라도의 유명 집성촌이었다. 알록달록한 시화로 담벼락을 꾸민 벽화마을로도 알려져 있으나 이제 운무가 미끄러지는 소나무 숲이 있는 동네로 더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운봉고원에 우뚝 솟은 고남산이 둘러싼 마을에서 수백 년 수령의 소나무 군락과 밤나무 숲을 만날 수 있다.
과거의 해동분소와 비담대피소는 지리산 인월마을의 흥부골 자연휴양림에 임시로 지은 오픈 세트장. 낡은 철제 계단과 건물 외벽에 설치한 인공 암벽은 실제로 오랜 이야기를 품고 있는 산의 일부 같다. 늦가을의 단풍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12월 12일까지 이어지는 ‘지리산 뱀사골 단풍길’ 투어 버스에 올라보자. 광한루원에서 출발한 버스는 지리산 허브밸리를 지나 흥부골 자연휴양림의 드라마 세트장을 들른다. 이어 드라마 주요 촬영지 중 하나인 뱀사골을 지나 남원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남원시 관광협의회 홈페이지(namwontour.kr)에서 신청할 수 있다.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 유진초이가 애신에게 “합시다, 러브!”라고 고백하던 장소로 유명해진
경북 안동의 만휴정 길안천 계곡도 등장한다. 청송에서 발원해 안동을 지나 낙동강 상류로 미끄러지는 28km의 길안천은 쭉 뻗은 길을 찾기 힘들 만큼 심한 곡류가 휘도는 물길이다. 길안천 계곡이 흐르는 묵계리의 아름다운 폭포수 위에 조선 시대 문신 김계행이 말년의 여생을 보낸 만휴정이 있다. 만휴정 누각에서 위로 조금만 올라가면 대왕고래처럼 널찍하고 매끈한 바위가 나오는데, 이곳이 서이강이 “어명이요!” 하고 외치며 내림굿을 단속하던 이른바 ‘무속인 바위’다. 이곳에서 내림굿을 받던 아이는 강현조에게 ‘죽어서도 산에서 헤매다닐 팔자’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건넨다. 그 밖에도 6화에서 천왕봉을 바라보며 오른 산청 황매산을 비롯해 제천 금월봉, 무등산, 태백산, 북한산 등이 드라마 속 환상적 풍광의 일부가 되어주었다.
지난 8화에서는 산불이 얼마나 빠르게 자연과 사람을 위협하는지 생생하게 경험한 시간이었다. 특히 헬기가 접근할 수 없는 밤에 확산하는 산불의 위험성과 레인저의 노고가 붉은 열기처럼 뜨겁게 전해졌다. 산불의 원인은 많다. 극중에서처럼 불법 취사 혹은 방화로 인한 산불이 잦고 담배꽁초처럼 작은 불씨가 큰불을 만들기도 한다. 전 세계적 산불 원인은 기후 위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국립공원 내 흡연은 ‘자연공원법’에 따라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
현재 가을철 산불통제 기간으로 12월 15일까지 지리산 탐방로 일부가 출입 금지다. 천왕봉은 산청분소에서 출발해 로타리대피소, 장터목대피소를 거쳐야만 오를 수 있고, 드라마 주요 촬영지인 뱀사골 계곡에서도 뱀사골분소에서 오룡대까지만 출입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