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위터 캡처
아프가니스탄이 탈레반의 손에 다시 넘어갔다. 미국이 아프간에서 철군 방침을 밝힌 지 불과 4개월 만이다.
보복을 피하기 위해 아프간 국민들의 ‘탈출’이 이어지는 가운데, 탈레반은 20년 전 집권 때와는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며 일명 ‘탈레반 2.0’으로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 여성의 교육받을 권리와 일할 권리 등 기본권을 보장하고, 이전 친미(親美) 정부나 외국군과 일한 사람에 대한 복수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상황.
미디어를 활용하고 명품 입은 탈레반 2.0
탈레반 고위 인사들도 외신과의 인터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15일 수도 카불 수복을 앞두고 BBC와 생방송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BBC 측에 먼저 전화를 걸어 즉석 인터뷰를 자청했다. 탈레반 고위 인사인 압둘 카하르 발키도 22일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여성 기자와 마주 앉아 영어로 인터뷰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런 변화를 두고 탈레반이 정상 국가로 인정을 받기 위한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프간을 탈환했지만 국제사회의 협력 없이는 정상적인 국가 운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도 “탈레반이 정치적 동력을 구축하기 위해 정교한 소셜미디어 전술을 쓰고 있다”고 봤다.
말로만 ‘여성 인권 존중’?
탈레반 스스로는 SNS를 적극 활용하는 반면, 탈레반에 반하는 이들 중 일부는 미디어 이용에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한 여자 축구선수는 전 동료들에게 SNS 사진을 내려 달라고 요구했고, 반 탈레반 운동에 참여한 학생들이 대거 SNS 계정을 비활성화했다는 사연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외에도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던 인사들이 보복을 우려해 프로필을 비공개 전환하거나 삭제하는 등 SNS 사용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아편 불법화’ 약속 지켜질까
전세계 최대 아편 산지로 알려진 아프가니스탄이 탈레반은 이미 최근 5년간 집중적으로 양귀비를 재배해 해외에 팔아왔다. 유엔 세계 마약보고서에 따르면 아프간은 지난해 전 세계 아편 생산량 중 84%를 차지했다. 탈레반은 군자금 마련 등을 위해 지난해 양귀비 재배량을 전년대비 37%나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은 집권하자마자 아편을 불법화할 것이라고 선언했지만, 약속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국제적 제재로 달러가 부족할 경우, 또 다시 마약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헤일리